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걸음 느려지니 꽃잎도 느리게 보이더라니 꽃잎 지는 것도 계단 오르는 것도 세월의 무게
그늘에 노인과 나무가 다르지 않아 보이더라니 등 굽는 것도 가지 휘는 것도 세월의 그림자
2.
주름에서도 우두둑 소리 날 것만 같이 함박 웃으시는 할머니 참으로 대단하시오
내 눈엔 모진 세월 선한데 그런 미소를 어찌 간직하셨소
3.
구름 개쩌네 하늘 존나 이쁘다
4.
노을이 만든 성냥 하나 타는 시간
비로소 해를 쳐다볼 수 있는 하늘 속으로 많은 걸 용서하는 눈빛을 보낸다
5.
자전거로 천변 지나는 길 잠자리들 살판이었다
마침 주홍 파스텔 톤 하늘에 불현듯 떠오른 잠자리채 추억
생명의 무게를 몰랐던 시절 당시를 어이 꾸중하랴
다만 저공 비행하는 날갯짓 소리들 사이로 페달을 느리게 밟았다
6.
온 동네 꽃을 섭렵할 테요 봄이면 매화 구하엔 백일홍 가을이면 코스모스 첫눈엔 동백
그리 사시사철 꽃 피는 날에 눈감아 저승차사 오면 잡귀가 될 여한일랑 털고 가자 묻거든
그럼 요 앞에 배롱나무며 해바라기밭도 있는데 거기 꽃이나 다 세보고 떠납시다 농하련다
7.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 긍정할 즈음 몇 번 부고를 들었고
돌아가시기 전 의식은 있으셨냐고 똑같이 묻곤 했다
때를 받아놓고 시드는 꽃이 무슨 경지처럼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