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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녀 이야기.(19)
게시물ID : humorstory_4452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롤로롤롤로
추천 : 5
조회수 : 157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4/30 19:32:48
그녀와 알게된건 대학교 2학년때였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신입생 환영회가 열려 참석했었다.
 
나는 술자리에서 시끄럽게 놀고 퍼마시기보다는 조용히 술만 마시고 얘기하는게 좋아서
 
그날도 학교 선배와 구석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창 다들 분위기에 휩쓸리고 녹아들어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서 존나 어두운 오오라가 느껴졌다.
 
제일 시끄러운 테이블 바로 옆이었는데,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혼자 담배만 뻐끔뻐끔 피우고 있었다.
 
피곤해 보였다.
 
아마 나오기는 싫은데 신입생이고 눈치도 보이다 보니 억지로 나온듯 했다.
 
맥주도 그냥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무슨 새내기가 저렇게 노처녀마냥 궁상을 떨고 있나 싶었다.
 
뭐 분위기 못타는건 나도 비슷하지만 저정도로 쏠플을 하지는 않았다.
 
그치만 왠지 동질감이 느껴졌다.
 
같은 테이블 형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녀에게 갔다.
 
마주앉아서 안주랑 소주 한병을 시켰다.
 
저 소주 안마셔요. 그녀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거 참, 처음부터 민망하다.
 
그럼 이거 마시면 되지. 하고 시끄러운 옆 테이블에서 맥주를 슬쩍 가져왔다.
 
그녀가 말없이 컵을 내밀었다.
 
그녀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한다고 했다. 재수해서 나랑 동갑.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놀아본적도 없고 해서 분위기가 적응이 안된단다.
 
시끄럽고 피곤하기만 해서 어디든 좋으니까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 나가서 술한잔 할래? 맥주 진짜 시원하고 맛있는데 있는데.
 
아 진짜? 나야 좋지. 그녀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진짜 좋은거야 뭐야.
 
아무튼 근처 술집으로 갔다. 여기 맥주 500cc 두개하고 후라이드 한마리요.
 
난 후라이드 싫은데. 양념도 추가요. 그녀가 피식 웃었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 긴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는데, 오, 이제보니 공효진을 닮은거 같다.
 
술집 조명때문인가. 무튼 그날따라 술맛이 기가 막혔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쭉쭉쭉쭉.
 
그리고 그녀랑 잤다. 응?
 
깨보니까 낯선 방이었다. 뭔가 묵직하고 뜨끈한게 내 몸 위에 있었다. 뭐지 이게.
 
아 머리 존나 아프다. 아니 이럴수가, 내 몸이 이렇게 매끄러웠나. 아니 길다란 털도 나있네?
 
가 아니라 그녀가 내 몸위에 엎어져 자고있었다. 나도, 그녀도 알몸이었다.
 
아. 저질렀구나. 싶었다. 이러려던게 아닌데.
 
일단 그녀를 살짝 들어 내 옆 쪽에다가 눕혀놓았다.
 
일어나서 보니 바닥엔 내가 쓴 것처럼 보이는 콘돔이랑 아주 박살이 난 콘돔 상자가 널부러져 있었다.
 
거 참,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다.
 
뒤돌아서 그녀를 봤다. 오, 가슴이 예술이다. 몸매가 오, 오오. 아 근데 중요한게 이게 아니지.
 
일단 뱀허물처럼 바닥에 널려있는 콘돔을 주워서 물을 채워봤다. 다행이 물은 안샜다. 굳.
 
그나저나 지금 몇시지. 여긴 어디지. 내 옷은 아 저기 현관에 널부러져 있는게 내 옷인가?
 
가까이 가서 보니 그녀의 옷과 배배 꼬이고 엉켜있었다. 일단 바지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새벽 네시.
 
그나저나 여긴 자취방인건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거지. 카톡하고 전화가 잔뜩 와있었다.
 
집에서도 전화 와있네. 아, 시벌. 아.
 
머리가 너무 아팠다. 무튼 답장은 내일 날 밝으면 해야겠다. 그나저나 여길 어떻게 나가야
 
헐!
 
