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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게시물ID : sisa_3297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앗싸좋쿠나
추천 : 3
조회수 : 1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20 22:59:27

1. 왜 문재인이 패배했나?

 

언론? 대북관? 저는 이건 부차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어느정도의 영향은 끼칠 수 있을지 언정 치명타는 먹일 수 없는... 그런 요소말입니다. 언론의 영향력 때문이라면 TV는 땡전뉴스 틀어주고 신문은 전두환 찬양하던, SNS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에 민주화 투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리고 김대중에게도 노무현에게도 언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 둘은 당선에 성공했죠. 

 

대북관. 뭐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데 9.11 테러 당하고 이유없이 이라크하고 전쟁한건 공화당이고 빈 라덴 잡고 이라크, 아프간 마무리 한건 민주당임에도 "안보는 공화당이지" 라는 소리가 통하는 데가 미국입니다. 한국도 똑같아요. 이미 이미지가 인이 박힌 상황입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때 남북간 전쟁이 나서 주석궁을 탱크로 뭉개고 김정은을 효수하지 않는 한 이건 바뀔수가 없어요. 그러나 사상검증 토론회라는 희대의 코미디같은 자리까지 나간 김대중도, 문재인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빨갱이 소리 많이 들었던 노무현도 당선 됐습니다.

 

결국 될놈은 어떻게 해도 됩니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안될 놈이었냐.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왠만하면 됐겠지만 상대가 너무 막강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보수의 모든것들의 집합점이자 시작점인 '박정희 신화'의 적자 박근혜를 상대로 이정도 까지 할만한 사람이 지금 민주당 인사중 누가 있겠습니까? 손학규, 김두관, 박영선, 안희정... 모두 괜찮은 사람일지 몰라도 문재인만큼 반여, 비여세력의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없었을 겁니다. 설사 저기에 안철수가 합류를 한다고 해도 말이죠.

 

결국 문재인이 패배한 이유는 이쪽도 강하긴 했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고 거기에 민주당의 전략실패가 맞물린 결과라 봅니다. 노무현보다 PK와 대구에서 표를 더 얻은 마당에 강원,충청에서 선방하고 수도권에서 문재인이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랬으면 문재인이 이겼겠죠. 그러나 충청과 강원에서 참패했고 확실한 격차를 벌려야 하는 수도권에서조차 문재인이 밀렸습니다. 이건 전략실패라는 말 외에는 달리 할말이 없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민주당 지도부의 철저한 성찰이 요구됩니다.

 

 

2. "박정희"의 종언


박근혜 정권의 끝이 어찌되든간에 박정희라는 상징은 이제 힘을 잃는다고 봅니다. 더이상 살려내는게 불가능하죠. 박정희 신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을 하고 난 마당인데 누가 박정희 카드를 꺼내들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박정희 코스프레나 박정희의 후계자 이런건 볼 수 없을 겁니다. 진퉁이 왔다 간 자리에 짭퉁이 발을 들이 밀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죠.

 

박근혜 5년이 어쨌든 간에 한국사회에 드리웠던 박정희의 그림자는 사라지는 시대가 올겁니다. 그게 말 그대로 아예 박살이 나든 아니면 잊혀지든 어떤식으로든 말이죠...  

 

 

3. 진보의 멸망, 양당제 구도의 서막

 

민노당부터 시작해 착실히 성장해 오던 진보진영은 통진당의 당권파가 그 실체를 드러내며 말 그대로 자폭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선 진보의 ㅈ도 꺼내기 힘든, 그런 상황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진보진영의 쇠퇴는 결국 이번 대선이 미국처럼 극우에 가까운 세력과 리버럴이 충돌하는 구도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도는 쭉 이어질거라 봅니다. 어찌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그나마 한국에서 노동과 삶을 이야기하던 세력이 무의미해져 버린 셈이니까요. 다시 진보진영이 살아 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살아나는데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거라 봅니다.

 

 

4. 조심해야 할 것들

 

첫번째로 '패배주의'에 빠져 포기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됩니다. 이번에 졌다고 세상끝나는거 아닙니다. 5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만 짧습니다. 곧 보궐선거가 있을테고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그리고나면 총선. 또 대선이죠. 그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고 정국은 변할겁니다. 그러니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고 또 해보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투표근이 퇴화되지 않게 단련합시다.

 

또다른 하나는 '내가 도덕적으로 옳다'는 오만입니다. 예 뭐 박근혜와 비교해 문재인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더 바람직한 삶을 살아온게 맞습니다. 새누리당이 그간 여로모로 국민에게 엿을 던진것도 맞구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이래도 새누리를 찍어? 이 멍청한 놈들" 하는 소리를 늘어놓고 "우리가 옳고 우리가 정의고 남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오바마도 이야기 했죠. 이라크전에 찬성하는 애국자와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애국자도 있다고. 그 이유가 뭐든간에 박근혜에게 표를 던진 사람중에 대한민국 망하라고 표를 던진 사람 없습니다. 박근혜가 대한민국을 잘 이끌 지도자라 생각해서 표를 던진거죠. 거기에 대해 "어떻게 독재자의 딸을..." 하는 소리는 씨알도 안먹히는 소립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거기에 반발심리를 지닌 사람들이 생겨나기 마련이죠.(저는 일베의 탄생이 여기 있다고 봅니다. 그 논리가 어쨌든 친여의 ㅊ자만 꺼내도 다구리를 맞는게 인터넷이니까요)

 

아무리 옳고 좋은 소리라 해도 그게 강요가 되면 짜증을 불러 일으킵니다. 학창시절 부모님의 공부하란 소리, 그게 자식이 잘못되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 소리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을까요? XX를 찍어, XX 안찍으면 넌 친일 매국노 밀어주는 거야. 이런식의 이야기... 우리편의 결집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한 사람에겐 짜증을 불러 일으키고 반발심리를 불러옵니다. 그리고 상대편의 결집을 더 강하게 만들뿐입니다.

 

쟤를 찍지 말아야 할 이유를 소리높여 말하지 맙시다. 얘가 쟤보다 뭐가 낫다고 이야기 하기보다 얘가 무엇을 잘하고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지 이야기합시다. 쟤를 찍지 말아야 한다고 소리치다 망한건 2007년 대선, 4.11 총선, 이번 대선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4. 결

 

뭐 이외에도 20대 보수화나 여러가지 테마가 있긴 하지만 지엽적인 문제라고 보고... 사상 유래없는 양쪽의 대회전이 막을 내렸고 좋든 싫든, 그 속도야 어쨌든 새로운 시대로 가는 선거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어찌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되길 바랍니다.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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