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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용어해설 - 후방 플레이메이커
게시물ID : soccer_486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앗싸좋쿠나
추천 : 11
조회수 : 92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1/13 14:28:11

최근 자주 사용되는 축구 용어 중 하나로 deep-lying playmaker 내지 후방 플레이메이커라는 말이 있습니다.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플레이메이커라는 말은 사용될지 언정 '후방'이라는 수식어는 붙지 않았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사비 알론소, 피를로, 마이클 캐릭 등 홀딩 미드필더의 자리에서 경기의 템포를 조율하고 전방에 공을 뿌리며 팀의 빌드업을 담당하는 선수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런 선수들에게 후방 플레이메이커 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홀딩 미드필더들이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나 공격수를 저지하는 수비적 역할에 치중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후방 플레이메이커는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것일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플레이메이커라는 포지션에 대해서 정의를 하고 가야 할 듯 합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메이커하면 떠오르는 선수들 하면 멀게는 마라도나나 미셸 플라티니를, 가깝게는 지네딘 지단이나 토티, 외칠 등을 떠올리는데 이런 선수들의 전반적인 공통점은 공격수 뒤에서 치명적인 패스를 찔러주거나 여차하면 직접 슈팅을 시도하여 공격의 마무리를 짓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플레이메이커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바로 공 소유, 즉 빌드업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을 따내 플레이메이커에게 건네주면  중앙에서 공을 가지고 버텨줌으로써 다른 선수들이 상대 진영으로 침투 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죠.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플레이메이커란 "수비 가담에서 자유로우며 공을 가진 상태에서 팀의 공격작업을 지휘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팀의 공격작업을 지휘하는 선수"로써 플레이메이커는 1980년대 말 그대로 황금기를 맞이 합니다. 이때 주로 사용되던 3-5-2 포메이션은 보통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고 그 앞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포메이션인데 이 포메이션을 사용할 경우 공격형 미드필더는 수비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에 보통 '1'의 자리에 서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덕분에 80년대는 가히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전성시대가 됩니다. 지쿠, 미셸 플라티니, 마라도나, 라우드럽등 수많은 스타선수들이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에서 활약을 할 수 있었죠.(이때문에 공격형 미드필더=플레이메이커 라는 공식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좀 잘못된 개념입니다)

 

그러나 80년대 말 위대한 전술가 아리고 사키 감독이 등장하면서 플레이메이커라는 역할은 점차 사장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리고 사키 감독은 수비진과 공격진 사이의 거리를 25m로 유지하며 대형을 좁히는, 이른바 공간을 쥐어짜는 전술을 내놓았습니다. 뒤로 물러나 수비를 하는 것이 아닌 전방으로 나아가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이 새로운 개념의 전술과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으면 공격가담 여부와 상관없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는 오프사이드 룰이 겹쳐지면서 플레이메이커는 무언가를 시도할만한 공간을 잃게 되었습니다. 패스를 찔러주면 오프사이드고 직접 해결하려니 이전에 비해 강한 압박에 걸리니 당연한 결과겠지요.
 

'사키이즘'의 등장은 기존의 팀들이 운영하던 수비부담에서 자유로운 공격형 미드필더, 즉 일반적인 개념으로써 플레이메이커의 활약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드베드나 지네딘 지단, 리켈메 등 탁월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꾸준히 등장했지만 과거와 같이 위대한 플레이메이커들이 동시에 명멸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을 고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4-4-2와 같은 3선 포메이션에서 4-1-2-3, 4-2-3-1등의 4선 포메이션이 도입되고 대인방어와 지역방어가 혼용되면서 필드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압박이 더하냐 덜하냐의 차이만 있을뿐 공을 가진 선수에 대한 압박은 과거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고 특히 센터서클을 넘어오는 순간부터 위험지역까지의 압박은 말 그대로 살인적인 수준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처럼 공을 잡는 순간 불과 몇초도 안되어 두명, 세명의 선수에게 에워 싸이며 공간을 봉쇄당하게 되었죠.

 

이런 압박 속에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기량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자기 혼자서 무언가를 시도할 엄두를 낼수가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상대진영쪽에서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선수는 지구상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많이 뛴다고 해서 골을 넣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팀의 템포를 조절하고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선수를 배제한체 경기를 할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감독들은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분리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플레이메이커가 빌드업부터 페넌트레이션까지 홀로 했다면 이제는 빌드업을 할 선수와 페넌트레이션을 할 선수가 분리된 것이죠. 최근에 자주 보이는 후방 플레이메이커는 바로 이러한 전술의 변화에서 등장하였습니다.

 

전방에서 압박이 극심해 이전과 같은 빌드업이 불가능 하다면 비교적 압박이 덜한 지점인 자기진영에선 빌드업을 하고 전방에 페넌트레이션이 가능한 선수에게 볼을 투입해주면 된다는 거죠. 이러한 플레이메이커의 분업화는 홀딩 미드필더의 역할을 바꿔놓음과 동시에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갖지 못한 팀들이 고전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미드필드 후방에서의 볼 소유가 제대로 안되니 공수 간격이 자꾸 벌어지고, 이때문에 전방의 선수들이 공을 받기 위해 뒤로 내려오면서 불필요하게 많이 뛰게 되는 문제점들이 생겼죠. 특히 EPL 팀들이 후방 플레이메이커 부재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었는데 맨유는 결국 은퇴했던 스콜스를 복귀시키기에 이르렀고 미켈 외에는 이렇다할 홀딩미들이 없던 첼시는 결국 디마테오 감독이 램파드를 미드필드 후방으로 끌어내리는 응급조치로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합니다.

 

이처럼 현대축구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의 중요성은 갈수록 상승중입니다. 4선 포메이션이 보편적인 포메이션이 된 시대에 4선 포메이션에서 2선과 3선을 연결하고 2선에 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뛰어난 후방 플레이메이커의 존재가 필수적이니 당연한 소리일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축구 경기를 볼때 4백 라인 앞선에 위치한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 보시길 바랍니다. 바로 그 자리에 서는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팀의 경기력과 주도권 싸움의 향방이 갈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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