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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선고 받고 쓰는 글 2
게시물ID : humorstory_4447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라밤바
추천 : 1
조회수 : 11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02 0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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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혜은이는 그 날로 서울로 떠났어. 혜은이는 떠날때 당시 자장면 한그릇에 1000원하던 시절 돈으로 거의 70만원 정도 들고 나왔기 때문에 그래도 우리는 당분간 먹고살 걱정은 할 필요는 없었어. 나중에 물어보니 혜은이는 원장수녀님 금고에서 훔쳐왔다고 하더라.. 나한테 원장수녀님한테 전해주라고 했던 그 편지도 그것에 대한 사죄편지 였고.
 
아무튼 우리는 담을 넘고 한참을 걷다가 아침이 되서야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 그리고 우리는 서울행 티켓을 끊었어.서울구경 한번도 못한 촌놈인 우리들에게 서울은 마치 꿈의 도시였거든. 시설에서 아주 가끔 재방송으로만 볼수있었던 드라마에 나오는 서울은 굶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고, 모두 다 행복해 보였으니까. 마치 서울에 도착하면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만 있을것만 같았지. 사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울에 도착해 집부터 찾기 시작했어. 하지만 갓 초등학교 졸업할 나이의 어린 우리에게 누구하나 집을 내주는 사람이 없었지. 그래서 몇주동안 우리는 공원, 성당, 지하철등을 돌아다니면서 몰래 쪽잠을 잤어. 그 당시 갓 겨울이 지나 봄이였지만 꽃샘추위가 계속되 너무 추워 잠을 못잘정도였어. 신문지 몇장으로 추위를 막으려고 했지만 신문지 몇장으로 추위가 막아질리가 없었지. 하지만 우리는 그 당시 너무 행복했어.
 
적어도 혜은이는 학교에서도 시설내에서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고, 나 또한 행복해하는 혜은이의 모습을 보면 배고픔도 추위도 잊은채 나도 모르게 웃었으니까. 우리는 그렇게 몇주동안 신문지 몇장으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채 잠을 청했어. 그리고 매일 자기전에 하느님께 기도했지. 방을 구할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이렇게 괴로운 환경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우리는 잠에서 깨면 매일같이 한정된 돈으로 부동산과 전단지를 찾아다니며 돌아 다녔어. 그러다가 어느날 우리는 부동산 아줌마한테 돈이 없으면 신림동 고시촌에서 방을 찾아보라는 말을 들었고 곧장 신림역으로 찾아갔어. 신림동에 도착하니 방을 판다는 전단지가 정말로 한치에 거짓없이 모든 전봇대마다 붙여있었어. 그 모습이 내겐 마치 천국같았지. 그리고 우리는 흩어져 신림동일대의 전단지를 뒤져가며 가장 싼방을 찾았고  당일밤에 운좋게 그 방을 계약할 수 있었어. 집주인이 세상물정 모르는 늙은 노파라 다행히 쉽게 계약을 할수있었지.
 
방은 반지하였고 곰팡이가 냄새날정도로 많았지만, 그래도 추위에 떨지 않고 잘수있다는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나 행복했어.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는 행복만 있을줄 알았지. 우리 둘만 곁에 서로 있다면 아무런 걱정도 없을것만 같았었고.  바람도 불지 않는 밤이였고 방도 공간이 있었지만 우리는 서울 갓 도착했을때처럼 서로를 껴안고 서로의 체온을 의지한 채 그날 밤 잠에 들었어. 
 
이상하게도 당시 13살 성욕이 있을만한 나이였는데 성욕은 전혀 들지 않더라. 당장 먹을거, 입을거 걱정뿐이였으니까. 그리고 혜은이가 행복하게 내 곁에 있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지.
 
다음날 우리는 방청소를 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했어. 그 시절 집값에 버블이 전혀 없던 시절이라 집은 거의 공짜로 구한것과 다름없었지만 원채 우리들이 가진돈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돈을 구할수 밖에 없었어. 남은돈도 얼마 없었었고. 그래서 나는 인력사무소에, 혜은이는 가게마다 찾아다니며 파트타임잡을 구하러 돌아다녔지.  
 
