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해가 뜰때까지 혜은이를 보라매공원 벤치에서 기다렸지만 혜은이는 오지 않았고, 난 집으로 향했어. 집으로 향하는 동안 난 2가지를 다짐했어. 하나는 다시는 하느님을 아니 종교자체를 믿지 않겠다. 그리고 돈을 벌기위해서라면 절도, 강도 심지어 살인까지 뭐든지 하겠다. 이제 앞으로 난 돈만을 위해 살겠다고. 하루만에 난 완전히 달라져있었어. 내가 내 자신이 무서울 정도로.
집에 도착하니 7시정도였고 난 혜은이를 기다렸어. 혹시나 그 길로 혜은이가 집으로 되돌아 오지 않을까봐. 내 간절한 부탁에도 20만원에 타인에게 몸을 판 혜은이가 정말 밉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혜은이 걱정이 더 컸지.
얼마나 기다렸을까? 거의 오후 12시가 다되서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혜은이는 집으로 들어왔어. 입에는 소주냄새가 가득했고 눈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지. 그리고 혜은이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혜은이는 나에게 비닐봉지에 포장한 뚝불을 나한테 건네더니 눈에는 눈물이 고인채 애써 웃으면서 나한테 말했어. "이제 먹을거랑 방값 걱정하지마. 민형아.."
나는 화를 내려고 혜은이를 쳐다봤는데 그때 본 혜은이의 얼굴은 처음보는 얼굴이였어. 5년동안 같이 웃고 울고 먹고 산 혜은이였지만 그런 표정은 처음이였지. 마치 어렸을때 아버지한테 맞고 나서 거울에 비친 절망에 빠진 내 표정 같았어. 그래서 차마 나는 혜은이한테 화를 내지 못하고 집밖으로 뛰어나갔어. 그리고 미친사람처럼 시발 이라고 소리치면서 뛰어갔지. 세상 무서울게 없었거든.
나는 그 전날밤 혜은이가 준 돈 5만원으로 먹고 싶은거 먹고 사고싶은걸 샀어. 혜은이가 준 그 더러운 돈을 꼴도 보기 싫었거든. 원래 길바닥에 버릴려고 했는데 거지 근성이 남아있었는지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더라. 그리고 남은돈으로 철문점에서 칼을 샀어. 돈을 벌기 위해서 막 나가기로 결심한거지.
그리고 그 날밤 평소에 일자리를 구하러 돌아다니면서 누구보다 잘 알게된 신림동 뒷골목을 돌아다니면서 길가는 행인마다 칼을 꺼내면서 돈을 요구했어. 실제로 돈을 주지 않으면 정말 그 행인을 죽일 생각이였어. 그 당시 신용카드거래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이라 행인들이 현금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돈은 금방 금방 명당 최소 만원씩 벌었어. 그렇게 그 날 밤 10만원 가까이 벌었지.
그 날 아침이 오자 난 한참을 죄책감에 빠졌어. 성실한 천주교 신자인 내가 이래도 되나 싶었지.하지만 금새 마음을 고쳤어. 내겐 그 전지전능 하다는 하느님보다 혜은이가, 돈이 더 소중했거든. 그 날 오후가 되서야 집에 갔는데 헤은이는 자지 않고 문을 바라보면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 여전히 혜은이의 눈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지. 그리고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십자가 목거리도 혜은이 목에는 걸려있지 않았어.
나는 혜은이에게 말을 하고 싶었어. 이제 돈은 내가 벌테니까 집에서 공부를 하던 TV를 보든 하고싶은걸 하라고. 하지만 혜은이의 날 보고 안도하는 그 쓴웃음과 그 눈물섞인 눈을 보자 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고, 난 아무 말없이 불을 끄고 커텐을 치고 이불을 편채 잠에 들었어. 혜은이도 예전처럼 내 이불속에 들어와 내 옆에 누웠지. 그리고 이불 안에서 날 껴안은채 한참을 울었어. 그리고 나도 소리없이 울었지.
이틀넘게 잠을 못잔 우리는 그 다음날 오후가 되서야 일어났고, 혜은이는 평소처럼 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웃으면서 말하고 행동했어. 난 순간 지난 날들이 꿈인가 했어. 하지만 가방속에 신문지에 쌓여진 칼과 뭉텅이로 있는 만원짜리와 오천원짜리를 보고나서야 현실임을 깨달았지. 그 지옥같던 꿈은 현실이였어.
혜은이는 밥이 떨어졌다고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고, 나도 알겠다며 같이 밖을 나갔어. 그리고 우리는 기사식당으로 향했어. 기사식당으로 향하는 동안 혜은이는 내 손을 잡았지. 사람들이 세상 말세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지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어. 이제 세상눈치 안보고 혜은이와 돈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으니까.우리는 기사식당에 도착했고, 기사식당은 언제나처럼 사람이 많고 정겨웠지.