헐. 침대를 보니 그녀가 깨어나있었다. 그녀가 황급히 이불로 자기 몸부터 가렸다.
 
니가 왜 여기있어!!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깨보니까 여긴데. 아...씨,
 
그녀가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어제랑은 묘하게 다르다.
 
아무튼 아! 빨리 옷이나 주워입어!!  보지마라.  안봐!
 
어디보자. 내 바지는 여기있고. 팬티어딨지. 아, 거기 침대위에 내 팬티 좀.
 
니가 가져가!! 아,아니. 아 X발!
 
그녀가 내 팬티를 던졌다. 감사.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 일어났다.
 
그녀는 여전히 이불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야, 이제 나가. 이 날씨에 어딜나가. 나가서 얼어 뒤지라고?
 
아니, 옷좀 입게 잠깐 나가있으라고.  네.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춥다. 시발. 으어어 덜덜덜덜.
 
아, 머리야. 그나저나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온거지. 그니까, 어제 술집에서 나온거까지는 기억나는데.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학교 근처인가? 아 왜 기억이 안나냐.
 
무튼 이렇게 엮이고 싶었던건 아닌데. 이미 잘해보고 싶은 여자도 있고.
 
이러다 혹시 소문이 안좋게 나는건 아닌가 싶다. 과 후배하고 원나잇이라니. 아, 불안한데.
 
야, 들어와. 오케이.
 
들어가보니 바닥에 이불이 깔려있었다.
 
어제 실수한건 둘째치고, 춥잖아. 자고가. 침대로 올라오면 발로 까버릴꺼야.
 
안올라가. 맨정신에 올라가겠냐.  잠이나 쳐자.
 
무튼, 첫만남은 이랬다.
 
평범한 첫만남은 아니었지만, 다행이 우리는 어색하지 않은 사이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는 친구가 많은편이 아니었고, 그녀는 떼지어 몰려다니는걸 싫어하는 성격이었기에 우리는 붙어다닐일이 많았다.
 
맨날 붙어다니다 보니 한때는 우리가 사귄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우리 둘다 소문에 신경쓰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 사이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행이 우리가 처음 만난날 잤던건 아는 사람이 없는 듯 했다.
 
그녀는 항상 어딘지 불만이 많았다.
 
그렇다고 귀찮게 징징거리거나 투덜대는게 아니라 그냥 세상보는 눈이 삐딱한거 같았다.
 
이를테면, 하루는 그녀와 함께 서점에 간 적이 있었다. 함께 책을 둘러보다가 그녀가 말했다.
 
아, 저런거 존나 싫어. 뭔데?
 
그녀가 책 하나를 가리켰다. '긍정적 사고를 위한 36가지' 뭐 이런 느낌의 책이었다.
 
저게 뭐 어때서.  저런거 왠지 거부감 들어. 꼭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면 어딘지 문제있는것처럼 이야기하잖아.
 
세상엔 삐딱하고 비판적으로 뭔가를 볼 줄 아는사람도 필요한 법인데.
 
뭐,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그녀는 긍정적 사고 대신 삐딱하고 다르게 보는 법을 알았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성격도 쿨했고.
 
학교 끝나고 시간이 나면 술도 같이 마시곤 했다.
 
술을 마시면 담배도 피웠는데, 신기하게도 그녀의 입에선 담배냄새가 나지 않았다.
 
하루는 담배를 피우던 그녀가 말했다.
 
담배를 피우는건 마치 도를 닦는것과도 같아. 뭔소리야.
 
자기 몸을 고행시켜서 정신적 쾌락을 얻잖아. 일리있네.  그치?  아니, 병신아.  아 개X끼가.
 
그녀가 오로지 불만이 없는 것은 섹스할 때 뿐이었다.
 
아, 모텔 침대가 맘에 안든다고 다른데로 옮긴적이 있긴 하다.
 
우린 신기할 정도로 속궁합이 잘 맞았다.
 
정말 잘 맞아서 어느때는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그녀의 자취방에서 시간을 보낸적도 있었다. 좌삼삼 우삼삼.
 
그래도 낮에는 항상 친구사이 같았다. 이런걸 섹파라고 하나?
 
