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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조금만 진정합시다ㅠㅠ
게시물ID : sisa_310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
조회수 : 39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07/07/22 03:48:17
일단 먼저 밝힐 것이 있습니다.
전 독실한 기독교인입니다.
물론 일반 신자에 불과하고 신학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 있어서, 그 종교를 믿는 이들이 해당 종교의 심오하고 복잡한 교리와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채 섣불리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자기비판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행동입니다. 이건 굳이 기독교만이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지고 복잡한 진리와 교리체계를 완성한 모든 종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이유는 해당 종교의 포교활동에 있어서 그 종교의 사회적 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러한 비판을 가하는 종교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종교이든, 종교를 독실하게 믿는 사람은 알 겁니다. 그들의 도덕관, 삶의 기준 등 많은 부분이 자신의 종교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 있습니다. 결국 한 사람의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를 비판한다는 것의 의미란, 자신의 삶과 정체성 자체를 의심하고 뒤흔드는 행동이기에 쉽지 않다는 것이죠.
종교가 부패하기 쉬운 이유는 개개인의 종교인들이 이러한 이유로 섣불리 자기 종교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하물며 강력한 권위를 가진 교리 없이 성경에 대한 사소한 해석차이로 수많은 분파로 갈라지는 개신교의 경우엔 이런 부패의 위험이 더더욱 크죠.

제가 이렇게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는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 속에서 기독교가 일으키는 수많은 비리와 문제점들에 대한 변명을 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기독교를 욕하고 비난하시지만, 기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한명의 기독교인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저도 제가 독실하게 믿고 있는 교회가, 하나님이 욕을 먹는다는 현실이 마음 편할 수는 없겠죠. 사실을 말하자면 무척이나 가슴아프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제가 교회를 비난하시는 분들과 언쟁이라도 벌여야합니까? 아뇨, 저 스스로도 대한민국 기독교의 현주소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절감하는 걸요. 게다가 제가 믿는 하나님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과 멱살잡고 싸우라고 가르쳐주시진 않았습니다. 사죄하고 수용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의 비리와 잘못을 지적하시는 분들의 글을 보면 거기에 동의하며 같이 비판할 수도, 거기에 반박하며 논쟁할 수도 없이 그냥 죄송하단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의 글을 몇번이고.. 적으려다 말고 지웠었답니다. 솔직히 이 글도 제 개인적 한탄일 뿐, 기독교의 문제점들에 대한 어떠한 변명도 되지 않는 글이기에 쓸모없는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괴로운 마음으로 이 구질구질한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부터 제가 주장할 내용에 대한 제 개인적인 변명을 먼저 하고자 함이랍니다.

샘물교회 관계자 23명의 아프간 피랍사건으로 모두들 충격과 우려가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잡혀간 23명의 '잡혀갈만 했던 이전 행동들'에 대한 분노도 크시리라 생각합니다.(저 또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홧김에라도 그 23명의 생명에 대한 험담은 해서는 안된다는게 제 주장입니다.

위에서 길고도 구차하게 주저리주저리 적은 글은, 제 이 주장이 단순히 제가 기독교인이란 이유로 하는 말이라 오해하실까봐 미리 변명을 했던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인이지만, 나름대로 독실한 신앙인이라 자부하지만, 이들이 그 곳으로 떠난 것과 그 곳에서의 행동들이 절대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라는 예수님 말씀에 따라 포교활동이 기독교의 가장 중심적인 교리 중 하나라는 것은 잘 알지만,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전도란 남들 몰래 선행을 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사회 속에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며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드는 것이지 절대로 지하철이나 역전에서 소음공해를 일으키거나 남들 보라는 듯이 일부러 위험한 곳을 찾아다니며 타 종교와 문화를 파괴하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그들 23인을 살리자고 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랑 같은 종교를 믿어서도 아니고, 선교하러 갔었기 때문도 아니며, 그들의 행동에 일말의 잘한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니, 그들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들의 (선행이든 악행이든 간에) 모든 행동들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들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싫든 좋든 밉든 곱든 잘했든 못했든 범죄자든간에 그들이 인간이고,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살려야 합니다.

그들은 잘못을 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와, 외교부를 일개 테러단체와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준으로 전락시켰고, 그로 인한 대한민국의 위신 하락과 여러 불이익을 발생시켰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전 국민을 걱정과 근심 속에 빠뜨린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넘어 법적으로 그 잘못을 따질 정도의 중죄를 일으켰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살려야 합니다.
살아서 한국으로 데려와 그 책임을 묻더라도 일단은 살려서 와야합니다.
이번에 봐주면 테러리스트들이 더 기고만장해서 설칠거라구요? 네.. 그건 심히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자국 국적을 가진 국민의 목숨을 (설령 그들이 자초한 위험이라 할지라도) 버린다는 것은 그보다 더 큰 수치가 어디 있을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죄인이라 해도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그 자체로 살 가치가 있다고 믿는 편이지만,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죽을만한 죄'를 저질렀다고 할지라도 그 죄의 책임을 묻는 것은 우리 손으로 세운 우리 법 하에서 이루어져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자랑스런 주권국가이기 때문이죠. 우리 국적을 가진 사람의 죄에 대한 처벌을 왜 타국 정부도 아닌 일개 비정규 불법 단체에게 맡겨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또하나, 그들이 분명 멍청한 짓을 했다고는 하나 그것이 과연 '죽어야만 마땅한 죄'입니까? 또, 그 판단은 대체 누가 내린 것인가요?

제가 이 늦은 시간에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다른 포털사이트에서도 그랬지만 오유에서마저 "차라리 죽여라"란 과격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또 그런 글들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고 걱정이 되어서입니다. 제 예상에도 그들이 무사귀환하게 되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나 밤잠 설치며 자신들을 걱정한 국민들에 대한 사죄, 감사따윈 하지 않고 헛소리를 지껄일 게 분명하고, 그들이 이미 이전부터 잡힐만한 행동들을 해왔다는 것도 잘 알기에 여러분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잘 압니다.
그리고 그 걱정과 분노가 겹쳐져 홧김에 과격한 말씀들도 하실 수 있겠죠.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보자구요.
아무리 못난 짓을 한 인간들이라도, 살 가치는 있잖습니까?
그리고 아무리 못난 죄를 저질렀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잖습니까?
데려온 후에 비난을 하든, 책임을 묻든 일단은 그들이 무사히 살아서 돌아올 수 있기를 빌어줍시다.

부디 제가 좋아하는 오유인 여러분들이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인명을 경시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s)글이 두서없고, 쓸데없이 길어진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제 개인적 정치적 성향(진보)이나 종교적 신념(기독교)에 치우친 주장은 최대한 배제하고, 어떤 정치성향이나 종교를 가지신 분이라도 모두 공감할 수 있을만한 말들을 찾으려 노력했는데 부족한 글재주가 이러한 의도를 얼마만큼이나 반영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뉴스에서 '정부는 내 가족 살리기 위해 안뛰고 뭐하냐'라는 피랍자 가족들의 기사를 보며 조금 화가 났던게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극우의 대표역을 자청했던 기독교가, 각종 파병에 있어 '성전'운운하며 극찬하더니 이제와 얼른 주둔군 철수 안시키는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욕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건 그거고, 어떤 과거가 있었든간에 자기 아들/딸/형제/친척/친구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심지어 그들이 말을 바꿨든,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든, 그 절박한 심정을 생각해보니 동정심이 가더군요. 그리고 보내고 싶어서 보낸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를 했으나 어쩔수 없이 보내준 사람도 많지 않겠습니까? 그 가족,친척,친구들의 절박한 심정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조금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을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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