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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모태솔로 남자의 솔로탈출기 7(完)
게시물ID : humorstory_4453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올핀
추천 : 59
조회수 : 2655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6/05/04 17:29:54
6편이 5편으로 잘못 올라갔네요. 혹시 6편을 못보신분은 두번째 5편을 읽어주세요. 연휴라니 좋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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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 옛날에 너 많이 좋아했었어."
".........."
.
.
".........."
"..........언제부터요?"
.
.
"대학교 3학년 때부터"
".........."
.
.
".........."
"..........지금은요?"
.
.
"지금은 물론 그때보다 더 좋아해"
".........."
.
.
".........."
".........."
.
.
".........."
“오빠, 우리 좀 걸어요.”



미영이는 나에게 잠시 걷자고 했고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오빠, 언제부터 좋아했던 거에요?”
“정확히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니까 좋아하고 있더라. 너 만나기 전에는 가슴설레게 되고 너랑 있으면 즐거워지고 또 만나고 싶고. 혹시 예전에 우리 같이 뮤지컬 본거 기억나?”

“언제 말이에요?”
“그 왜 있자나. 수녀님들 나오고 했던 뮤지컬”

“아~……. 오빠. 그때도 나 좋아하고 있었어요?”
“응. 그때도 너 좋아했어. 근데 그때는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줄을 몰랐지.”

".........."
".........."

"오빠.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
“그냥. 밝은 성격도 좋고 생각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즐거워져서 너랑 앞으로도 같이 있고 싶어.”

“오빠. 나 생각보다 밝지 않아요. 짜증도 잘 내고 변덕도 심해요.”
“괜찮아. 상관없어. 너도 내 성격 잘 알자나. 다 받아줄 수 있어.”

“나 응석부리는 것도 많고 외로움도 잘타요.”
“걱정하지마. 다 받아주고 같이 있어줄게.”

“오빠. 우리 모임에 내 전 남자친구도 있는데 괜찮아요?”
“응. 난 그런거 신경 안 쓰이는걸.”

“만약에요. 우리 사귀다 헤어지면 친구들 만나기 어색할텐데...”
“우리 헤어질일 없을테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
".........."



미영이가 질문을 주면 내가 대답하고, 그렇게 말을 주고 받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아파트를 돌고 돌아 다시 미영이네 집 앞으로 왔다.



“오빠, 조금만 시간을 줄래요?”
“알았어. 너무 기다리게 하지만 말아줘.”



그렇게 미영이랑 대화를 끝내고 돌아오는데 왠지 시간을 달라는 말이 거절의 완곡한 표현으로만 느껴져서 매우 우울했다. 그렇게 그날 밤도 잠못이루고 설치다가 새벽에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다음날인 월요일에 교육원을 나갔는데 내가 심하게 풀이 죽어 있으니까 다들 무슨 일이 있냐고 한 번씩 물어봤다. 그냥 수업 내내 우울하게 앉아 있다가 집에 가면서 아무래도 잘 안될 것 같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다가 결국은 같이 포장마차에 가서 술을 한잔하고 그날은 술의 힘을 빌려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언제 연락이 올까 가슴 졸이던 둘째날 전화가 왔다.


미영이였다.



“오빠. 잘지냈어요?”
“응. 잘 지내고 있지”

“만나서 할 말이 있는데 오빠 언제 시간 나요?”
“어. 금요일에는 수업이 없어.”

“그럼 오빠 우리 금요일에 만나요.”



그렇게 약속을 정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미영이 목소리가 너무 가라앉아 있어보였기 때문에 ‘아 끝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2시간 후에 다시 전화기가 울려 확인해보니 미영이한테 다시 전화가 오고 있었다. 황급히 받고나니 미영이가 금요일에 정한 약속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빠. 우리 한번 사귀어봐요.”
".........."

".........."
“어... 음.... 미영아 미안한데 다시 한 번만 말해줄래?”

“ㅋㅋㅋㅋ 오빠, 우리 사귀자구요.”
“ㅋㅋㅋㅋ 그냥 혹시 내가 잘못 들은건 아닌가 싶어서 ㅋㅋㅋ”



그렇게 잠깐의 대화 끝에 전화를 끊었는데 이상하게도 기쁘지가 않았다. 너무나도 무덤덤한 내 자신에 나는 혹시 내가 미영이를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는데 미영이한테 문자가 왔다.
미영이는 문자로 “오빠, 이렇게 사귀게 되면요.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잘하겠다고. 잘해보자고 한마디 해줘야 하는거에요.”말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바로 미영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제야 나는 미영이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미영이도 잘 알지만 나 고백도 이번이 처음 해본 거였거든. 게다가 미영이 오랫동안 좋아해왔고.”
“네 ㅎㅎ”

“그래서 고백하면 뭔가 적어도 가슴은 후련해질꺼라고 생각했었어.”
“그래서요?”

“근데 아니더라. 고백하고 나니까 후련하기는커녕 미영이가 더 보고 싶어 못 견디겠더라고. 거절당할까봐 너무 두렵고.”
“ㅋㅋㅋㅋ 오빠 원래 다 그런거에요~”

“ㅋㅋㅋㅋ 그런거야? ㅋㅋㅋㅋ”



그렇게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나니 어느새 통화시간은 2시간이 가까워지고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희열이 몰려왔다. 내가 그렇게 좋아해오던 미영이랑 사귀는 사이가 됐다니.

‘아. 내가 드디어 여자 친구가 생겼구나!’
‘29년의 솔로생활이 드디어 끝난 거구나!’

그날 밤 나는 터질듯한 행복감에 휩싸여 간만에 온 얼굴에 미소를 띤 채로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 끝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뒤로는 2년 4개월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고 지금은 두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습니다.ㅎㅎ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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