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병아리마냥 빨빨거리던 신입생들을 필두로, 캠퍼스엔 새로운 만남과 설렘이 가득했으며 그 꽃을 피운 커플들이 양지를 거닐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학관 B307호, 빛이 잘들지않는 음지, 그 곳엔 꽃은 커녕 퀘퀘한 냄새와 시각적 거부감을 일으키는 곰팡이만이 피어올랐다. 나뒹구는 술병들과 먹다남은 안주들, 누가 작성했는지는 몰라도 교수님이 보시면 대성통곡할 레포트라는 이름의 종이쓰레기가 신문지 대용으로 펼쳐져있다. 08학번 선배가 졸업하면서 당장 소각장에 던져버리라던 98년도부터 놓여져있던 색노란 알림판엔 '동방은 모두의 공간입니다! 깔끔하게 이용합시다!' 라는 동글동글 이쁜 글씨가 적혀있었다. 10년도 마지막 여자 동아리원의 최후의 기록, 그것은 우리 동아리에도 여자가 있었다는 역사적 증거로서 우리 동아리의 자랑이었다. 잠에서 막 깨어난 나는 그 문구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한다 동방이 깨끗해지면 다시 한 번 기적이 이뤄질까? 주위를 돌아보았다. 기숙사에서 고기를 구워먹다 쫓겨나서 동방에서 살고있는 놈 자취하고있지만 10분거리를 걷기싫어 동방에서 살고있는 놈 기숙사 와이파이는 꾸져서 게임할때 끊긴다고 동방에서 살고있는 놈 첫 번째 놈이 널부러져있는 곳곳이 찢어져서 겨우 이어져있는 은박 돗자리, 이것은 10년도 최후의 여자 동아리원이 피크닉을 가자며 구매한것이며, 그렇게 떠난 피크닉에서 고성방가로 경찰서에 갔다고한다 두 번째 놈이 껴안고 있는 베게는, 재작년 군대간 동기놈이 챙기기귀찮다며 버리고간 흰색과 파란색이 섞여있는 베게다. 이제는 누렇게 변색되고 정체모를 액체의 자국들이 가득하다. 세 번째 놈이 누워있는 쇼파는 05년도때 옆동아리가 새 쇼파를 산다며 버린 것을 주워온 것이다. 이제는 가죽이 다벗겨지고 커버도 벗겨져서 스펀지가 적나라하게 보이고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누워있는 쇼파, 가운데가 푹 꺼진 검은색 가죽 쇼파. 두 가지 학설이 존재하며 우리 동아리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첫 번째 학설은 여래신장설이다. 2002년도 월드컵, 4강에서 아쉽게 떨어진것을 탐탁치않게 여긴 96학번 왕고께서 가볍게 쇼파를 두드리자 가죽이 뚫리고 스펀지가 양쪽으로 갈라졌으며 목재까지 두동강났다고 한다. 두 번째 학설은 붕가붕가설이다. 언젠지모를,, 동아리내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균형을 이뤘으며 동아리에 다수의 커플이 활동했다고 전해지는 황금의 시대, 야심한 밤 아무도 없는 동방에서 의문의 커플이....ㅎ 그 지속적인 충격이 우연히 쇼파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했고 그로 인해 무너졌다고 한다. 어쨋든 딱 엉덩이 부분이 뚫려있기에 그곳에 엉덩이를 넣고 누우면 꽤나 편안하다 이렇게 내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이 나름의 추억과 선대의 기록들이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빛이 들어오지않는 곳, 도태된 자들이 모이는 곳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장소, 이 곳이 바로 나의 동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