우리는 예전처럼 뚝불을 시켰어. 뚝불성애자는 아니었지만 뚝배기 불고기에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거든. 언젠가 돈을 벌면 매일 이 기사식당에서 뚝불을 먹자고 다짐했으니까. 비록 그 돈을 우리는 매춘과 강도짓으로 벌었지만..
우리는 뚝불을 먹는동안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그 전날 일을 말하지 않은채 즐거운 얘기들을 하면서 먹었어. 당연히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즐거운 애기를 하지 않으면 난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아서 억지로 웃으며 즐거운 얘기를 했어.
억지로 즐거운 예기를 끝내며 뚝불을 다 먹을때 즈음, 우리 사이엔 정적이 흘렀고 혜은이는 억지로 웃으며 말을 꺼냈어. " 나 드디어 일자리 구했어. 밤에 하는일이라 힘들긴 한데, 그래도 돈은 많이 벌수 있어. 이제 돈 걱정할 필요는 없을것 같아."
난 혜은이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았어. 일자리는 거짓말이고 매춘을 할 생각이라는걸. 혜은이도 내가 거짓말인걸 알았다는걸 눈치챘을거야. 혜은이는 거짓말을 못하기도 하지만, 거짓말로 날 속인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내가 혜은이의 거짓말을 다 알아채니까.
난 그런 혜은이를 말릴려고 했어. 아니, 당연히 말렸어야 했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 왜냐하면 내가 말려봤자 혜은이는 나를 위해서라도 몰래 매춘을 할거라는걸 알기때문에. 내가 강도짓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그래서 난 눈물을 삼키면서 이번 한 번 마지막으로 혜은이의 거짓말을 모른척 넘어가기로 했고, 난 억지로 웃으며 말했어. "축하해. 다행이다."
그리고 난 조금이라도 정적이 흐르면 울것만 같아 혜은이에게 이어서 말했어. "사실 나도 일자리 구했어. 힘든 일이긴 해도 돈이 조금 될 것 같아. 우리 몇달만 열심히 일하고 첫눈이 오면 군고구마 장사나 붕어빵 장사 하자." 혜은이는 내 말에 억지로 눈물을 참고 웃으면서 그러자고 첫눈이 올때까지 조금만 참고 일하자고 말했어. 난 눈치챘지. 혜은이가 내 말의 의도를 눈치챘다는 걸. 서로 반년 넘는 기간 동안 첫눈이 올때까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고 돈이 조금 모이면 손을 씻자는 그 말을.
그 후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집에 돌아왔고, 난 습관처럼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혜은이의 노크소리가 들렸고 혜은이는 말했어. " 나 들어가도 되?" 난 혜은이가 볼 일이 급한건 줄 알고 샤워부스를 끄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욕조 밖으로 나갔는데 혜은이가 다시 말을 꺼내더라. 같이 샤워해도 되냐고. 어린 난 당황해서 잠깐 망설이다가 결심을 하고 알몸인 상태로 화장실 문을 열었어.
혜은이도 나처럼 알몸이였지. 혜은이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지 당황하고 있는 내 손을 잡고 같이 욕조안으로 들어갔고 같이 샤워를 했고 샤워를 한뒤 우린 섹스를 했어. 혜은이는 섹스하는 내내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미안하다고 속삭이듯이 말했고, 난 그런 혜은이의 눈을 보면 울것만 같아 계속 혜은이의 입을 맞웠어.
섹스가 끝나고 혜은이는 또 한참을 날 껴안고 울다가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거의 1시간 후에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갔어. 그리고 나도 혜은이가 집밖을 나가자 마자 나도 옷을 입고 신문지에 감싸진 칼을 든채 집밖을 나갔지. 그 날 난 정말 이성을 잃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강도짓을 했어. 지금 아무리 기억을 하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억나는건 단 하나. 그 다음날 내가 번 돈을 확인하니 20만원이 넘게 있었다는 거.
우리는 몇달간 그렇게 지냈어. 오후에 일어나 억지로 웃긴 얘기들을 하거나 보라매공원에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기사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같이 샤워를 하고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것처럼 섹스를 했지. 그리고 혜은이는 내가 잠든척을 하는걸 보고 나서야 늦은 밤에 집을 나섰고, 나도 혜은이가 나가고 난뒤 옷을 꺼내입고 집밖을 나갔어.
