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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여우. 그 둘만의 이야기 - part 1
게시물ID : humorstory_4447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도디ㅠ
추천 : 2
조회수 : 8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30 22: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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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건 우리 모두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주변의 착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예요.
누가 그러던가요. 사람 사는거 거기서 거기라고.


1.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한 마을에 곰이 살고 있었어요.
그 곰은 곰답게 미련하고 우직했어요. 다른 곰들보다 더 심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말수도 적고 자기주장도 강하지 않는 녀석이니까요.

하여간 이 곰은 되게 착했어요. 다르게 말하면 멍청했을수도 있겠네요.
뭐 착한것과 멍청한건 분간이 잘 가지 않을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문제는, 생긴것도 그저 그런데, 눈치도 별로 없는 녀석이라는 거예요.
누가 봐도 '저 자식 연애나 한번 제대로 해보겠냐' 싶은 호구상이었던거죠.
누구나 주변에 한두명쯤 이런 케릭터가 있지 않나요?

그래도 다행인건 어렸을때는 살이라도 덜 쪘었으니 보기에 크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뭐 그래봐야 그냥 다행스러운 시절이 있었던거죠. 아직 큰 곰이 되기엔 한두해 전이라 풋풋한 느낌마저 드는 나이였어요.

그 다행스러운 시절이 끝나기전, 다행히도 곰에게는 마법의 가을이 찾아왔어요.
곰에게는 그 가을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드래곤라자를 열번을 읽었어도 알 수 없었겠지만요.




2.
옆 마을 어딘가에 어린 여우가 살고있었어요. 아주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죠. 어린 여우였지만 반에서 키가 제일 크고 성숙해 보이는 여우였어요.
조잘조잘 말도 잘 하는 여우였죠. 어디에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여우였어요.

이 둘이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마법의 가을이 그 둘을 이어준게 아닐까 할 뿐이죠.

곰은 어린 여우가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 본 순간부터 두 볼이 빨개지고 가슴은 두근두근 했어요.
하지만 서툴었죠. 곰에겐 처음 겪는 일이었으니까요.

곰은 여우에게 자꾸 다가갔어요. 밥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줬죠.
여우도 착한 곰이 마냥 싫지는 않았는지 함께 잘 어울렸어요.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났어요.
시간은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이 미련한 곰은 차일까봐 고백도 못하고 전전긍긍, 애 태우기만 했죠. 첫사랑이란게 다 그런게 아니겠어요?
누가 봐도 둘은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곰에 비해 여우가 너무 예뻤거든요.

주변에 살던 사자와 호랑이, 늑대와 원숭이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호시탐탐 여우를 노리고 있었어요.
곰에게 자격지심이 좀 있어서일까요? 곰은 자신에게도 과연 차례가 돌아올지 걱정 또 걱정을 했죠.
이 호구같은 곰은, 웃기게도 다른 동물들에게 여우를 빼앗길까 항상 걱정했어요. 아직 자기 애인도 아닌데 말이예요.




3.
가을이 끝나기 직전이었어요.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으리라.

미련한 곰은 고백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오글오글한 노래를 한곡 준비하고 예쁜 장미를 몇송이 샀어요.
뭐 다발로 준비한건 아니고, 몇 송이의 장미와 안개꽃. 크지 않지만 예쁜 장미꽃이었어요.
들고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사이즈에 포장이 과하지 않은 깔끔한 꽃다발이었어요.
곰에게는 나름 센스있는 선택이었죠.

오늘의 약속장소는 동네 장터예요.
곰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노래와 꽃을 들고 약속장소에 나갔어요.

여우도 곧 도착했고 둘은 조용한 찻집에 들어갔지요. 물론 꽃다발은 들키지 않게 잘 숨겼죠.
차를 마시며 둘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 이건 곰 입장일 수도 있겠네요. 여우 입장에서는 왠지 모르게 곰이 안절부절하는 것으로 보였을 테니까요.

곰은 너무 긴장을 하고 있었어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타이밍만을 엿보고 있었죠.
역시 누구에게나 처음은 떨리고 어려운가봐요. 바보같은 곰은 한시간이 지나도록 땀만 뻘뻘 흘리고 있네요.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드디어 곰이 원하던 시간이 온 것 같았죠. 분위기도 좋고 타이밍도 좋았어요.

곰은 떨리는 손으로 이어폰을 여우에게 건네줬어요. 그리고 노래를 들려주었어죠.
이어폰에서는 오글오글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공주님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노래였어요. 아, 물론 '공주는 외로워'는 아니었답니다.
곰이 그 정도로 호구는 아니더라구요.

