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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커피.txt
게시물ID : humorstory_4444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단풍잎
추천 : 2
조회수 : 152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3/12 09:29:42
자주가는 PC방이 있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컴퓨터가 좋은 것도 아니다. 다만 자주가는 이유가 하나 있는데 그건 알바가 서비스로 타주는 종이컵 커피다. 겉보기에는 자판기에 300원 넣고 뽑아먹는 냉커피와 다를바 없지만 실재로 마셔보면 뭐랄까 형언할 수 없는 달콤하면서도 혀에 촥 감겨오는 감칠맛 같은 것이 깃들어 있었고,(물론 커피에서 표고버섯 진간장 따위의 맛이 난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그것은 나를 그 PC방으로 인도한다.
오늘도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받아들자 궁금증이 일었다. 도대체 이렇게 맛있는 커피는 어떻게 타는걸까 하고 말이다. 여기가 커피가 주 메뉴인 까페인것도 아니고 나도 나름 단골인데 물어보면 가르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물었다.
나: 저기요 여기 커피 진짜 맛있는데 무슨 커피에요? 뭐 특별히 레시피같은거라도 있나?
알바: 아, 그거요? 더위사냥 녹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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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었다. 하긴 어디서 느껴본, 뭐랄까 삼십년 전통 김할머니 고르곤졸라 파스타같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고향의 맛이 전해오는 그런 향미였다. 왜 그게 더위사냥이란 생각을 하지 못한걸까? 아니, 애초에 더위사냥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그걸 녹여서 커피로 마실 생각은 왜 하지 못했던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이번엔 대체 그 더위사냥은 그 맛을 어떻게 내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여러 조사 끝에 경기도 외각의 한 더위사냥 공장으로 향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공장장이나 그런 사람에게 연락을 주고 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종이에 떨리는 손으로 적은 주소를 들고 마치 인공지능이 구린 좀비게임에 등장하는, 사이의 장애물 따위는 생각도 않고 주인공을 향해 직선으로 걸어가다 벽에 걸려 헛걸음을 하는 좀비마냥 그대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오른 것이었다. 미친놈마냥 택시에 오른 나는 기사아저씨를 재촉했고 날이 저물기 전에 계획했던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앞에 서서 커다란 문을 보고 이성이 돌아온 나는 일종의 뻘줌함과 무계획성에서 기인한 불안감과 그 환상의 맛을 기억하는 혀의 재촉, 그리고 더위사냥의 비법을 갈망하는 자신의 안절부절함이 섞여 극도의 멍청함에 마비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예고없이 찾아온 외부자인 주제에 나는 공장장이라도 된 마냥 당당하게 정문을 열고 들어갔고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아무나 잡아 더위사냥을 어떻게 만드냐고, 어떻게 그런 환상적인 궁극의 커피맛을 낼 수 있는거냐고 고함을 지르며 물었다. 하지만 그 상냥한 분은 경찰을 부르는 대신 나를 공장장에게 대려다주었고 ,지금의 나는 역설적이게도 그에게 감사를 느끼기는 망정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두손을 떨곤 한다.
 
 
 
 
 
 
 
 
나는 공장장에게 물었다.
나:더위사냥의 완벽한 커피맛, 그 비결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공장장이 답했다.
 
공장장: 서울 XX동에 어느 PC방이 있는데, 아 글쎄 거기서 손님한테 서비스로 주는 커피가 맛이 진짜 끝내주더라고. 그래서 그거 갖고와 여기서 얼리는겁니다.
 
 
 
 
 
 
 
 
 
 
 
 
 
 
 
 
 
 
 
Ouroboros.png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png
 
-끝-

 

출처 몇마디 대화형식정도로 이루어진걸 어디서 봤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살을 붙여 리메이크 해봤습니다. 원본을 아시는분은 댓글에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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