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이 감염 방지를 위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 해도 반드시 주사제가 오염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해당 주사기가 사건 발생 후 다른 오염원인 의료 폐기물과 섞여 있어 다른 곳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동일한 준비 과정을 거친 주사제를 투여받고도 패혈증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신생아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진에게 죄가 없다고 봤다. -연합뉴스 발췌- 그럴듯하게 보이기는 하는데 결국 아이 부모는 억울할 거 같네요.
의사들이 과연 로스쿨 가서 검사를 하려고 할까요..? 정말 특이케이스 아니고서는 의사생활만 하고 그나마 변호사 자격을 따도 돈 많이 주는 대형로펌 같은 곳으로 가지 의사 면허까지 있는데 검사 임용은 잘 안 가니까요. 그렇다고 검사 월급을 무턱대고 높일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어렵습니다.
왜 여러분 이 케이스에서는 정부와 시스템에 분노 안하시나요? 역사 수리공, 소방관의 장비 문제 등에는 정부와 시스템에 분노 하면서 이번에는 정부와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부분에만 분노하시나요? 이건 우리나라같은 시스템에서는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대목동병원이 굳이 나쁘고 더러운 병원이고, 저 구속처분 받았던 전공의와 간호사가 악마라서 그런게 아니란 말입니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에요. 저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구요. 균 감염 문제가 저 사람들이 위생수칙을 안 지켜서 그런게 아니라구요. 그냥 병원이라니까 분노하지 마시고, 이 사안이 어떤 사안인지 깊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아이들은.. 사실 의료인들이 억지로 살리고 있는 환아들이 많습니다. 옛날같으면 살지 못했을 어딘가 아픈, 그런 힘들어하는 아이들요. 이 아이들 살리려고 밤낮 자기시간 몸뚱이 갈아 넣으며 희생하고 있는 의료인들은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정부와 시스템 의료 보험의 피해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구속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 받은 교수, 전공의와 간호사들이 가해자는 분명히 아닙니다.
당연히 아이들 사망 안타깝지만, 저건 저 사람들 벌한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 사람들이 나빠서 일어난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꼬리자르기입니다. 그들로 죄값을 치르고 끝내려 하는 이대목동병원과, 이대목동병원으로 죄값을 치르고 끝내려 하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분명한 문제입니다.
정확한 상황을 구구절절 알지 못 하게 누가 나서서 하나하나 설명하지 못 하는 것이 매우 아쉽네요. 몇가지를 들자면,
1. 당시 부족한 인력 문제 : 그만 둔 전공의들이 몇 있어서 당시 근무 중이던 전공의가 모두 대처하기 역부족이였다고 보여집니다. -> 대체 인력 충당의 문제는 병원의 잘못 같겠지만, 비정상적인 의료수가 책정으로는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듭니다.
2. 오염된 수액 문제 : 실제로 균 배양된 것도 증거로 채택되기에 문제가 많다고 보여지나... 실제로 조제된 수액이나, 오염의 원인이 된 주사의 관리는 의사가 하지 않으며, 감독은 의사가 하게 되어있으나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간호사가 일일히 주사할 때마다 같이 있어야 되는 건데 그러면 인력이 거의 2배가 필요합니다. 꼭 의사가 아니여도 고년차 간호사가 있어도 되겠지만, 모두 인력이 필요하고 그 인력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사제 관리 등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만... 그 교육시간도 어렵게 내서 개인시간에 듣는게 현실입니다.
3.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는 아이들의 중증도 ... 아이들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가 없으니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일단 신생아는 면역력이 정상인보다 떨어집니다. 특히 세균감염에 취약.. 그래서 격리되고, 방문도 제한되어 있는데, 균 감염은 치료를 받기 위해 달고 있는 주사제나 수액으로 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균감염 치료에는 주사가 가장 적절한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실제로 중환자실에서 원내감염은 중심정맥이나 IV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그게 없으면 죽었을 수도 있는 환자들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치료하다 보면 똑같이 치료해도 약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니거든요... A 약을 쓰면 88% 완치한다 해도 12%의 불운한 환자들이 있는 것이 있는 것처럼...
꽃 피워보지 못 하고 져버린 4명의 아기들을 생각하면 너무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그 동안 살려냈을 미숙아, 조산아, 신생아들이 많으신 의료진들이 추운 겨우내 구치소에 있으며 욕까지 먹어야 하는 현실 또한 안타깝습니다... 그 신생아들 다른 병원이였으면 살았을 수도 있죠. 하지만 다른 병원이였어도 결과가 안 좋았을 수도 있는 중환들입니다. 어떻게 4명 모두 그렇게 같은 날 같은 원인으로 사망할 수 있느냐 - 그런 논리로 단죄를 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사안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턱없는 수가로 인력부족, 기계부족, 약제 제한 등등으로 제약받는 환경에서 치료받으며 버티기에 신생아들이 너무 취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이러다 사고나지 싶은 상황들이 종종 생기는게 vital을 다루는 과들의 현실인데 그 폭탄이 터진 거죠..
개인적으로 제일 핵심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빠져서 보충합니다. 연쇄사망의 원인이 분주(나눠서 주사)한 영양제라 하더라도, 원칙(1인 1바이알에서 필요한 만큼만 주사하고 잔량은 폐기)대로 주사했다면 피해가 훨씬 적었을겁니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1인 1바이알 청구시 심평원에서 삭감합니다. 즉 정부부처가 피해를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게 책임을 떠넘긴 뒤 모르쇠 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