곰에게는 오늘따라 노래가 좀 길게 느껴지네요.
눈치가 없는 곰탱이었지만, 그래도 아까부터 낮선 기류가 느껴지긴 했어요.
아무렴 여우 입장에서야 '이 곰탱이가 안절부절 못하는 꼴을 보니 고백을 하려는구나' 하고 미리 짐작을 했을거예요.
아니, 옆 테이블의 나무늘보도 한눈에 알아본 느낌이었어요. 이 호구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이윽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잦아들었어요.
긴장한 탓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곰은 정성스레 준비한 꽃다발을 여우에게 건내주었죠.
곰과 여우 모두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어요.

이윽고 곰은 회심의 멘트를 날렸답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그 멘트를 현장에서 들었다면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하셨을텐데.. 뭐 곰탱이의 센스는 꽃다발이 한계였던 걸까요?

어쩃든 그 고백의 멘트는 이러했답니다.


"나의 공주님이 되어줘"



4.
여우느님께서는 오글거리는 멘트에도 굴하지 않고 곰의 고백을 경청해 주시며 사귀는 것을 윤허해 주셨답니다.
그 둘은 생전 처음으로 연애라는걸 해보게 되었어요.
모두 박수~ 짝짝짝~

곰은 날아갈듯 기뻤어요.
입가로 미소가 피식피식 세어나왔죠.

곰은 이제 여자친구가 된 어린 여우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데려다줬어요.
그리고 곰은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우와 길고 긴 전화통화를 했죠.

이 곰탱이가 태어나서 이렇게 기뻐한적이 있었을까요?
혹은, 평생 이런 기쁨을 또 느낄수 있을까요?

곰은 입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일쑤였어요.
한동안 곰 옆에 있으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었을거예요.

"하늘에 두둥실 떠올라~ 모든걸 가진 이 기분~"

얼마나 좋으면 저럴수 있는건지 ㅋㅋ



5.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 곰이란 녀석이 눈치가 별로 없어요.
할줄 아는거라고는 그저 우직하게 옆을 지켜주는게 전부인 녀석이었거든요. 뭐 어찌보면 연애가 처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반대로 어린 여우는 여우답게 조변석개하는 갈대같은 존재였어요. 게다가 꽤 전투적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어려서인지, 여우여서인지는 모르겠어요.

어찌보면 다행이었어요. 그가 곰인게 말이죠.
어린 여우가 하루종일 투정을 부려도, 화를 내도, 곰을 놀려대도 곰은 묵묵히 다 받아주었어요.
받아주는건 자신이 있었거든요. 어찌보면 할 줄 아는게 그것 뿐이었어요.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가 곰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우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여우는 하루가 멀다하고 곰을 긁어댔고, 곰은 아침 저녁으로 여우의 투정을 받아주었죠.
둘은 이런 희한한 관계를 계속 지속할 수 있을까요?



6.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왔어요.
이 둘은 아직도 잘 지내고 있을까요?

다행히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곰의 신변에 문제가 좀 생겼네요.
한해가 지나고 고3이 되어버린 거예요. 게다가 고3이라고 야자를 해야 한답니다.
주말이요? 토요일도 닥치고 학교에서 6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된다네요. 일요일도 짤없이 등교를 해야했어요.
하지만 여우는 아직 어려서 중학교에 머물러있었어요.

곰은 우울해졌답니다. 막 눈에서 눈물이 났어요. 어디 하소연 할 수도 없었죠.
코끼리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서 
"저는 여우와 연애중이니 오늘은 데이트를 위해 야자를 째겠습니다." 
라고 말했다가는 아마 코끼리 코에 목이 졸리거나 코끼리 발에 밟혀 죽을거예요.

그렇다고 헤어질수도 없었죠. 곰은 여우를 많이 사랑했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많이요.



7.
곰은 매일같이 여우를 볼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여우를 보러 갔어요.
고백했던 찻집에서 만나거나 여우의 집 근처에 찾아가곤 했어요.
그렇게 만나서 애뜻한 애정표현을 낮간지럽게 하곤 했죠.

곰은 여우와 함께 자주 성벽을 걸었어요. 그렇게 걷다가 성문위에 올라가
"너는 나의 공주님이고 이 성은 네 성이야." 라는 말도 안되는 개드립을 날리곤 했죠.
누누히 말하지만 이 곰은 진짜 센스가 없어요. 센스가 있으면 곰이겠어요?

곰은 종종 야자가 끝나면 늦은 시간이지만 여우집 앞에서 잠깐 얼굴만 보고는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곤 했죠.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어요. 버스를 타면 금방이었겠지만 곰은 용돈이 떨어지면 속절없이 걸어가야만 했죠.
뭐 가끔 여우에게 차비를 받아서 돌아올때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그 먼 길이 곰에겐 즐거움이었어요. 여우는 곰의 힘든 수험생활을 이겨낼수 있는 힘이기도 했고, 의지할 대상이기도 했구요.

