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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를 사촌동생들이 봤나보다. 그래서 환상을 깨주었다.
게시물ID : humorstory_4448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4
조회수 : 2353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6/04/08 10:57:20
저저번 주말에 집에서 푹 좀 쉬고싶은데,
사촌동생것들이 놀러왔다.

너네는 이 좋은 봄날에 데이트할 남자도 없냐???
오빠는 이 좋은 봄날에 데이트할 여자도 없냐???며,
교통사고로 치면 50대 50. 쌍방과실로 처리될 말을 인사대신에 주고 받았다.

훠이훠이~물렀거라. 
주말에는 혼자 좀 쉬자!!!라고 쫓아내려고 했는데,
손에 소고기며 소고기며 소세지를 가져왔길래,
크흠...너...너희를...들여보내는건...고...고기 때문이 아니라굿!!!!하고 들여보내주었다.
(친구들 놀러올때 담배냄새 땀냄새 발냄새도 용서안하는데, 고기굽는 냄새만은 허용...
얘네들이 내 집에 오는 이유는, 원룸사는 얘네들보다 방 한칸 더 있는 곳에 살기 때문입니다-_-)




원래는 고기굽기 공인 3단인 내가 
고기는 겉은 식감을 살리며 쫀득하고 속은 한입씹으면 육즙이 좌왁 퍼지도록 촉촉하게 굽고,
가니쉬도 기름기 좔좔 흐르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게 굽곤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이 나이에 내가 해야되냐. 회사에서도 안잡는 집게 내가 왜 잡아.라며,
이제 막 사회생활시작한 여자동생한테 얌마. 짤없어. 회사막둥이가 하는겨. 실전과 같이 구워봐.라며 불판만 꺼내놓고
하던 파크라이를 마저했다.(프라이멀 꿀잼.)

불과 몇년전만 해도 주방에만 서면
님과 함께에서 불판에 불지르고 테이블뒤엎던 김숙씨의 모습을 생생한 라이브로...그것도 떼로 선보이며,
남의 집 주방에서 휴멘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생존다큐멘터리를 찍던 애들이,
자취생활도 좀 하고 시집갈때도 되고하니 확실히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오늘은 그릇 한장 밖에 안깨줘서 오라지게 고마웠다.
설거지하기 귀찮으니까 1회용접시 쓰라는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들어처먹은 모양이다.
예쁘게먹나 추잡스럽게먹나 먹고나면 다같은 똥인데 
그놈의 데코에 오늘도 다이소에서 모르고 사버린 (중국에서 제조수입된거니까) 본차이나 그릇하나가 아작이 났다.




술을 별로 안먹어서 술알못인 동생들과 달리,
알콜만 함유되면 똥술도 빨아먹을 나인지라, 
집안에 술만큼은 사모으던 선물받던 항상 있기에
술은 소주맥주양주와인으로만 구분하는 것들이 또 내 컬랙션에 관심을 보인다.
관상용으로 두려던 미니어처 술을 한번 와장창 작살낸적이 있어서,
나에게 이것들은 명절날때 장난감게임기에 관심을 보이는 초글링급이었다.
어째 이것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행동거지가 부잡스러워지는지 모르겠다.
(걔네들은 나 이거줘!!!라고 그러지...얘네들은 일단 부수고 봄ㅠ.ㅠ)

"이거 외국술이지???"
"뭐??? 술먹게??? 자고 갈거냐??? 이불 안빨았는데???"
"그러기야 하겠어. 오빠집서 자고가면 아저씨냄새나서 집에가서 잘거야."
"아냐. 자고 가. 내 집같이 편히 자고 내일 일어나서 이불 좀 빨아놓고 가. 이불 빤 김에 화장실 청소도 좀 하고 가."
"됐시다. 그런데 이거 무슨 술이야? 병이쁘다."

해외출장다녀오신 상무님이 남들은 다 쵸코렛주고, 너는 술좋아해서 술사왔다. 라며 주신 머시기 술이었다.
얘네들이 우리집와서 건드리는 술은 대개 색이 예쁘거나 병이 예쁘거나 비싸보이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벌써 이만큼이나 줄어있네. 밤마다 마셔재끼지??? 오빠배는 나잇살이 아냐. 술배지. 간은 안녕하시니???"
"무식하고 무식하고 무식한것들...야. 위스키는 보관숙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증발된다고. 그만큼을 천사가 마셨다고 한단다. 상식이 없네."
"천사??? 그 천사 스트레이트로 퍼마셨나보네."
...엊그제 생긴건 지옥의 해골바가지전사여도, 마음씨만큼은 천사같은 내가 맛이나보자고 한잔따라본게 두잔되고 세잔되고 했던것 같다.
그 천사가 나라는걸 알게된 동생들 표정이 확 썩는다.