그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매일 2호선 막차를 타고, 범행장소를 옮겨다녔다는 거겠지. 거의 일주일 동안을 신림역에서 강도짓을 하니 어느샌가 신림역에 경찰이 깔려있었거든. 그래서 난 매일 지하철을 타고 범행장소를 옮겨다닐수 밖에 없었어. 난 주로 강남에서 범행을 저질렀지. 그리고 난 더이상 강도짓을 하지 않았어. 매일 돈은 많이 벌리지만 매일 아침 죄책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거든.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래서 난 강남의 술집 밀집한 곳에서 길바닥에 누워있는 술취한 취객을 도와주는 척하면서 몰래 지갑을 빼냈어. 길거리에 사람이 많은 날엔 허탕치는 일이 일수였지만 그래도 운이 좋은 날엔 그 지갑에 월급이 있던 날도 있었지.
아무튼 혹시 90년대에 강남에서 술 취해서 지갑을 잃어버렸거나 신림역에서 칼든 소년 한테 강도를 당한적이 있으면 정말 미안해서 사과할 말이 없다. 지금 글쓰면서 느낀건데 내가 과거에 죄를 많이 저질러서 지금 시한부 선고를 받은것 같다.
난 그렇게 거의 반년넘게 살았어. 운이 좋은 건지 나쁜건지, 한번도 잡힌 적이 없었지. 아니 한 번 잡힐뻔한 적도 있었어. 취객의 지갑을 털다가 경찰한테 들킬뻔한 적이 있었는데 아빠라고 거짓말해서 넘어간 적이 있었어. 설마 어린 소년이 취객의 지갑을 빼낸다고는 경찰도 생각을 못했겠지.
매일 밤 범죄로 돈을 벌고 지하철 첫차로 돌아와서 난 항상 혜은이를 기다렸어. 혜은이도 집에 돌아오자 날 먼저 찾았지. 우리들은 희망없는 세상에서 서로 유일한 희망이였어. 우리는 서로 아침에 모이면 껴안은채 잠에 들었어. 그리고 그런 날들의 반복이였지.
그렇게 매일 살다보니 어느새 겨울이 와있었고 우리가 모인 돈은 거의 오백만원 가까이 있었어. 그 당시 과자 소비자가격이 300원하던 시절이니까 어느정도 큰 돈인지 가늠이 될꺼야. 나는 첫눈이 오길만을 간절히 바랬어. 제발 첫눈이와서 약속대로 서로 손을 씻고 같이 군밤장수가 되서 제발 혜은이가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일이 없게 되길..
하지만 하늘은 내 맘을 모르는지 첫눈을 쉽게 내려주지 않았지. 아마 11월 날이 트기 전 새벽이었을거야. 언제나처럼 강남역에서 술취해 누워있는 취객을 상대로 지갑을 꺼내가고 있는데 첫눈이 내리더라.... 진짜 눈물이 나왔어. 이제 손 씻고 새로 살아갈 날이 온거지.
나는 그 날 털은 지갑을 경찰서 앞에 두고 집으로 향했어. 지하철 첫차를 타고 집에 가니 혜은이가 집밖에서 날 기다리더라.. 혜은이도 첫눈을 기다린거였어.
나는 첫눈을 보고 기뻐하는 혜은이를 보고 난 혜은이에게 키스를 했어. 혜은이도 나에게 키스를 했지.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을것만 같았어.
우리는 500만원 가량을 집안 깊숙히 숨기고 남은돈으로 근처 철물점에서 군밤굽는 기계를 샀어. 그리고 이제는 친해진 기사식당 아줌마의 허락을 받고 기사식당 옆에 자리를 잡고 군밤과 군고구마를 팔았지. 90년대에 신림동에 사는 사람있으면 기억할련지 모르겠다. 어린 커플이 군고구마 판다고 신림에서 잠깐 유명했었는데.
자리몫이 좋았는지 어린 커플이 군고구마 판다고 유명했는지 몰라도 우리는 2달정도 장사를 했는데 줄을 설.. 만큼은 아니지만 쉴틈이 없을정도로 장사가 잘됬었어. 물론 벌이는 절도할때 만큼은 아니였지. 거의 그때의 반의 반정도의 수입이였지만 우린 너무나 행복했어. 남들처럼 저녁에 자고 아침에 일어날수 있었고, 경찰을 봐도 떨지 않았도 됬으니까. 추위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였지.
그러나 역시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지. 어느 날 어깨, 즉 깡패2명이 와서 자리세를 요구했는데 거절했었어. 이미 밑바닥생활 해볼만큼 해본 나여서 전혀 어깨들이 무섭지 않았거든. 어깨들은 꽤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이만 물러간다고 하고 그날 밤 돌아갔어. 기사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미쳤냐고 그 깡패 그냥 깡패가 아니라 나이트 운영하는 조직깡패이라고. 그냥 몇푼주고 끝내지 그랬지 왜 그랬냐고 했지만 난 전혀 어깨들이 무섭지 않았어. 혜은이도 걱정을 했지만 난 걱정말라고 말했어.
