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우리 모두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주변의 호구같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예요.
누가 그러던가요. 사람 인생 거기서 거기라고.
12.
곰은 대학생이 되었고, 여우는 여전히 중학생이었어요.
그렇다고 궁합도 안본다는 네살차이는 아니었어요. 나이상으로는 세살차이 였는데, 곰이 생일이 빨랐거든요.
아, 설정이 너무 쓸데없이 디테일한가요?
어쨌든 처음 사귈때부터 욕은 먹었지만 크게 먹지는 않았었는데 대학생이 된 지금은..
그냥 범죄자 취급이죠. 감히 중학생을.. 부들부들!!
하지만 곰은 범죄자 취급이 썩 싫지는 않았던 모양이예요.
연애도 못해본 근본없는 놈들이 놀리는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죠.
역시 새내기의 자존심은 연애중인가 아닌가로 나뉘는 것일까요?
다행히 새대차이는 나지 않았어요.
여우는 생긴것도 성숙했지만, 정신연령도 낮은 편이 아니었답니다.
13.
곰은 학교생활에 너무 치중하고 있었어요.
생활 환경이 갑자기 바뀐 탓이겠죠. 어찌보면 적응을 위한 몸부림이었달까요?
곰은 보고싶은 여우도 자주 못봤어요.
학교가 멀다보니 그냥 선배방에 주저앉아서 빈대자취를 시작했기 때문이었죠.
둘은 자주 보지 못하다보니 전화로 자주 싸우기만 했죠.
짜증 섞인 전화통화에 서로에게 생채기만 잔뜩 내고있었어요.
점점 서로에게 소홀해졌고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죠.
서로가 직감하고 있었어요.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요.
14.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던 어느 날이었을거예요.
곰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요.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어쨌든 곰의 말에 따르면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지쳤기 때문일거라고 했어요.
함께하지 못함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서로가 멀어짐으로 인해 날카로운 말들을 내뱉고
그게 다시 서로에게 상처로 다가온 것 같다고 했죠.
하긴, 헤어지자는 말은 누군가 먼저 꺼내도 꺼냈을 말이었어요.
곰이 이제서야 기억이 난 듯 말하네요. 헤어지자는 말은 자기가 꺼낸것 같다고.
그리고는 갸우뚱 하네요.
여우가 농담처럼 진담인듯 말하던 '우리 헤어져' 에 진지하게 화답한게 끝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그리고는 결국, 둘 중에 어떤 기억이 진짜 기억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네요.
15.
한두달쯤 지났을까요?
여우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곰은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이 전화를 받아야 하나, 받지 말아야 하나.
잠시 뜸을 들이던 곰은 결국 전화를 받았죠.
그리고는 덤덤하게 전화통화를 하네요.
전화를 끊은 뒤의 곰의 표정이 좀 미묘해요.
분명히 대화 내용에 특별한 건 없었는데 말이죠.
넋이 나간 사람처럼 서있던 곰은 이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어요.
16.
곰은 여전히 여우를 사랑했어요.
그저 까맣게 잊고있었던 거였죠.
곰은 여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깨닫게 되었어요.
여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그리고 미안함을.
다시 연락할 자신은 없었어요.
온 몸에 새겨진 생채기는 아직 아물지 않았거든요.
다시 그 고통을 느끼게 될 자신이 너무 두려웠어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