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999년 여름 쯤,
제대한지 얼마 안돼 집에서 빈둥대던(알바하고 있었나? 가물가물) 시절
누나가 캐리비안 베이를 데려가 준다고 했다.
난생처음 가보는 워터파크를 여자친구가 아닌 친누나랑 가는 게 영 내키진 않았지만
말로만 듣던 그 비싼 캐리비안베이를 간다는 생각에 기꺼이 누나와 이른 새벽 1500번 버스를 탔다.
아침일찍 갔음에도 줄이 길어 1시간 넘게 대기하다 들어갔던 것 같다.
노란색 원피스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온 누나는 나에게 물어봤다.
"어때? 괜찮냐? 뚱뚱해보이진 않아?"
"어? 그냥 다른 사람들하고 비슷한데?"
"비슷한게 뭔데? 어떤데?"
"굵고 짧아"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난 옆차기를 했다
그러게 남동생한테 그딴걸 왜 물어봐..
지금은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 그때보다 더 굵어졌다
나보다 두껍다. 우리 형은 누나보고 경륜선수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