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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담배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6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4
조회수 : 2248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8/23 09: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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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고등학교때 내 친구 스펙트럼은 넓었다.
쉬는 시간에 가라는 화장실은 안가고 책만 부여잡다가 방광염으로 입원해서 1년 유급할뻔한 멍처...전교 1등놈부터
수학여행갈때 버스 제일 뒤편, 잘나가는 청소년 자리랑, 교무실 담임선생님 옆자리 선생님자리가 지정석인 꼴통놈까지...

나는 이 어울리지 않는 집단의 전해질이며 매개체같은 존재였는데,
산성염기성 남극북극 남자여자 같은 이 놈들의 공통점은...담배를 엄청나게 펴댄다는거였다. 고등학생때.

우리 학교 정문에는 길거리쪽 1층은 상가, 1층뒤편과 2층은 주택인 전형적인 골목에 있는 타일바른 상가건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반경 수백미터네 유일한 분식집이었고,
1개에 100원, 500원내면 7개, 인사성좋으면 추가로 하나 더 나오는 튀김만두가 입에 촥촥 감기는 집이었다.
그 튀김만두랑 닭꼬치를 팔아서 사장님 차가 벤츠였다. 진짜로.

그리고 우리 학교 학생들의 주요 담배구입처였다.
분식집가서 "사장님 과자주세요."가 신호였고, 그렇게 산 담배를 골목 뒤편 문이 열린 그 분식집 마당으로 들어가 한가치 태우는거였다.
킵해주고 그런건 없었지만서도, 애들이 분식집가면 담배만 사고 나가는것도 아니고, 담배사고 만두먹고 가고 그렇기 때문에
돈이 안벌릴수가 없었다.




부모님 속 어지간히 썩이던 질풍노도시기의 나였지만,
술 담배 커피는 고등학교 졸업하고나서의 즐거움으로 남겨놓기로 했기 때문에 일절 손대지를 않았다.  
이런 쪽으로는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친구들이 한대펴봐 뿅가.라고 권하는걸 됐다임마.하고 거절하고,
다음날 학생부로 뿅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곤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큰집에 갔더니, 큰아버지가 우리 조카 첫 술을 위해 준비했다며 꺼낸 술은 "로얄샬루트" 였다ㅋㅋㅋ
그렇게 단 둘이 대작을 하며 큰아버지 주무시는거 보고 큰엄마한테 저 갈께요.하고 인사드리고 나왔다.

소문을 들은 작은아빠가 찾아와, 너 나랑도 술 한잔 해야지.라며, 
어느 오리고기집에서 호기롭게 오리불고기 3인분에 소주 3병!!!이라며 주문을 하셨고,
약 3시간 후, 작은아빠는 나한테 업혀서 그 가게를 나올수 있었다.

그렇게 어른들께 술을 배우고, 너 우리집핏줄 맞음ㅋㅋㅋㅋ라는 인증도 받고,
대학교 OT를 가게 되었다.

남중남고를 나온 나에게는 컬쳐쇼크였던게,
이슬만 먹고 사는줄 알았던 여자애들이 
남자애들보다 담배를 더 많이 핀다는거였다.

내가 입학할때 신입생 술잔은 사발그릇이었다. 거기에 소주를 꽉꽉 눌러 담아주더라.

그렇게 선배들을 한명한명 격침시켜나가다가 
실내가 너무 더워서 잠시 베란다에 나와 화장실 앞에서 오바이트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있었다.

"혼자 뭐해???"
여기오는 버스 내 뒷자리에 앉아, 소작집아들인 나를 괴롭히는 마름집딸 점순이처럼 건드리던 여자애가 따라나왔다.
"더워서 바람쐬러."
"너 술 잘마시더라."
"우리집 사람들은 남녀가리지않고 술 잘먹어. 오늘이 세번째지만."
그 애는 취해서 흔들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했고, 담배는 안폈지만 친구들 피는건 많이 봐서 얼른 라이터를 받아서 불을 붙여주었다.
"너 담배피는 여자 싫어해?"
"개인기호품인데 뭘. 신경쓰지말고 펴."

대학생되고 첫 키스의 맛은 멘솔향이었다.




그리고 입학식날. 
"어우야...나 그 날 너무 취했나보다. 우리 친구로 지내자."
쪽팔려서 학교못다닌다고 등록금입학금 환불해달라는 나를,
뭐여이병신은...하고 보던 대학본부직원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소문을 들은 조교형님과 학생회형들이 신입생 교양필수과목분반을 쫙쫙 찢어놔주어서 
그 애랑 같은 과임에도 얼굴 한번 제대로 못볼수 있었다.