가끔씩은 여우가 수업이 끝나면 곰의 학교 앞으로 찾아오곤 했어요.
그럼 곰은 저녁시간에 학교를 빠져나와 여우와 함께 밥을 먹곤 했어요.

곰은 행복했어요. 옆에는 사랑하는 여우가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야자의 우울함도 많이 날려버렸어요. 모든게 잘 돌아가고 있는 듯 보였어요.



8.
곰에게는 곰이 어울릴텐데 이 둘은 종이 달라요.
서로의 생태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어린 여우는 사춘기였어요.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였죠.
이 미련하고 센스없는 곰 말고 다른 동물들은, 다른 수컷들은 어떤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여우 입장에서 곰은 좀 답답했거든요. 
잘생긴 것도, 센스가 좋은것도, 눈치가 빠른것도 아니었고 말주변도 없었으니까요.

마침 곰은 야자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없었으니, 여우를 관리할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여우는 그 틈을 노려 여기저기 페로몬을 뿌리고 다녔어요.

뭐 사춘기때 그럴수야 있다고는 하지만 곰 입장에서는 난처했어요.
여우는 말하는걸 좋아하거든요. 비밀스럽게 뭔가를 하는게 아니었어요.
자꾸 다른 수컷 얘기들을 곰에게 늘어놓았거든요. 곰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였어요.
곰은 여우의 생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자연히 이 문제를 해결한 방도를 찾지 못했어요.
그저 묵묵히 들어줄 뿐이었죠.

여우가 화를 내건 짜증을 내건 다 받아주던 곰이었지만 이런 문제들은 곰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랍니다.
게다가 헤어지자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여우였지요.
제 아무리 가죽이 두껍다고 해도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어요. 곰에게는 생채기가 하나 둘 쌓여갔어요.


하지만 곰은 여우를 내치지 못했어요.
곰은 여우를 여전히 사랑하거든요.



9.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네요.
둘이 만난지 한해가 거의 다 되었어요.

곰은 여전히 여우를 사랑했으며
여우 또한 곰을 사랑했지요.

여우는 자신이 곰을 상처입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곰은 자신이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었지요.

어쩄든, 드디어 곰의 수험생활이 끝이 났군요!
곰은 뛸듯이 기뻤어요. 사랑하는 여우를 마음껏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여우가 페로몬을 뿌리고 다니지 못하게 옆에서 감시할 수도 있었지요.

모두가 해피해피 했어요.



10.
오늘은 곰이 여우의 집에 놀러갔어요.
두근두근 여우의 방은 어떤 모습일까요?
곰은 잔뜩 기대를 했답니다.

여우의 방에서 예전 앨범도 보고 같이 책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여우가 곰을 위해 악기를 연주해주기도 하구요.

둘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거야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옆에서 보기엔 정말 행복해보였어요.
그렇게 즐거운 ('므흣한' 아닙니다. 엄격 진지)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때 갑자기 현관문에서 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어요?

어머나!
아버지가 돌아오셨어요!

화들짝 놀란 곰은 어찌할바를 몰랐어요.
그 덩치에 기껏 한다는게 여우 책상 밑으로 숨어 들어가는거라니!

여러분들 같으면 다 큰 곰 한 마리가 책상 밑에 숨으면 숨겨질거라 생각하시나요?
절대 안 숨겨지죠.

네. 그렇습니다. 곰은 걸렸습니다. 딱 걸렸습니다.
여우 아버님께요.

아버님은 엄청난 포스로 말씀하십니다.
"여긴 금남의 집이야! 여길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썩 꺼지지 못해?????"

곰은 간과 웅담이 콩알만해짐을 느꼈어요. 분명 그 목소리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으니까요.
포스에 눌려 몸조자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곰은 연신 '죄송합니다'를 복창하며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어요.
생존 본능 같은것이었겠죠.

곰은 결국 그 집에서 쫒겨나게 되었답니다 ㅠ

여우는 아버님께 혼쭐이 났구요, ㅋㅋ






11.
곰은 공부를 썩 잘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마을에서 가까우면서 괜찮은 대학교에 갈 실력이 되진 않아요.
점수에 맞춰 마을에서 좀 멀리 떨어진 학교에 가는 수밖에 없었지요.
곰은 방법을 찾기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어요.

결국 마을에서 차로 한시간 반 남짓 걸리는 학교에 가게 되었죠.

곰은 또 슬퍼졌어요.
여우를 만나기가 고3때보다 더 힘들어졌거든요. 고3때는 중간중간 얼굴이라도 볼텐데, 이건 거리상으로 그럴 수가 없었어요.

뭐 어쩌겠어요. 공부를 게을리한 결과 아니겠어요?

날이 풀리기 시작할때, 곰은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아, 여우는 어떻게 됐냐구요?

중3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곰은 주변으로부터 갑자기 범죄자 취급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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