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종을 울리고 싶었는데….”
인천 전자랜드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사연이 있다. 전자랜드는 한 때 ‘인천의 남자’로 몸담았던 문태종(창원 LG)의 눈물을 빼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전자랜드는 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지난 시즌까지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던 문태종의 올 시즌 첫 원정 경기서 환영 행사를 준비했다. 그동안 전자랜드에서 활약했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전광판에서 상영했고, 문태종에게 기념 유니폼이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뜻깊은 행사였다. 문태종은 한국농구연맹(KBL) 데뷔를 전자랜드에서 했다. LG로 이적하기 전까지 정을 깊게 나눈 곳이다. 셋째 딸이 인천에서 태어났고, 가족과 함께 체육관 인근에 살면서 자리를 잡았다. 두 아들도 전자랜드 유소년 농구클럽에 가입해 경기를 마친 뒤 코트에서 농구를 하곤 했다.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창원 LG와 인천 전자랜드 경기에 앞서 인천 전자랜드에서 올시즌 창원 LG로 팀을 옮긴 문태종이 인천 전자랜드 활동 당시 영상을 보면서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그러나 이날 승리는 문태종의 손에서 이뤄졌다. 경기 내내 부진했던 문태종은 경기 종료 직전 전자랜드가 추격에 나서던 승부처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중거리슛을 터뜨렸다. 4득점에 그쳤지만, 순도는 높았다. 문태종은 지난달 13일 창원 홈에서 열린 전자랜드전에서도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 3점포로 86-84, 짜릿한 승리를 이끌며 친정 팀에 비수를 꽂았다.
문태종은 전자랜드 시절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LG는 기승호나 김영환 같이 좋은 포워드들이 많아 큰 도움이 된다. 충분히 득점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도 많아 압박감도 덜 하다”며 “새로운 선수와 신인 선수가 들어와 맞춰가는 상황이지만,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LG 가드 김시래도 “우리 팀이 재밌는 농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아닌 태종이 형과 외국선수, 김종규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했고, 기승호도 “태종이 형이 오면서 상대에 위협적인 팀이 됐다. 출전 시간이 줄어도 팀 성적이 좋아서 괜찮다. 태종이 쉴 때 코트에 나가 내 역할을 다하겠다”고 문태종을 위해 똘똘 뭉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