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지인이 강남에 작은 옷집을 차렸다.
대로변의 매장이 아니라 골목안에 있는 동네 점포같은거라 처음에 여러사람과 같이 가본 후 좀지나 혼자서 다시 가볼 일이 생겼다.
그때 처음 가본 동네였기 때문에 확신은 없었지만 평소 길눈이 나쁜편은 아니였으므로 기억을 더듬으며 어쨌든 찾아갈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근처 대로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있었다.
처음 갔을 때는 낮이 였었고 지금은 어두우니 골목으로 들어 갈수록 점차 해매기 시작했다..
참 그길이 그길 이었던것 같고 핸드폰도 없었던때였였는지 씩씩거리며 한참을 해매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인가 내 앞에 한 젊은 여성이 걸어가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가는 방향으로 계속 한열발자욱정도 앞서가는 것이였다..
왠지 그여자가 힐끔 힐끔 뒤를 보는것 같더구만 조금씩 발걸음이 빨라지는것 같았다.
난 기억을 더듬으며 길찾느라 열중하느라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나를 의식하는듯한 그여자의 행동을 보니 나또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저여자와 다른 길로 가야겠다 마음먹고 앞에 보이는 어느 골목으로 꺽었다.
근데 그길이 하필 막다른 골목이었다..
어쩔수 없이 바로 턴해서 다시 나왔는데 그순간 그 여자가 또 뒤돌아 봤던것 같다...
내가 잠시 숨었다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갑자기 이제 확신한다는듯 막 뛰기 시작했다..
그여자는 양손에 쇼핑빽을 가득 들고 하이힐 같은 것을 신고 있었는데 속도는 나지 않았고 얼마 못가 뭐에 걸려 넘어졌다 재빨리 일어나 또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거뭐 솔직히 꼭 나때문에 저러는 것인지 나또한 확신은 할 순 없으니 뛰지마시라 소리칠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차피 해매고 있는것이긴 한데 뒤돌아 가기는 좀 억울 하고 암튼 난 계속 걸어갔다..
왠지 부상을 입고 절뚝거리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사라코너와 뒤에서 쫒고 있는 앤도스켈리톤 상태의 터미네이터가 불현듯 연상 되었다..
얼마 안가 슈퍼가 나왔고 그여자는 구원이라도 얻은듯 슈퍼로 허겁지겁 달려 들어갔다...
난 잘됐다 이제 빨랑 앞서가야지 하며 빠른걸음으로 가게 앞을 지나가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게 안을 슬쩍 보았다...
역시나 그여자는 슈퍼주인 인듯한 아저씨 뒤에서 바지가랑이를 붙잡은채로 잔득 겁에 질린듯 주저앉아 있었고 아저씨 또한 당황한 표정으로 입구를 주시하며 서 있었다...
지인의 가게는 약간 더 해맨후 다행히 찾을 수 있었다...돌아오면서 버스창가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살며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