하지만 누가봐도 중학생인 우리들을 채용하는 사장은 없었고, 하루종일 허탕치는게 전부였어. 하지만 우리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어. 천주교신자였던 우리들은 간절히 기도하고 열심히 살면 조그마한 보상을 하늘이 내려줄것만 같았어. 그래서 우리는 항상 자기전에 한번, 일을 구하러 나가기 한번 같이 묵주기도를 하고 하느님께 간절히 바랬어.  아무리 힘들고 더러운 직업이라도 좋으니 제발 최소한 먹고 살만큼 벌수있는 직업을 구할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우리들은 기적을 바라면서 매 끼니를 밥 한공기에 상추 몇장과 고추장 몇스푼으로 연명했지. 비싼 고기같은건 꿈도 못꾸고. 가끔 근처 유명한 기사식당곁을 지나갈때면 뚝불하나 시키고 싶었지만 우리는 직장을 구하면 반드시 여기서 매일 뚝불먹자고 다짐하면서 상추몇장으로 매 끼니를 때웠어. 힘들었지 그때. 많이 배고팠었고. 하지만 우리들은 행복했어. 내 인생 뒤돌아봐도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일만큼. 돈도없고 하루종일 배고팠지만 같이 있다는 사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겐 기적이고 행복이였으니까.  
 
하지만 우리들은  결국 그 흔한 파트타임잡 하나 찾지 못하고 결국 남은 돈 5000원짜리 한장 남는 신세가 됬지.
 
남은 5000원짜리 보니까 난 웃음만 나오더라. 무엇보다 하느님이 너무나 미웠어. 하느님은 어째서 왜 우리들에게 범죄자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만들고, 또 열심히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사려는데 희망 한조각이라도 주지 않는지. 전지전능한 하느님이라면 우리한테 흔하고 흔한 일 하나쯤은 줄 수 있지 않냐면서. 그렇게 하루종일 한참을 울었어.
 
얼마나 울었을까? 나는 한참을 울고나서 우리들의 앞일을 생각했어. 우선 우리들은 고아원에 되돌아 갈 수 없었어. 종종 소문으로 듣기로는 시설을 나갔다온 원생들이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지만 나와 혜은이는 그럴수가 없었거든. 원장수녀님의 돈을 들고 가출을 한거니까. 지금도 100만원은 큰돈이지만 그 당시의 100만원은 절도죄로 기소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큰 돈이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어. 바로 범죄였지. 절도와 강탈. 하지만 나는 이내 그 생각을 접었어. 왜냐하면 예전에 너무 배고파서 혜은이에게 그런말을 장난삼아 했다가 혜은이한테 엄청 혼났었거든. 더이상 하느님에게 밉보이는 짓은 하지말자고. 정정당당히 돈을 벌어서 나중에 시설에 빌린돈 갚자고. 사실 그때의 나도 생각이 어렸지. 차마 죽을지언정 범죄는 일으키고 싶지 않았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갈 방법은 없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래도 자살같은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 그래도 혜은이와 같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것 같았거든. 이런 상황에서도 기적이 일어날것만 같았거든. 
 
하지만 하루종일 생각해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도 방책은 보이지 않고, 어느새 밤이 되서 직업을 찾으려고 한참을 돌아다닌 혜은이가 집에 돌아오자 난 혜은이한테 말해야했어.우리 이제 5000원짜리 한장 남았다고 며칠후면 월세주는 날인데 우리 밥먹을 돈도 없다고.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러 하루종일 돌아다닌 혜은이한테 차마 그 말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난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없이 5000원짜리 한장을 혜은이한테 건냈어.
 
혜은이는 내 행동을 이해했는지 그대로 쓰러져서 울기 시작했어. 나는 우는 혜은이를 안으면서 괜찮을거라고 금방 일자리 찾을 수 있을거라고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어.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걸 내가 잘 알기 때문에. 우리들은 절대 일자리를 찾을수 없을거란걸 알기 때문에,  난 그저 우는 혜은이 몰래 따라 울수밖에 없었지.
 
얼마나 울었을까? 혜은이는 울음을 그치더니 울고있던 내 등짝을 세게 치더니 고추달린놈은 우는게 아니라면서 날 일으켰어. 난 혜은이에게 어디가냐 물었는데 혜은이는 대답도 안한채 날 거리로 끌고갔지. 혜은이가 날 데리고 간곳은 기사식당. 언젠가 직업구하면 꼭 같이 가자고 약속했던 곳이였어.
 
혜은이는 그 기사식당 들어가자마자 뚝불2개를 시키고 언제 울었다는듯 환하게 웃으면서 괜찮다면서 날 웃기기 시작했어. 하지만 난 그런 헤은이의 모습을 보면서 차마 웃지 못했어. 왜인지 설명은 못하겠지만 혜은이는 자포자기를 한 죽기직전의 사형수 같았거든. 마치 모든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그때 난 깨달았어. 혜은이는 모든걸 내려놓은채 죽으려고 한다고.
 
