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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중의 남자! 사나이 중의 사나이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48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0
조회수 : 2745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6/04/05 11: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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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녀석을 처음 만난 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였다. 녀석은 자기소개 시간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을 동기와 선배들에게 어필했으며, 게임이면 게임, 
얼차려면 얼차려에 가장 먼저 나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지금도 가장 잊히지 않는 녀석의 강렬한 첫인상은 바로 사발식 때였다.
우리 때도 사발식이라는 게 존재하긴 했는데 큰 양동이에 맥주, 소주, 막걸리를 잔뜩 부은 뒤 신입생 전체가 줄을 서서 마시는 오리엔테이션
첫날 밤의 최종 보스 같은 행사였다. 선배들은 "동기를 사랑하는 만큼 마셔라! 너희가 얼마나 동기를 사랑하는지 지켜보겠다!" 라며 만일 남기면
달빛 아래에서 밤새도록 다 같이 체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소심한 나는 '조금만 마셔도 되겠지' 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뒤쪽에 섰는데 앞쪽에 있는 동기들을 바라보니 80명 중 여자는 단 5명
75명의 풋내기 남학생을 보고 사랑해야겠다는 욕구는 전혀 생기지는 않았다. 다른 동기 녀석들도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양동이를 들고 
마시는 척하고 내려놓는 녀석들과 아주 조금 마시는 녀석들이 대다수였다. 

'젠장 괜히 뒤에 섰네..' 나의 순진한 선택을 후회했다. 뒤에서 세 번째에 서 있는 내 차례가 왔을 때 거의 2/3 정도 가득 차 있는 양동이를 들었다. 
고향의 소똥, 개똥, 닭똥, 토끼똥을 섞은 것을 먹었으면 먹었지 이 정체불명의 역한 향기를 풍기는 술은 도저히 목에서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뒤에 긴장하고 있는 두 명의 가련한 동기를 생각해 있는 힘껏 마셔보기는 했다. 그리고 내 뒤에 있던 5명 중 한 명의 여자 동기는 양동이를 
들지도 못하고 바닥에 놓은 채 냄새만 맡는 척을 하고 마지막에 있는 동기에게 양동이를 넘겼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는 녀석이 있었다. 녀석은 큰 소리로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을 외치고 양동이를 거침없이 들었다. 녀석은 자신 있게 양동이를
입에 대고 '꺽꺽' 대며 마셨다. 처음에는 '저 많은 걸 마실 수 있겠어~' 하는 생각이었는데 녀석의 열심히 꿀렁거리는 목젖과 그 사이로 흐르는
술을 보며 '저 녀석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잠시 후 녀석은 잠시 술을 마시는 걸 멈추고 양동이를 들고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기대와 다르게 양동이의 술은 많이 줄어있지 않았다. 녀석은 뭔가 고민하더니 갑자기 양동이를 들더니 자신의 머리 위로 부어버렸다.
마치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술로 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선배들을 향해 "제가 몸으로 다 마셨습니다!" 라고 외쳤다.

(그리고 녀석의 앞에 서 있던 조신한 얌전히 공부만 했을 거 같은 외모의 여자 동기가 '야 이 미친 새끼야! 술 튀잖아!' 라고 하는 걸 들었다.)

그 모습이 병신같지만 멋지게 보였다. 선배들은 녀석의 기개에 '아 시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 하는 표정을 지었고 우리 동기들은 녀석을 향해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녀석의 몸에서는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는 순간까지 쉰내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녀석은 오리엔테이션의 
새내기 아니 쉰내기가 되었다.

1학년 과대를 뽑는 선거에 녀석이 출마를 선언했을 때 나머지 79명의 동기는 녀석을 과대 후보로 단독 추대하는 후보 단일화라는 아름다운 양보의 
미덕을 보였다. 그래도 할 건 다 해야 한다고 녀석은 우리 앞에서 자신의 공약을 연설했다. 녀석의 출마한 분야가 과대인지 학생회장인지 아니면 
대학 총장인지 구분하기 힘든 파격적인 공약들을 들으며 감격한 건 아마 초등학교 4학년 회장 선거 때 중국집 아들내미가 '내가 회장이 된다면 
한 달에 한 번 자장면을 돌리겠다!'라는 파격적인 공약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나는 동기 중에서 군대에 일찍 간 편이었는데 환송회 때도 녀석은 남자다운 기개를 내게 보였다. 술에 약간 취한 녀석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성성아 군대는 말이다. 너를 남자로 만들어줄 거야! 아니 진정한 사나이로 만들어줄 거야!" (취사장의 국자와 삽을 들고 진정한 사나이가...)

그리고 녀석은 먼저 군대 가는 친구를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래를 한 곡 부르겠다고 했다. 나는 옆에서 

"하지 마! 이 미친놈아!" 라며 말렸지만 이미 숟가락이 들어있는 소주병을 들고 일어선 녀석을 막을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발 
입영 열차 안에서, 이등병의 편지 두 곡은 피해 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봄이 오는 캠퍼스 잔디밭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편지를 쓰네.. 중략.... 나도야 간다~~ 나도야 간다~~" 

녀석이 우리 말고 다른 손님들도 많이 있는 술집에서 열창한 곡은 김수철 아저씨의 "나도야 간다"였다. 그리고 녀석은 내가 입대한 지 정확히 
한 달하고 4일 후 입대했다고 한다. 이 새끼.. 나를 보내서 서운한 게 아니고 아마 자신도 입대해야 한다는 현실이 서러웠던 것인가..

녀석을 다시 본 건 제대한 뒤 복학했을 때였다. 역시 예상대로 녀석은 과에서 하는 일 없이 모이면 술만 마시던 이름만 거창한 예비역 모임 
회장으로 단독 추대되었고, 녀석은 예비역 아저씨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학우가 많은 과와 단체 미팅을 실현하겠다는 허황된 공약을 선포했다.
술자리의 예비역 아저씨들은 마치 군대에서 위문공연 온 무명의 여가수를 본 것처럼 환호했지만 그 이후 단체 미팅은 우리가 졸업할 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녀석이 여성 학우의 비중이 높은 인문대와 식영과 등을 다니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과도 우리 과와 
미팅하겠다는 나이팅게일 아니 우리를 구제해 줄 미팅게일같은 헌신적인 여학생 무리는 없었다. 

지금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4월이면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온몸에 술을 뒤집어쓰고 쉰내를 풍기던 녀석의 모습이 떠오른다.
때로는 녀석을 이해했던 만큼 미움도 커졌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저씨가 되고 보니 젊은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었던 것 같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남겨줘서 고맙다.
출처 지금은 딸 바보가 된 사나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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