일단 내가 학교를 잘 안갔다. 인문대로 들어가서 피씨방에서 컴퓨터수업 시간당 800원주고 듣고 있었음.
그때부터였을거야...내 평점과 연애운이 꼬이기 시작한게...




대학생되면 담배 한번 펴봐야지.라고 했지만,
하필 첫 아르바이트가 화기엄금 주유소여서 어쩌다보니 안피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현역 1급으로 군대를 가게 되었다.

내 양 옆의 신교대동기들은 중증 니코틴 중독자들이었는데,
얼마나 심했냐면 5주동안 강제금연을 했는데도 몸에서 담배쩐내가 나서 
조교들이 이 쉐키들 어디서 담배폈냐며 날마다 푸닥거리를 당해야했다.
얘네들도 억울해미치는게 담배못펴서미쳐 피지도못한담배폈다고오해받아미쳐.
그렇게 밤마다 "보고싶어...엄마...말고 담배...ㅠ.ㅠ"하고 훌쩍이는걸 들어줘야 했다...머저리들...





자대에 갔다.
"응? 비흡연자야?"
'예!!! 그렇습니다!!!"
"오호...어디...너 이따가 행보관님이랑 면담할건데, 흡연자라고 하고 담배주시면 아까 고참들이랑 피고왔다고 그래."
"...??? 예!!! 알겠습니다!!!!"

당시에는 한달에 한번 흡연자에게는 군디스가 한보루반. 비흡연자에게는 한갑당 250원씩인가해서 월급이 더 나왔었다.

일단 그걸로 피고, 부족하면 PX에서 제값주고 사서 피게되어있었는데,
담배 한대 피면 군생활이 5분씩 휙휙 지나가는 마법이 부려지는지라 (그리고 수명도 10분씩 줄어듬)
다들 틈만 나면 피워댔고 한보루 반으로는 턱도 없었다.

그래서 비흡연자도 흡연한다고 구라를 쳐서 연초를 받아서 
짬순으로 끊어서 그 한보루반을 더 받았고, 그만큼의 돈을 자기 월급에서 빼서 주었다.

내 덕분에 담배를 추가로 받게된 고참은 너무 기뻐서 원래 줘야 될 돈에서 항상 천원 2천원씩 더줬는데,
제 값주고 담배사면 돈 훨씬 많이 드는데 절약하게 되었다며, PX에서 과자하나 사주는 셈치고 더 준다고 했다.



물론 당시 면세담배를 줄이려드는 국방부던가...
거기 정책이 있어서 이런거 잡아내라고 닦달하던 시즌이어서 위기도 있었다.

"뭐여? 너 담배펴?"
좀 하는짓이 허술한 후임이 담배를 받으러가자, 
일일히 확인해가며 연초를 불출하시던 행보관님이 어디서 밑장빼기여???라며 손모가지를 잡으셨다.

"이 쉐키가 행보관을 빙다리핫바지로 보나. 너 이새키. 이거 이 연초. 받아다가 니들 고참들한테 줄려는거 아녀?"
"아입니더!!! 지가 피는거 맞습니더!!! 천하의 행보관님이 왜 이리 혓바닥이 기십니꺼??? 후달리십니꺼???"

그렇게 그 후임은 담배갑 하나를 빼서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마사지를 하고는,
행정반에서 유일한 흡연가능자. 행보관님의 재털이 옆 라이타로 냉큼 불을 붙이고는 쭈욱 빨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태연하게...비흡연자인 그 이등병이 담배를 피워버리자, 행보관님은 머쓱해하시면서...
군대가 애들 다 배려...담배 안피는애들도 담배피고 말여...어흠어흠...마. 재 떨어져. 여기다 털어.라며 재털이를 밀어주셨다.

그렇게, 그 후임은 일주일동안 취사장밥을 못먹고 PX에서 고참들이 사주는 냉동을 먹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담배를 안피우고 있었는데,
일단 하루에 3~4번은 경계작전이며 작업으로 산을 타야하는것도 있고,
당시에 있고 지금은 없는 여자친구가 "내가 오빠만나는 이유 중 첫번째가 담배안피는거야."라고 쐐기를 박아놔서였다.

그리고 본의아니게 중대안좋은일로 팔자에 없던 분대장을 받아
힘알탱이 하나도 없는 껍데기분대장이 되어 책임만 오지게 막중하게 되어,
그 한달 만에 생애 첫 편두통과 식욕부진으로 살이 10kg가까이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던 어느 날.