그치만 섹파라고 하기엔 그 단어가 너무 더러운것 같았다. 우린 그냥 구멍친구라고 하기로 했다.
 
우린 이곳저곳 많이 놀러다녔다.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바닷가에 놀러가기도 했다.
 
때로는 싸우기도 했다. 그치만 금방 화해하고 또 놀러가고 술마시고 했다.
 
그녀는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
 
하루는 왜 아무도 사귀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사귀면 구속당하는 그 느낌이 너무 싫단다.
 
그럼 혹시 나 말고 다른남자들중에도 나처럼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왠지 걸레같아서 싫다고 했다.
 
그녀랑 붙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나도 자연스레 다른 여자들과 멀어지게 되었다. 원래 친했던 생물학적 여성들 빼고.
 
그녀는 처음 봤을때 처럼 여전히 불만투성이였고, 나는 여전히 무덤덤했다.
 
우린 같이있으면 왠지 편했다. 아 잠깐 내가 그래서 그때 여친이 안생겼나. 시발. 무튼.
 
그녀는 허지웅을 좋아했다. 세상을 거짓낙관없이 바라보는 그 시선이 좋다고 했다.
 
나도 세상을 거짓없이 보는데.  넌 허지웅이 아니잖아.  뭔 개똥같은 소리야.
 
허지웅은 목젖이 존나 섹시하다고.  그럼 허지웅의 시선이 좋은게 아니라 허지웅의 목젖이 좋은거네.
 
아냐, 목젖이 좋으니까 시선까지 좋은거지.  내가 니 몸매가 좋아서 너의 거지같은 성격까지 좋아하는거랑 비슷한건가.  야이 개X끼야.
 
하루는, 여름방학때 였던걸로 기억한다.
 
서해쪽에 있는 수많은 섬 중 하나였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섬으로 놀러간 적이 있었다.
 
배를 타고 가는데 날씨가 꾸리꾸리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배 안에서 비싸게 파는 새우깡을 한봉지 사서 뒤따라오는 갈매기들에게 휙휙 던져줬다.
 
새우깡이 다 떨어지자 그녀가 말했다.
 
야, 바지좀 벗어봐.  미쳤냐. 사람도 많은데.  새우깡 다 떨어졌으니까 바지 좀 벗어보라고.
 
내 바지속에 새우깡이라도 숨겨놨냐.  니꺼 새우깡 만하잖아.  그럼 닌 절벽이니까 갈매기가 앉아서 쉬다가겠네.  꺼져.
 
그래도 도착해서 잘 놀았다. 돈 모으느라 성수기도 지나고 또 작은섬이다 보니 관광객이 진짜 하나도 없었다.
 
마치 해수욕장 하나를 전세낸 듯 했다. 기껏해야 마을 할머니나 조개 캐는 할아버지 지나다니는 정도?
 
저녁에는 갯벌에서 캔 바지락으로 칼국수를 끓여먹었다. 존맛.
 
그리고 피곤해서 곯아 떨어졌다.
 
그날 밤이었다.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날 깨웠다.
 
아, 왜.  나 해보고 싶은거 있어.  뭐.  해변해서 해보고싶어.  응?  아, 빨리.  아 피곤한데. 해변에서 하자고?  .  콜.
 
바닷가에서 한다니. 노랫가사이기도 했지만 상상이 잘 안되었다. 내 생각에는 섹스는 지극해 둘만의 것이고
 
근데 그걸 완전 야외인 바다에서 한다니. 그치만 왠지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바닷가로 나갔다. 어두컴컴하고 바다내음이 났다. 파도소리가 내 귀를 가득 메웠다.
 
이렇게 광활한 대자연 속에 있자니 마음이 존나 경건해졌다. 차라리 절간에서 하는게 더 꼴리겠다.
 
조금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말했다.  여기서 해줘.  그녀가 모래사장 위에 옷을 벗고 누웠다.
 
그래서 해줬다. 평소처럼 애무하는데 그녀는 더 느끼는 듯 했다. 야외라서 그런지 존나 스릴있었다.
 
이래서 밖에서 하나. 슬슬 달아올랐다. 그녀의 숨결이 뜨거웠다. 15분 정도 애무하니 그녀가 넣어달라고 했다.
 