오빠. 이 정도로 구우면 돼???
막내가 우리를 부르는데...오마이갓...횡성산골맑고맑은수질과 공기, 축산농가의 정성이 담긴 이 고기를...
다이옥신급 발암덩어리로 연성해놓고 이것이 해맑게 웃는다.
명절날 전 좀 부쳐보라니까 반죽으로 거대한 팬케이크를 연성하고 등짝 한대맞고 
명절날 느긋하게 남들이 부친 전에 라이스와인 까고 있는 내 친동생놈의 스킬을 배운건가??? 
청출어람이로다...내 동생은 그래도 단가가 싼걸로 저질렀는데, 산지에서 사도 배춧잎 몇장은 쥐어줘야 살 식재료로 이런 참극을...
연성술 잘못하면 중앙사령부에서 휴즈중령이 체포하러오기 전에 스카가 인체파괴한다...
사과해 소고기한테 사과해!!! 
미디움이랬잖아!!! 
미디움이라고 했는데 미디움웰던으로 구워와놓고 이게 원래 미디움이라고 우기는 값만 비싼 실력없는 레스토랑같이 하지말고
미디움레어라고 해야나오는 미디움 처럼 구우라고 했잖아!!!!라며 울부짖었다.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토요일 점심때부터 낮술을 까며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 외갓집 핏줄들. 남녀노소없이 숨도 안쉬고 고기를 마셔댔다. 

소고기를 발암덩어리로 연성해버린 막내는 벌로 내 카드를 들고 삼겹살목살을 사러 다녀왔고 
(공동벌칙ㅠ.ㅠ 나 베라31 패밀리는 사오라고 한적없는데??? 민트초코...ㄷㄷㄷ...나만 먹지말라 이건가...)
처음에는 이따가 집에 갈거라더니, 결국엔 자고 갈 작정인지 거리낌없이 여기저기서 병이 예쁜 술을 까기 시작한다.
야이씨!!! 마실거면 다 마셔!!! 왜 까고 한모금하고 맛없어. 다른거.라며 또 까고 쥐뢀이야!!! Bar가면 잔술이 더 비싸다고!!! 라며,
실수로 수박꼭지 떨궈버린 손님에게 화내는 불친절한 과일가게 아저씨처럼 화를 냈다.
모처럼 토요일에 쉬는데 이런 비극이...ㅠ.ㅠ라며, 
동생들이 여기저기서 찾아낸 칵테일만드는 법도 흉내내가며 마시고는...
비싸도 칵테일은 바에서 전문바텐더가 흔들어주시는 걸 마시는데는 다 이유가 있음을 몸소 깨달아가며 
술과 고기를 마셨다.




그러다가, 조만간 소령(진) 군인아저씨랑 결혼하는 동생의 결혼준비이야기가 나오고,
주제는 자연스럽게 태양의 후예로 넘어갔다.

집에 테레비는 플스용 모니터로만 사용하는 나로서는 드라마이야기나오면 끼어들 틈조차 없지만,
저번에 특전사출신 친구가, 예능인 진짜사나이도 분통터져안보는데 
이제는 취미인 드라마에서도 매회차마다 내 속을 뒤집어놓는다며 분통을 터트리던 그 드라마라는건 안다.
(송혜교때문에 본다더라.)

그러다가 이것들이 말끝마다 "~말입니다"를 갖다붙이기 시작한다.
신교대 5주. 자대에서 말입니다체 금지였던 100일휴가기준 신병기간때까지 빼고 
사실상 630일동안 실전 말입니다회화를 써온 나로서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어휘구사력이었다.

환쿸뫌은 초큼 활쭐와는데 노핍뫌쿠솨가 워려워써 사실쐉 퐌말하는 외쿸인두리 쓰는 한쿡말쾄왔돠.

형부한테 전화해서 한번 해보라할까.
안돼. 형부 이번주에 출동나가서 통화안돼. 어쩌네 하다가
아무도 안따라줘서 혼자 치얼스~하며 술을 푸고있던 나에게 시선이 날아든다.

"뭐??? 돈없어. 디저트는 니들이 사. 민트초코사와서 나만 따돌려놓고 어떻게 사람이 그르냐."
"아니아니. 오빠. 아무리 군대전역하신지 10년이 넘었지만, 말입니다. 할 수 있지 않아?"
"해봐해봐. 얼른 좀 해봐."
"시꺼. 군대이야기하면 꼰대취급할땐 언제고 하라마라 난리야."

이게 또 군대이야기가 내 흥에 겨워하면 신명나는데, 
시켜서 하면 트라우마치료받으러 정신병원간 환자느낌이 들어서 썩 내키지가 않았다.

그런데 떼쓰는 스킬 하나는 나이먹은만큼 숙성단련된 것들이라 
지지배배 해봐해봐 하는게 짜증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동생이 이 말을 날렸다.

"아, 왜~ 그 군대있을때 고참??? 후임??? 한테 하던것 처럼~ 군대에서 했던것처럼 해보라니까~"

말입니다.는 고참에게나 쓰는 말이다.
후임에게 쓰는 말은 아니다.
나보다 어린애들에게 고참에게 쓰는 말을 쓰려니 안내키는거였는데,
후임.이란 단어를 듣자, 두뇌의 언어영역이라는 측두엽이 폭발적으로 반응을 했다.




