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는 개막 전까지만 해도 팀 전력차가 줄어든 춘추전국시대 판도를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자 의외로 초반부터 양극화가 뚜렷하다.지난 시즌 양강을 형성했던 모비스와 SK 전력은 올 시즌도 건재하다.모비스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고 있는 정규리그 17연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우승멤버들이 건재한 모비스는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특정선수 1~2명에 의존하지 않고 기복없는 농구를 펼친다는 게 강점이다.
SK는 KCC와의 개막전에서 뜻밖의 완패로 우려를 낳았지만 이후 삼성과 동부를 연파, 지난시즌 정규리그 챔피언의 면모를 회복하고 있다. 그동안 김선형과 에런 해인즈에게 공격의존도가 높았다면, 올 시즌 초반에는 포워드 김민수 부상에도 변기훈, 최부경, 커트니 심스 등이 고른 활약을 선보이며 폭발적인 화력을 뿜고 있다.
올 시즌 가장 주목할 팀으로 꼽힌 LG와 동부의 상승세도 뚜렷하다.
LG는 시즌 초반 1순위 신인 김종규의 합류가 늦어지며 외곽에만 의존하는 '양궁농구'를 펼쳤지만, KT전을 기점으로 크리스 메시를 활용한 골밑 장악이 이뤄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시래, 문태종, 김영환 등 탄탄한 외곽을 보유한 LG는 메시와 제퍼슨이 버틴 골밑에 김종규까지 가세할 경우, 한층 위협적인 내외곽의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동부는 김주성-이승준-허버트 힐을 앞세운 트리플포스트가 위협적이었다. 박지현-이광재에 의존하던 가드진에 박병우까지 가세, 기동력과 외곽슛에도 좀 더 안정감이 붙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SK전 패배에서 드러났듯 조직력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 활동반경과 역할이 겹치는 3명의 빅맨 조화는 이충희 감독의 숙제다.
인천 전자랜드는 개막 2연전에서 마지막을 버티지 못해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이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리카르도 포웰이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정영삼과 이현호는 공수에서 국내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전자랜드는 오리온스와 삼성을 맞아 승리를 챙기며 만만치 않은 팀으로 거듭났다.
'빅4' 강세에 비해 가장 실망스러운 행보를 그린 것은 안양 KGC 인삼공사. 2011-12시즌 챔피언이자 지난 시즌에도 4강에 올랐던 KGC는 올 시즌에도 유력한 4강 후보로 거론됐지만 초반 5연패 수렁에 빠지며 꼴찌로 추락했다.
주전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초반 부상으로 결장했고, 양희종-오세근도 비시즌 수술과 재활을 거쳐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숀 에반스-마퀸 챈들러가 버틴 외국인선수 진용은 10개구단 중 최악으로 거론된다. 자칫 부진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오리온스도 꼴찌 KGC를 제물로 1승을 챙겼지만, 전체적인 전력은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리온 윌리엄스와 전태풍이 지난 시즌만큼의 위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김동욱, 최진수 등 포워드진 부조화는 여전하다. 전자랜드와의 홈경기에서 한때 10점까지 앞섰지만 4쿼터에 역전패 당했다. 모비스전에서는 힘 한 번 못쓰고 역대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중위권도 전력이 들쭉날쭉한 것은 마찬가지다. KT는 조성민과 앤서니 리처드슨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높이의 약점이 뚜렷하고 부상선수가 너무 많아 조직력을 다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도 마이클 더니건의 부상 공백으로 높이 약화와 수비 조직력에서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연패수렁에 허덕이고 있다. 중심을 잡아줄 포인트가드와 베테랑 역할이 아쉽다.
전자랜드와 KCC는 다크호스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전자랜드는 초반 경기에서 역전승과 역전패를 거듭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리카르도 포웰이 분전하고 있지만 찰스 로드의 컨디션 회복이 아직 더디다. 정영삼-박성진 등 백코트진의 안정이 더 필요하다. KCC는 강병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는 24일 이후 가세하는 신인 2순위 김민구가 KCC의 공격력에 얼마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