새우깡만한거 넣어서 느낌이나 오겠냐.  아, 빨리.
 
평소랑은 달랐다. 조임이 평소같지가 않았다. 근데 모래때문에 무릎이 따가웠다. 그치만 아무렴 뭐 어때. 좌삼삼 우삼삼.
 
그날은 다섯번 정도 했던거 같다. 슬슬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녀의 위에 엎어져 있다가 내 똘똘이를 그녀의 그곳에서 빼내려고 하는데, 어. 어어?
 
내 똘똘이가 그 안이 아늑했던지 그곳에서 나올 생각을 안했다.
 
헐.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질경련인가. 당황스러웠다. 그녀 또한 당황스러웠던거 같다.
 
아 뭐해 병X아.  야, 진짜 안빠져. X됬다. 
 
오, 제발. 날이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유투브에 올라가거나
 
페북에서 내 치토스만한 똘똘이를 마음껏 자랑하게 될것이다.
 
아무리 힘을 줘도 내 똘똘이는 빠져나올 생각을 안했다. 오 하나님, 부디 제 똘똘이에 역사하소서.
 
젠장.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아마 좀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난 그녀의 블랙홀에서 해방될 수 있을것이다.
 
다행히 민박집은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래, 우선 해변을 빠져나가는게 먼저다.
 
야, 일단 민박집으로 가자. 미쳤어? 이러고 어떻게 가!  가만히 있어봐.
 
일단 자세를 바꿨다. 내가 바닥에 눕고, 그녀를 내 위에 앉히는 자세로.
 
그리고 옷을 최대한 올려입었다. 바지에 모래가 잔뜩 묻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 허리를 다리로 휘감고, 팔로는 날 껴안은 자세로 일어났다.
 
아 존나무겁네. 고추에 피가 확 쏠렸다. 그리고 달렸다. 안그래도 달리는건 힘든데 그녀를 앞에 안아들고 뛰자니 죽을맛이었다.
 
별로 넓지 않았던 해변이 마치 마라톤 코스처럼 길어보였다. 날은 거의 밝아오고 있었다.
 
해변을 빠져나오는 길에 동네 할아버지랑 마주쳤다. 시발. 그래도 달렸다.
 
민박집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녀를 내려놓고 주저앉앗다. 와 시바 힘들어죽겠다.
 
들어와서 보니 내 무릎은 까져있고 그녀의 등과 엉덩이에는 모래가 잔뜩 묻어있었다.
 
일단 씻으면서 빼보자.  응.
 
일단 모래부터 씻었다. 그녀를 찬 바닥에 눕힐까 하다가 내가 바닥에 앉고, 그녀가 일어서면서 빼려고 했다.
 
고추가 뽑힐것 같았다. 땀이 났다. 그녀는 그곳이 쓰라리다고 했다. 10분 정도를 낑낑대다가 잠시 앉았다.
 
ㅋㅋㅋ119부를래?  그건 아닌거 같아.  그치? 
 
쉬는 사이에 물기를 수건으로 닦고, 그녀를 아까처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번엔 그녀가 창틀에 손을 얹고 엎드리고, 내가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밀어냈다.
 
5분정도 지났을까. 내 똘똘이가 뽕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그녀와 작별을 고했다. 덕분에 나는 뒤로 나동그라지고.
 
정말이지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앉아서 숨을 고르며 그녀와 마주보고 있다가, 너무 웃겨서 한참을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그렇게 그날의 여행은 끝이 났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그녀는 삐딱했고, 나는 무덤덤했다.
 
아니, 우리는 서로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우린 여전히 붙어다녔다.
 
가고싶은 곳이 있으면 항상 같이 가고, 술먹다가 분위기 야릇해지면 섹스하고.
 
이러면서도 사귀는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게, 연애감정이 들지 않는게 신기했다.
 
그러던 중 내가 여자친구가 생겼다. 우리학교는 아니라곤 해도, 그녀를 따로 만나는게 좀 그랬다.
 
아무리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어도 할껀 다 했으니까.
 
우리는 서서히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하루는 학교끝나고 그녀와 걸어가던 중이었다.
 
