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년 전 일임
이제 갓 대학 졸업을 남겨두고 내 인생의 정착지를 찾지 못한 채 방황을 하며 남는게 시간이었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나 하게 됐음
명절기간에 보낼 선물을 포장하는 일이었는데
인원이 여자반 남자반이라 흐뭇하고 달콤한 분위기는 남의 일이지 나완 상관없는 일이었음
이번에도 어떠한 썸씽도 일어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꼐 나는 오로지 열심히 돈 벌 생각만 했음
그 덕에 사장에게 인정받아 조장아닌 조장역할도 했었음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사장은 내가 힘들어보였는지 제일 편한 포지션에 날 넣어주고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며 사라졌음
즐겁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을 하고 있을 무렵 내 앞으로 이상한 종이가 하나 이동해왔음
내가 있던 포지션은 컨베이어벨트 옆에 서서 앞에서 여자들이 뚜껑을 덮어주면 난 박스를 층층히 쌓는 일이었음
근데 박스 말고 올게 없던 벨트에 종이가 온거였음
누가 또 쓰레기를 버렸나 싶어서 무심코 종이를 집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느낌이 나는 것이었음
뭐지 하고 종이를 살펴보니 깨끗하다는 문구가 생각나는 글씨가 적혀 있었음
그랬음 여성용품이었던 거였음
위에 누나가 둘이었던 나는 당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당황하는 척 하며
이 종이쪼가리 아니 휴지쪼가리를 어찌 처리해야할지 고민했음
그때 문뜩 이게 없어진 걸 알고 불안해 할 주인의 모습이 떠올랐음
그래서 나는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했음
분명 나한테 올때까지 아무도 몰랐으니 멀리 떨어진 사람은 아닐것이라 생각했음
그리고 바로 앞의 여자애를 유심히 관찰했음
주머니가 헐거워 보이는게 아무래도 일하다가 흘린 듯 했음
우선 계속 손에 들고 있다 들키면 업장에서 쫓겨날 건 분명했기에 박스밑에 뚜겅으로 덮어놓고
여자애와 눈이 마주치길 기다렸음
하지만 썸씽따윈 없다는 듯이 여자애는 날 쳐다볼 생각도 안 했음
그래서 난 당차게 그녀를 불렀음
"저기요"
그러자 그녀가 날 돌아봤음
"여기... 여.. 기... (아 여기 좀 보라고)" 하며 뚜껑을 들었음
순간 그녀는 온갖 복잡한 미묘한 감정이 섞이는 표정을 지으며
이소룡의 쨉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자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음
그리고는 갑자기 앞을 보고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거였음
난 당황했음.. 내가 직접 손에 쥐어줘야 하나 생각했음
그래도 다행히 곧 쉬는시간이 됐고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사람의 손이 빛보다 빠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이
휴지쪼가리를 집어갔음
나는 이게 운명의 시작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일 거라곤 생각치 못했음
그래도 그녀가 자기 친구들에게 얘기를 했는지
쪼꼬리는 몇개 얻어 먹었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