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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 돌아볼때..
게시물ID : sisa_31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
조회수 : 52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7/08/03 21:08:32
심형래 감독이 D-War를 평범한 B급 괴수 영화로 만들었다면 평론가 중에서도 진보적인 이들은 호평을 내렸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작가주의 영화와 대중영화에 대해 각각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진보성향 평론가마저 D-War에 대해 아쉬운 평가를 내리고 있는 이유는 심형래 감독이 괴수영화와 블럭버스터란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들었고, 거기에서 미흡한 점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괴수영화도 대중적 흥행 요건을 갖춘다면 충분히 블럭버스터가 될 수 있습니다. 킹콩 등의 전례를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괴수 영화가 굳이 블럭버스터가 되어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시나리오, 연출, 그래픽 기술력 등이 부족하더라도 괴수영화란 장르자체의 매력만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장르 매니아들에겐 사랑 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에선 괴수영화의 장르 매니아 층이 극히 얇은 상태이고, 괴수영화가 기본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만큼의 시장도 형성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기술적으로 헐리웃 블럭버스터와 비교될 수 없었던 심감독의 전작들이 해외 마켓에서의 성적과는 별개로 한국에서 참패했던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괴수 영화가 성공할 수 있으려면 블럭버스터급의 대중성을 보유하여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결론은 심감독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용가리 이후, 그는 자신의 괴수영화가 무시당하지 않을만한 기술력을 가지게끔 부단히 노력해왔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의 '그래픽 기술력'에 대한 집념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심형래 감독은 열정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욕심도 많죠.
그의 영화에 대한 욕심을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면 첫번째는 괴수영화(크게 보면 특촬물까지)라는 매니악한 장르에 대한 애정, 그리고 두번째는 한국 대중영화도 헐리웃 대중영화와 경쟁할 수 있게 만들려는 욕심입니다. 그의 CG기술에 대한 집착은 단순히 '한국에서 무시당하지 않는 괴수영화'를 만들기 위한 이유를 넘어서 헐리웃 기술력과 맞먹을 수 있는 한국산 기술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라 볼 수 있겠죠.

일단 D-War에서 그 시도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입니다.
이정도의 기술력을 유지/발전시켜 나간다면 뉴질랜드의 웨타스튜디오처럼 세계적으로 헐리웃 밖에서 헐리웃만큼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몇안되는 스튜디오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심형래 감독의 욕심은 이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그 스스로 감독의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계속 만들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발전시키고) 보유한 기술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장르 영화를 계속 만들어가겠죠.

정리해보면, 한국 시장내에서 순수 괴수영화 장르가 성공할 수 없다는 외부적 요인과 스스로 블럭버스터급 괴수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내부적 욕심으로 인해 심감독은 계속해서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D-War의 호평과는 별개로 심감독이 앞으로 이 길을 계속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저예산 B급 영화가 아닌 300억짜리 영화를 지속적으로 찍기 위해선 블럭버스터의 대중적 요소들을 더 많이 가져와야만 합니다. 실상 300억 규모의 예산에 이정도 그래픽 기술력을 보유한 괴수영화란 것은 괴수영화란 장르가 수익을 올릴수 있을 정도의 시장을 가지고 있는 외국에서도 포지션이 애매한게 사실입니다. 물론 괴수영화 매니아들에게 '최상급 영상을 보유한 괴수영화'라는 요소만으로 큰 매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상품성을 따져본다면 분명 기술력과 투자자본이 과잉된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심감독 본인의 욕심 역시 해외의 특정 장르 매니아에게만 인정받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블럭버스터들과 경쟁하는 것이기에 전작인 용가리가 해외 마켓에서 장르 매니아들에게만 반쪽의 성공을 거둔 것에 만족하지는 못할테지요.
결국 심감독의 이러한 야심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괴수영화의 요소보다 블럭버스터의 요소에 더 치우쳐야 한다는 겁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처럼 괴수영화의 탈을 쓴 작가영화(물론 대중성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영화들의 여러 기술들을 배워 가져와야 된다는 말이죠.

D-War에 대한 비판 중 대다수가 영상은 훌륭하나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괴수영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야기의 허술함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괴수영화에서 중요한 점은 (아래에 올라온 괴수영화 매니아분의 분석처럼) 괴수가 도시를 파괴하는 쾌감 그 자체를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이지 복잡한 이야기구조는 오히려 그 쾌감을 방해하는 요소일뿐이죠. 
하지만 블럭버스터의 측면에서 본다면 어떨까요? 블럭버스터에서도 시나리오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블럭버스터의 시나리오는 오히려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첩보물 등의 언뜻 복잡해 보이는 시나리오도 풀어서 살펴보면 상당히 단순합니다. 블럭버스터물 시나리오의 미덕은 하나의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관객이 화려한 액션을 감상하는데 방해되지 않는 수준까지 단순하게 짜여져야 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바로 연출력입니다.
블럭버스터 영화는 관객이 화면과 화면, 액션과 액션이 이어지는 것에 전혀 거슬리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정교한 연출을 해야만 합니다. 전체 이야기가 얼마나 인과관계에 따라 잘 흘러가느냐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씬과 씬, 액션과 액션 사이의 작은 인과관계는 철저하게 맞춰져야 합니다. 누가 어느 주먹으로 상대의 어느 부위를 가격했으며 그로 인해 상대방이 어느 각도로 어느만큼 날아가 어디에 부딪히느냐 등등을 컷의 길이와 화면의 구도, 주변 사물의 재질과 위치 등등을 아주 정교하게 계산해야만 관객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거죠. 또한 이러한 이야기 '조각'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밀고 끊는 조절도 중요하구요. 헐리웃 액션 영화의 무서운 점은 화려한 영상 기술력과 더불어 이런 정교한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연출력이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충무로의 한국산 대중영화들 역시 이 점에 있어선 비판을 피할 순 없을 겁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이런 연출력을 보여주는 감독은 오히려 작가주의 성향이 짙은 봉준호 등의 감독들이지, 순수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연출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죠)
하지만 지금 심감독이 보여주는 영상 기술력 역시 몇년전엔 불가능하다는 비웃음을 듣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불과 몇년만에 여기까지 이끌어낸 그의 그 열정이라면, 연출력 역시 수년내에 따라 헐리웃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심감독이 자신을 그토록 무시해왔던 한국 영화계를 용서하고 손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가 그간 당해온 멸시와 조롱을 이해못하는 제 3자 입장에서 너무 쉽게 하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이룬 이 훌륭한 기술력이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줌과 동시에, 심감독 자신도 한국 영화계가 가지고 있던 기반 자원과 기술을 얻어 더 훌륭하고 멋진 한국산 대중영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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