상대팀 장단점 철저히 해부
선수마다 구체적 임무 부여
유재학 감독 "항상 공부해야""안녕하세요." 허리 숙여 인사를 할 때면 그는 눈을 치켜뜨며 상대를 슬며시 쳐다본다. 그냥 보면 수더분한 얼굴인데, 그렇게 들여다보면 눈빛이 매섭다. 짧은 순간 상대를 간파하려는 듯 눈동자가 또렷해지며 강한 기운이 뿜어 나온다. 만가지 전술을 갖고 있어 '만수'라 불리는 유재학(사진) 모비스 감독. 그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원동력도 상대를 절묘하게 간파한 데서 나온 한발 앞선 작전이었다.
올 시즌은 그 간파력으로 기록 행진을 이어간다. 19일에는 안방에서 오리온스를 90-58로 꺾고 정규리그 17연승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말부터 두 시즌에 걸쳐 이뤄진 것이지만 기록은 기록이다. 기록에서 제외되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까지 합치면 24연승이다.
상대를 꿰뚫는 전략은 철저한 연구에서 나온다. 모비스 관계자는 "유재학 감독은 상대 팀이 새로운 전술을 들고나올 때마다 밤새워 해법을 찾는다"고 했다. 팀별로, 선수 개개인별로 막을 방법을 찾아 놓고 적재적소에 써먹는다. 유재학 감독은 "감독이 게을러지면 팀이 망가진다. 미국 프로농구를 보면서 꼼꼼히 메모하는 등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한다"고 했다.
해법도 구체적이다. 특정 선수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만나는 팀마다 장점을 허물고 단점을 파고들어 선수 개개인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지난해 에스케이(SK)와 상대할 때는 속공에 강한 김선형의 공격 루트를 파악해 길목을 미리 막아 리듬을 타지 못하게 했고, 득점력과 감각은 뛰어나지만 힘이 떨어지는 애런 헤인즈는 중량감 있는 선수들을 붙여 밀쳐내 할 일을 없게 만드는 식이다. 각자 맡은 바 제 역할을 하니 조직력도 좋다. 양동근은 "우리 팀의 장점은 조직력이다. 감독님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호흡이 잘 맞는다"고 했다.
철저하게 선수들을 장악하는 유재학 감독은 임무를 부여한 뒤에는 잘잘못에 대해 윽박지르며 기를 죽이지 않는다. 모비스 선수들이 실수 뒤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연승 기록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모비스는 이번주 케이지시(KGC), 전자랜드, 에스케이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