그리고 몇시간 뒤 깊은 밤이 되 혜은이는 포장마차를 정리하고 있었고 난 화장실이 급해 근처 건물을 갔다 왔는데 군밤기계는 부서져있었고 혜은이는 땅바닥에 앉아있는채 멍하니 그 군밤기계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리고 눈밭에는 혜은이의 피가 섞여 붉게 물들여 있었지. 혜은이는 날 보곤 괜찮다고 많이 안다쳤다고 군밤기계 새로 하나 사자고 말했지만 난 이미 제 정신을 잃은 상태였어.
그래서 혜은이의 손길을 뿌리치고 그 깡패들이 운영한다는 나이트로 뛰어갔지. 나이트 앞의 뻰치어깨들이 날 가로막고 민증을 보자고 가로막았지만 나는 그 깡패들을 뿌리치고 나이트 안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댄스플로어를 가로지어 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뛰어갔지. 아무 대책없이.
비싼 룸들이 있는 곳으로 가니 웨이터들이 날 이상한듯이 쳐다보고 난 거기서 소리쳤어. 군밤차 뿌서트린 새끼 누구냐고.
내가 정신이 나갔었지. 그때 딱 중학교 2학년 나이라서 요즘말로 중2병 말기상태 였어. 내가 소리지르자 어느샌가 여러 방에서 어깨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고, 날 둘러싸고 때리기 시작했어. 난 반항을 해봤지만 사람수에는 별 수 없었지. 한참을 쳐맞아 난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었고 어깨들이 날 어딘가로 끌러갔어.
그 방에는 드라마에서 본 회장실처럼 사슴 얼굴이 박제되있었고, 호피가 벽에 걸려있었지. 다른 점이있다면 벽에 연장들이 깔려있다는거. 그 연장을 보고나서야 난 깨달았어. 내가 미친짓을 했구나. 여기서 죽는구나.
한참을 무릎꿇고 있는데 뒤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들어왔어. 딱 봐도 내 곁에 날 감시하던 어깨들과 급이 다르다는걸 알았지. 그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내 옆의 어깨들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큰소리로 오셨습니까 형님 이라 말했어. 드라마로도 영화로도 접하지 못한 문화였지. 내가 살던시대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군사정권시대라 조폭관련 드라마나 영화는 만들지 못했거든. 김두한 관련 영화나 드라마는 있었지만.
아무튼 그 중간보스는 내 앞에 의자를 놓더니 말했어. "어려보이는데 여길 왜 왔을까?"
자칫 말을 잘못하면 옆에 있는 연장에 맞아 죽을것 같아 난 최대한 기분 안상하게 잘 말했어. 자리세를 내야하는걸 모르고 자리새를 못 냈는데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산 군밤기계를 그쪽분들이 못쓰게 만들었다. 난 최대한 기분 안상하게 말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간보스는 나한테 말했어. "근데 어쩌라고?"
난 너무 무서워서 아무말도 못했지. 아니 오히려 오줌을 지릴정도였어. 나도 한번 밑바닥생활을 해서 사람을 한번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강 알 수 있었는데 그 중간보스는 가늠이 안 갈정도로 무서웠어. 눈을 똑바로 쳐다 보지 못할정도로.
아무 말 못하고 떨고있는 날 중간보스는 거의 1분을 쳐다보더니 또 한참을 웃었어. 그리고 날 일으켜 세워 탁자위에 앉혔어. 그리고 나에게 여러가지를 물었지. 나이는 몇살이냐,여자친구는 있느냐, 왜 14살이 학교는 안다니고 군밤장사를 하느냐 등등.
그리고 내가 마지막 질문에 제가 고아라서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군밤장사를 합니다. 라고 답했더니 중간보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꼈어. 지금도 기억날만큼.
중간보스는 내가 고아라는 사실을 듣자마자 나보고 마음에 든다고 하더니 만원짜리 열장을 꺼내서 나에게 줬어. 이거면 충분하냐고 물으면서. 난 갑자기 무서웠어. 어렸지만 세상물정을 잘 알았거든.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그리고 중간보스는 제안했지. 돈 충분히 줄테니까 여기서 청소할 생각 없냐고 마침 청소부가 그만둬서 필요했다면서.
좋은 조건이였어. 월급은 작았지만 먹고 살기엔 충분했고, 아침부터 나이트 개장전까지만 일하고 우리가 계속 그 곳에서 장사하는걸 허락했으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 하지만 계속 마음에 걸리는 건 내가 고아라고 했을때 중간보스의 그 표정. 그게 마음에 걸렸어. 하지만 난 거절을 할 수 없었어. 거절을 하면 옆의 어깨한테 맞아서 이 곳을 걸어나가지 못한다는 걸 충분히 느끼고 있었거든. 그래서 난 말했어. "예 하겠습니다."
난 알지 못했지. 그 사람이 나중에 누군가를 죽이라고 명령할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