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무려 여섯살이나 어린 남동생이 있다.
지금은 같은 상에 마주앉아 술잔도 기울이고
가끔은 담배 심부름도 시키는 성인이 되었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동생은 내게 말도 잘 못거는 소심하다면 소심한 남자였다.
이 이야기는 조금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약 10여년전 당시 나는 사회에 대한 반항인지 자기만족의 끝판인지
자학적 나르시즘을 맛보기 위해선지 모르겠지만
눈썹에 둘 왼쪽 귀에 넷 오른쪽 귀에 하나 마지막으로 혀에도 하나. 총 여덟개의 피어싱을 달고 있었고
머리는 먼 옛날 머리깨나 흔들었을 락커의 그것처럼 길었다. 특히나 뒷머리가
그날도 여느때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10개정도의 채팅창을 켜놓고 각각의 친구들과 동시 다발적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평소엔 전혀 그렇지 않았던 동생이 이상하게도 친구들을 데려왔다.
당시 집 구조상 내가 방문을 열고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현관문이 바로 보이는 구조였는데
그 네명의 아이들이 문이 열려 들어오며 본 첫 장면은 뒷머리가 무려 30cm에 달하고 8개의 피어싱을 여기저기에 달고있는
험악한 식인종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난 아직도 기억한다 동생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함과 동시에 검은자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스캔을 끝낸 눈동자를...
'안녕하세요..'
'어? 왔니? 피자시켜줄까?'
'안녕히 계세요..'
라는 나의 인사겸 선의의 행동은 현관문이 열린지 채 3초도 되지 않아 묵사발이 되었고
동생의 눈빛은
'what's wrong with you!!'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후 10여년이 흐른 몇일전 그때 당시의 동생의 친구들의 소식을 들었는데
아직도 술자리에서 내 첫인상에 대해 논하곤 한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