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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 외국인으로 오해받은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55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0
조회수 : 3050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6/05/20 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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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봄이 찾아와서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홍대 근처를 더 찾게 되면서 나를 외국인으로 보는 내국인들도 더 늘어난 기분이다.

얼마 전 외근을 다녀온 뒤 합정역에서 사무실 쪽으로 가고 있는데 딱 봐도 "도를 아십니까?" 로 추정되는 2인조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외면
당하며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제발 내게는 말을 걸지 않고 그냥 지나쳐주길 바라며 길을 걷는데
흰 남방에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여자분이 내 쪽으로 오면서 "얼굴에 복이 참 많으세요." 라며 웃으며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라는 거절의 말을 하려는데 일행으로 추정되는 다른 여자 분이 그 단정한 여자 분의 손목을 잡으며..

"한국 사람 아닙니다. 그냥 가시죠.."

"아.. 그런가요?"

그렇게 둘은 내 옆을 지나쳐 갔다. 나는 길에 멈춰 서서 합정역으로 내려가는 그녀들을 잠시 바라본 뒤 내가 도대체 어디가 한국 사람이 아닌 거
같냐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오늘은 중요한 미팅이라 결혼식 때나 입는 남색 양복을 입었는데!!
사무실로 돌아와 김 대리에게 물었다.

"김 대리.. 너도 내가 외국인처럼 보이냐?"

"뜬금없이 그런 걸 물어보세요."

"아니..그게.. " 나는 상세하게 좀 전에 있었던 일을 김대리에게 설명했다. 

"심지어 오늘은 깔끔하게 양복까지 입었다고.. 머리도 신경 썼고 그런데도 나를 한국사람으로 보지 않는 게 말이 돼?"

"후... 과장님.. 말 돼요.. 지금 과장님 모습이 딱 신붓감 찾으러 한국 온 태국 노총각 같아요."

김 대리는 코끼리를 섬기는 앵그리 옹박으로 변신하는 나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더니 나의 주먹과 발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퇴근길 합정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홍대입구역에서 비어있던 내 자리 옆에 내 옆에 중국인 관광객 세 명이 쇼핑백을 몇 개씩 들고 
나란히 앉았다. 세 명의 중국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모르겠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로 참 시끄러웠다.
'하필이면 왜 내 옆에 앉은 거야..' 라며 시끄러운 그들의 대화가 자장가처럼 들렸는지 아니면 외근하러 다녀서 피곤했는지 나도 모르게 잠시 
졸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 졸고 있는데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나를 깨우셨다. 

"일행들 내렸는데 안 내려? 한국말은 못 알아듣나?"

"네? 무슨 말씀이세요?"

"어? 한국사람이세요? 아이고 미안해라. 난 아까 그 중국사람들 일행인 줄 알았지."

"아.. 네.."

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옆에 계신 일행 아주머니께 "한국사람이네.. 한국 사람.." 이라고 작게 말씀하셨고 일행 아주머니께서는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오지랖을 부려.." 라며 뭐라 하셨다. 그리고 두 분은 다시 한 번 내 얼굴을 바라보셨다.

서울에서 지낸 지 어언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낯선 서울이란 곳으로 여행 온 관광객 기분이다. 기분 탓 일거야..


출처 지금도 친구들은 '깜싸함미다. 부인.' 이라고 했던 나의 흑역사를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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