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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_37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쁜말만하자★
추천 : 18
조회수 : 1284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6/05/25 17:05:07
지긋지긋한 전공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너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어디야?'
장난기 가득한, 너의 웃음소리
'학교 마치고 집에 가고 있어 왠일이야?
네가 전화를 다 하고?'
'나 어디있게~?'
'학교서 수업 듣고 있는거 아니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내 내 심장은 가빠진다.
또 몰래 왔구나.
지루하게 걷던 내 걸음이
주인을 보러가는 강아지마냥 경쾌하게 뛰어가는데
너는 보이지 않았다.
울상을 지으며 두리번 거리는데
분홍빛 찬연한 화단속에서
네가 숨어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어디있지...~어디있지...~?'하고
짐짓 모른체하며 다가가다
'여기 있네!' 하고 너를 안았더니
너는 맑은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처럼
'꺅'하고 깍쟁이처럼 소리 낸다.
다른사람들이 보든지 말든지
조금은 건조한, 그래서 네가 맨날 손톱으로 뜯다가
나한테 혼이나는,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네 입술에
윗입술이 얇아 별로라며 타박하는 내 입술을
포개고는
너를 안은 채로 놀이공원 회전목마처럼
너를 돌렸다.
'그만해 어지러워'하며 꺄르르 웃는
그런 너의 가녀린 손을 잡고는
우리의 추억이 묻은 집으로 들어서는데
너는 문 밖에서 들어오지 않았다.
'왜 거기 있어 어서 들어와'
그러자 너는 싱긋 웃으며
'오빠 나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 잠시 여기 있어'
하길래
나는 '아 뭐야 나 버리고 가게? 됐어 어디갈건데 같이가'
같이가자
왜 나 버리고
혼자가냐
그렇게 말했는데
어느새 너는 없어졌다.
너무 놀라서 손을 뻗으며 너를 찾는데
맞다
나 헤어졌지
그렇게 자각을 한 순간
오늘도 나는 잠을 깼다.
그리고 엎드려서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이런날이 계속 되는 날이었기에
꿈에 사진기라도 가져갈 걸 그랬다.
꽃보다 이쁜 네 모습이라도 찍어두게
오늘도 난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
그래서
혹시 네가 나한테 찍혀줄까봐
그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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