야,  왜.  술사줘.  미쳤냐, 돈아깝게.  그럼 내가 사줄께. 술 한잔 하자. 오, 왠일.  닥쳐. 따라와.  콜.
 
그녀와 함께 학교근처 회기역 파전골목으로 갔다.
 
이모- 모듬 파전이랑 누룽지 막걸리요.
 
어지간히 먹고싶었나 보구나. 술 한잔 한지 좀 됬잖아. 뭐, 파전이 땡기기도 하고.
 
그나저나 머리잘랐네.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린다.  오 진짜? 아니. 구란데. 오 파전나왔다. 건배~  아 샹놈시끼.
 
술맛이 좋았다. 꼭 그녀를 처음 만난 날처럼. 그나저나, 오랜만에 술 한잔 하자는건 그...하고 싶다는 뜻인가?
 
아 그냥 술이 먹고싶은건가? 그녀의 눈빛이 야릇했다. 아 근데, 좀 그렇다. 난 이제 여자친구도 있는데. 여자친구 얼굴이 생각났다.
 
야.  응?    아, 그냥 눈이 풀린거구나.    아, 아니다.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라. 
 
그녀가 막걸리를 쭉 들이켰다.
 
좀 무리하면 어때, 집이 근처인데. 니가 알아서 데려다주겠지.   꺼져.   믿을께.
 
그녀가 찡긋, 윙크했다. 취했나보다.
 
 
술마신지 두시간 쯤 지났나. 어우, 속이 안좋다. 그녀는 이미 꽐라가 되서 엎드려있었다.
 
아, 집에 가야되는데.   야야, 좀 일어나봐.   으응...
 
아, 일단 계산은 내가 해야겠다.  이모 얼마에요?  6만 4천원이요~  아...네.
 
으으...피같은 내 돈. 꼭 받아내고 말테다.    좀 일어나봐. 아오.
 
일단 그녀의 가방을 어깨에 매엇다. 그리고 영화 주인공처럼 두팔로 안아들기는 개뿔 겁나 무겁네.
 
결국 주변 처음 보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업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아 쪽팔려.
 
술집에서 나와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거리는 조용했다.
 
등뒤에서 들리는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었다. 어우, 술냄새.
 
그녀의 무게감이 왠지 모르게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뭐지, 무거운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다보니 어느덧 그녀의 집앞이었다.
 
계단을 올라가서 잠깐 그녀를 앉혀놓고 가방에서 열쇠를 꺼냈다.
 
집 다왔어. 정신 좀 차려봐.  으으...  정신차려 이친구야.
 
그녀를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익숙하게 거실 불을 켰다.
 
그녀를 침대위에 눕히고 잠시 쉬었다. 아 술이 확 올랐다.
 
냉장고를 열고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어우, 존맛.
 
물을 한 컵 따라서 가니 그녀가 일어나 앉아있었다. 고개는 푹 숙인채로.
 
정신차리고 물 한잔 마셔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은 반쯤 풀려있고 뺨이 발그레했다.
 
괜찮아?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야야, 왜 그래. 정신 좀 차려봐. 무슨일이라도 있는거야?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어서 멍한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갑자기 확 끌어안으며 키스를 했다.
 
혀가 입 안으로 쑥 들어왔다. 부드러웠다. 동시에 여자친구 생각이 났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그녀를 살짝 밀어냈다.   이러지마, 나 이제 여자친구 있잖아.
 
그러자 그녀가 울음을 터트렸다.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왜그래, 울지만 말고 뭐라고 말을 좀 해봐.   가지마...  응?  날 떠나지마.
 
그녀가 옷을 벗었다.   날 구속해줘.
 
그녀가 다시 달려들었다. 거부할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느때 보다도 적극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그녀는 외로웠던게 아닐까.
 
내가 갑자기 멀어져서 그게 무서웠던게 아닐까.
 
우리는 그날 이후 잠깐 서로 시간을 갖자고 하다가, 결국 그렇게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난 여자친구랑 잘 사귀다가 군대에 왔고.
 
그렇게 멀어지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가끔은 그녀의 생각에 잠긴다.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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