주의 注意 WARNING .or.kr 
(아래의 큰따옴표부터 큰따옴표까지의 구간은 비하와 욕설이 가미되어있습니다.
군대다녀온 사람이 보기에도 거북스러운데,
미필이나 테레비에서 군대를 접하신 분들에게 상당히 거북할 내용이 있습니다.
프로불편러가 아니어도 충분히 불편하실 내용입니다.

병영생활행동강령이 막 시행되어 꼬투리 하나만 잡혀도 
문과출신도 이과출신도 강제 14박 15일 예체능계로 전직되던 시절임에도 
충분히 쓰이던 말을 순화한것임에도 
이거 한번 보라고 해서 본 예비역 회사후배가...어우야...라고 했으니,
웬만하면 마우스스크롤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 단락으로 요약하면 
"갈굼과 욕설" 입니다.)


"야이씨. 쳐돌아가지고 내가 ㅆㅂ 니들이 하라고 하면 해야되냐???
야. 눈깔돌리냐??? 개념을 어디다 말아 쳐드신거야???
어??? 고참한테 이런거 하라고 니가 말할 짬이냐???
야. 미쳤냐??? 쳐도셨냐고요~.
야. 고참이 묻잖아~쳐돌았냐고. 대답안하냐??? 
꼽냐??? 꼬우면 나보다 빨리 태어나서 일찍 입대하시던가요.
아이씨. 까딱거리지말고 눈깔돌리지말라고!!! 
야. 귓구녕까지 말아먹었냐???
꼬라지 잘 돌아간다. 어휴~ㅆㅂ 내가 이 더러운꼴 안볼라면 얼른 전역하고 나가던가해야지.
뭐??? ㅆㅂ 저기가 그렇게하면 우리도 저렇게 해야돼???
야. 저기로 보내줘??? 가서 전입왔다가 준아저씨취급받으면서 군생활할래???
보내줘??? 야이씨 말을 하라고. 아까 미싱있는데서 짱박혀있더만 주둥이에 미싱질 했냐???
개념이 있냐 없냐??? 학교다닐때 개념원리 안풀고 왔냐???
말입니다??? 말입니다??? 뭘 말입니다??? 니 개념 아침에 카레똥국에 같이 밥말아먹었지말입니다???
야이씨바. 됐다. 더 말하면 내 입만 아프지.
가서 너 하고싶은거 다 하시고, 주옥같으면 화장실사로마다 소원수리함있잖아.
내가 쥐잡듯이 갈궜다고 써서 적어임마. 
내가 체르니 40번치다말았는데, 14박 15일동안 체르니 40번 영창피아노로 마스터하고 올라니까 적어.
하...그 새끼 진짜 마지막까지 표정관리 못하구만.
야. 니 위에 내 밑에 다 불러와. 오늘 ㅆㅂ 결산 한번 하자."





동생들은 얼어붙었다. 
말입니다~는 높은 사람에게 쓰는 어설픈 높임체임을 강렬하게 깨닫게되어서인지 얼음망치로 톡 치면 와장창하고 깨지게 얼어붙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20여년 넘게 봐온 오빠가 입이 더러운건 알았지만, 농담처럼 틱틱거리긴 해도 이 정도로 더러울지 몰랐던 거다. 

이등병들 갈구는 꼴을 못보시던 행보관님과
병영생활행동강령엄수를 강조하던 경비대장님과
우리부대 태클걸러왔던 모사단 헌병대장님의 
입창 기준치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며 갈구던 나의 포텐을 폭발시켜버린거였다.

"말입니다는 개뿔.
드라마는 드라마지ㅋㅋㅋㅋㅋ
표정 뭐???
군대있을때처럼 해보라며."




들장미소녀캔디와 베르사유의 장미를 중고등학생때까지 실제 이야기로 믿고 살던 동생들이기에
(산타는 취학 전에 이미 허구의 존재임을 깨달았기에 조숙한줄 알았더니 아니었음. 
오스카가 실존인물이래서 너넨 웬만하면 문과가서 세계사로 피보지말고 이과가라고 했었음.)
아니야!!! 그럴리 없어!!!라며 현실부정을 시전하시었다. 
심지어 조만간 군인아저씨랑 결혼하는 동생까지 그러시었다.

말을 해도 들어처먹질 않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는
진교수님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오빠는 성악설의 표본인 인간이니까 그런거다. (순자 한테 사과해!!!)
L하고 R발음도 제대로 못하면서 욕은 아주 텄네텄어. (너 th발음해봐. 혀를 당겨서 입천장에 붙이란 말야!!!)

실제로 군대에서 했음 훌륭한 병영생활행동강령 위반행위인 언어폭력을 나에게 거리낌없이 시전하였다.




술이 올라와서 내 방에서 자던 다른 동생이 시끌시끌한 소리에 깨고
내 책상에서 군시절앨범을 꺼내와서 송중기와 다른 차원의 내 비쥬얼을 보이고서야
역시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군요. 라며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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