근데 사람이란게 웃긴게 밥맛이 없고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배고프고 음식이 맛있으면 음식이 잘 넘어가고 행복하더라. 그때 난 그런 내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고 나도 결심했어. 나도 혜은이 따라 같이 죽기로.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 가족같은 혜은이 없이 혼자 잘 살 자신도 없었고 하느님한테 한번 반항하고 싶었거든. 자살로서.
 
그렇게 양이 많던 뚝불은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계산하고 나니 남은돈은 이천원하고 백원짜리 동전 몇개. 평소같았으면 비싼 뚝불먹은걸 후회했을텐데 후회같은건 전혀 없었어. 이제 이 세상을 떠날거니까.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보라매공원으로 향했어.  예전의 보라매공원은 돈이 없는 우리에게 최고의 데이트장소였는데 그때의 우리에게 보라매공원은마지막 데이트 장소였지. 마지막 데이트를 끝나고 우리들은 같이 자살할거라고 어느정도 예상했으니까.

한 20분을 걸었을까? 우리는 보라매 공원에 도착했고 아무말 없이 벤치에 앉아있었어. 우리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지. 이제 조금있으면 우리는 자살을 할거니까.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다가 헤은이는 고개를 숙인채 먼저 말을 꺼냈어. "민형아 넌 시설에 들어가. 난 며칠 있다가 들어갈께. 원장수녀님한테 내가 돈을 훔쳤다고 사실대로 말해."

난 거짓말을 못하는 혜은이의 말이 거짓말임을 눈치챘고 말했어. "아니 같이 들어가자." 혜은이는 같이 들어가자는 내 말에 눈물을 흘리더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면서 말했어. "그럼 나랑 같이 죽을래?"
 
예상하지 못한건 아니였지만 혜은이의 그 말은 너무나 갑작스런 말이였고, 자살을 각오한 나였지만 오랜만에 배가 불러서 그런지 갑자기 죽음이 무서워지더라. 그래서 난 "그래 같이 죽자"라는 말을 하지도 못하고 계속 울기만 했어. 그때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지. 내 자신이 너무나 바보같았고.

하지만 그때의 어린 나는 죽음을 각오했었지만 죽으려니 죽음이 너무나 무서웠고 혜은이한테 말했어. "난 죽기싫어.." 혜은이는 그런 나를 껴안고 괜찮다고 다 이해한다고 날 껴안았어.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했지. 
 
그때 어느샌가 술취한 정장입은 직장인이 갑자기 우리들 사이에 끼어들더니 혜은이에게 말했어. "거기 학생. 아저씨 오늘 보너스 탔는데 돈 많이 줄테니까 아저씨랑 할래?"  순간 너무나 화가나 그 직장인을 죽일지세로 자리에 일어난 나를 혜은이는 벤치에 앉은채 내 손을 잡은채 말리고 말했어. "얼마 주실건데요?"

그 술취한 직장인은 말했지. " 아저씨가 5만원 줄께." 혜은이는 그 직장인의 그 말을 듣고 내 눈을 잠시 쳐다봤어. 나는 눈빛으로 그러지 말라고 말렸지만 혜은이는 다 괜찮다는듯이 나는 괜찮다는듯이 살짝 웃었지. 그리고 다시 차가워진 표정으로 직장인을 바라본채 말했어. "10만원." 그 직장인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금새 당돌한 학생이라면서 큰소리로 오케이라고 소리쳤고 혜은이는 그 직장인한테 5만원 선금을 받고 나에게 건네면서 말했어. "난 괜찮을거니까 이걸로 택시타고 집에가. 내일 아침에 올께."

난 혜은이를 눈물로 말렸어. 가지말라고. 제발 가지말라고 그리고 말했지. "그냥 우리 같이 죽자. 아까 내가 잠깐 미쳤었나봐.그리고.." 혜은이는 내게 말하고 있는 도중에 키스를 했어. 그리고 눈에 눈물을 보인채 혼잣말을 하듯이 말했었지. "그래도 키스만큼은 네가 처음이라 다행이다."

그리고 혜은이는 그 날 밤 그 직장인과 함께 내 곁을 떠났어. 난 그자리를 떠나지 못한채 무릎을 꿇고 문주팔찌를 손에 들고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어. 혜은이를 예전 모습그대로 내곁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제발 혜은이가 몸 성하게 그대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하지만 혜은이는 다음날 해가 뜰때까지 돌아오지 않았고, 난 가보처럼 생각한 묵주팔찌를 쓰래기통으로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난 돌아가면서 다짐했지. 범죄든 뭐든지 간에 돈되는 일은 뭐든지 다 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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