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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가끔 때리고 싶은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48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4
조회수 : 2575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6/04/08 11: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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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위로 형이 두 명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말이 없이 과묵한 큰 형은 애 늙은이, 선비 그리고 망나니, 집안의 수치 작은 형은 맞을까 봐 
그냥 작은 형이라 불렀다. 부모님께서는 장남인 큰 형에게는 혼자만의 공간을 주셨지만 작은 형과 나는 메주를 말리는 방에 감금하시며 
'쟤들은 알아서 크겠지..' 하며 방치하셨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큰 형보다는 작은 형과 거의 매일 티격태격 싸우며 자랐는데 (아니 거의 
일방적으로 내가 맞고 자랐..),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던 작은 형은 워리어를 좋아했는데 메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방에서 누워있다 뜬금없이 
메주 묶던 끈을 팔뚝에 묶고 오줌 쌀 때 마지막 한 방울을 털어내듯 몸을 부르르 떨며 내게 고릴라 프레스와 파워 슬램과 마무리로 워리어 
수플래쉬를 날리고는 했다. 아마도 내가 '삼강오륜을 무시하고 저 인간을 한번 조지고 싶다.' 라는 불경한 생각을 한 건 아마도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를 인근 도시로 진학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작은형의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작은 형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내게 
말과 글로 한번 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들게 하고 있다. 작은 형은 썰렁한 말장난과 아재개그를 무려 20여 년 째 내게 하고 있는데 
삼삼이가 태어난 날은 

"오! 동생 이제 아빠가 되는 거야? 이제 차 바꿔야겠네... 아빤데? 아반테?"

삼삼이를 보러 오는 날은

"막내야 너희 집이 사가정역이지? 형이 오늘 사랑하는 조카 보러 갈 건데 너 퇴근할 때 맥주라도 사가정?"

그리고 아주 간혹 뜬금없이 

"막내 회사니?" 

"응"

"그래 고마워 잘 먹을게. 요즘 입맛 없었는데 회 사준다니 고맙네.." 

"집에서 혼자 맥주에 참외 먹고 있는데, 참 외롭다."

"막내야! 내가 너를 걱정해서 매일 같이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

"뭐야 뜬금없이. 언제부터 나를 챙겼다고.."

"자라나라 모발모발 이라고 매일 기도하지.."

"이 새끼야!! 죽을래!"

"와서 죽여 봐 이 열라뽕따이 싸와디깝 태국 대머리야! 니 머리가 하도 빛나서 태국이 4모작 하는거다 이 대머리 새퀴야!!"

거의 매일 이런 썰렁한 농담을 문자와 전화로 20여 년 째 지금까지 내게 보내며 괴롭히고 있다. 받아주면 신이 나서 더 보낸다.
이 인간 시골에서 농사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ㅠ,ㅠ 요즘 고추가 실하지 않은 게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한동안 어디서 배운 것인지 문자를 이상하게 보냈는데, 

"우리 귀여운 막내 언제 시골내려와요를레이요를레이~"

"뭐야. 어디서 귀엽게 발랄한 척이야!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 대상자가.."

"형한테 그렇게 나쁘게 말하면 나쁜 동생이에요. 그러지 마요마요마요마요네즈..."

"형 좀! 이제 그만 하라고! 슬슬 짜증 나려고 해."

"왜? 재밌잖아수라발발타.."

결국 나는 형을 카카오톡에서 차단했다. 차단한 것을 알게 된 작은 형은 바로 문자를 보내 

"동생님아 왜 저 차단했어요술공주 밍키 밍키 밍키."

결국 형의 전화번호를 스팸 번호로 바꿨다. 그리고 큰 형에게 작은 형이 내게 보낸 문자를 복사해서 보내줬는데 큰 형은 대수롭지 않은 듯
"동생하고 장난하고 싶어서 그런 건데 이해해줘야지 막내야.." 라며 항상 그랬듯이 작은 형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얼마 전 형과 형수가 결혼을 앞두고 스튜디오 촬영을 왔는데 같이 점심을 먹고 잠시 시간이 남아 스타벅스에 갔다.
아르바이트 분의 "사이즈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라는 질문에 작은형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바라보며 

"그란데 말입니다." 

주문을 받던 아르바이트 분과 나는 절대 웃어서는 안 되는데 그 모습을 보고 "풉..." 하고 터졌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한 번 웃어주면 최소 3년은 써먹는데 나는 그날의 실수를 반성하며 노노노노를 외치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씁쓸했다. 저런 형과 한평생을 살아야 할 형수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형수에게 잘 해드려야겠다. 

출처 재미없는 형(43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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