점호끝나고, 이제 분대장 달일없는 고참들에게 너는 분대장이 되가지고!!!로 시작하는 욕을 그 날도 얻어쳐먹고,
자판기커피하나빼서 막사뒤 빨래건조장으로 갔다. 땀흘려서 샤워하고 속옷 좀 갈아입을라고.

평소같으면 같이 고참들이랑 섞여서 같이 갈궜을(...)동기가 
내가 사람들 모여있는 행정반 앞이 아니라 인적없는 빨래건조장으로 가니까 안돼 이쉐키야!!!라며 따라왔다.

"단거먹어. 단거. 우울할땐 단거 먹으래매."
동기는 지 혼자 처먹을라고 짱박아둔 쵸코바를 꺼내서 손에 들러주었다.
그거 받아들고 이걸 지금먹어...이따 후반야 올라가서 먹어...하고 고민 좀 하다가,
"야. 내 담배 한대 줘봐."라며 동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인생 첫 담배는 상병 3호봉때였다.




짬순으로 끊다보니, 내가 받은 담배를 내 동기가 받아갔는데 그 달부터 그 담배를 내가 받게 되었고, 동기의 주머니는 피폐해졌다.
너 이 쉐키들이 내 동기 말 안들으니까 쟈가 담배피는거아냐!!!라며, 동기는 일이등병들을 닦달했다.
니코틴이 부족하면 사람이 불안초조로 인해 난폭해진다는걸 임상학적으로 증명해냈다.

그리고 한달만에 꼴초가 되버렸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새는줄 모른다고, 
아침에 일어나 인원파악하고 모닝빵.
식후연초불로초,
훈련작업간 휴식때 한대.
커피마시며 한대.
축구하다가 잠시 쉬는 틈에 한대.
골키퍼보면서 한대.
야간점호끝나고 소대결산하면서 한대.
간부들에게는 성실한 병사1인 나인지라 소지품검사는 프리패스여서 그대로 초소 대기초에서 또 한대.
그러다가 휴가나갈때쯤되면, 3~4일 안피고 니코틴기운을 좀 빼서 휴가나가 여자친구 만나고, 복귀해서 기차내려서 역전나오자마자 한대.




그리고 전역하는 그 날부터, 다시 담배를 딱 끊어버렸다.

겨울에 주유소알바하러갔다가 어느 여성분에게 모욕을 당하고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3793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삼일에 걸쳐 반갑인가 피고 다시 내다버린 이후로,
술자리에서도 친구들이랑 피씨방당구장가서도 담배는 피지 않았다.

그때도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가 담배연기를 무지하게 싫어한것도 있고,
담배피고 쿨럭거리던게 감기가 아니라 편도염이라는 통합병원대위님의 진찰을 받아놔서 안피려고 노력을 했었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
밤중에 담배가 떨어졌을때 괴로운것때문에 담배를 끊었다.는 주인공의 말이 너무 멋있어서 
그걸 되뇌이며 길가의 24시간 편의점들을 외면하며 담배를 안피웠다.




그리고 평생갈것 같던, 그 여자와 오랜 연애끝에 차여버리고...
그 날 하루 만에 담배 3갑인가 피웠다.

어제까지 담배 안피던 애가 흡연실들어와서 중얼거리며 담배를 펴대니
사장님부터 인턴은 물론, 사무실에 키우던 개까지 모두가 나에게 다가와 위로를 해댔다.
그렇게 사장님 개인카드로 고기랑 고기랑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부모님 친척어르신들 앞에서만 빼고 정말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댔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응가하며 피우고, 
신호대기할때 피우고,
주차하고 피우고,
흡연자 차장님오시면 모닝커피하며 피우고,
화장실가는길에 흡연실들어가 피우고,
거래처가는길에 피우고,
거래처사람만나서 피우고,
식후땡하고 피우고,
일하다가 스트레스받으면 피우고,
일잘풀리면 또 좋다고 피우고,
퇴근하며 피우고,
회식가서 피우고,
친구들 만나 피우고,
자기 전에 아파트나가서 한대 태우고.

한때 분위기좋았던 여직원이 결국 내 담배에 질려서 우리 사귀려던거 없던걸로 해요.라고, 할 정도로.
멍청하고 미련하게 피워댔다.

당장 내 눈 앞에 다가오는 행복조차 그렇게 날려버릴정도로
그 여자와 헤어진게 너무나 가슴아팠고, 그토록 니가 싫어하던 담배라도 피워야 내가 널 잊지.라며 피워댔다.




그러다, 편도염으로 숨도 못쉬다가 1주일동안 입원하고. 
우리 30넘은 큰아들 담배안피우고 사는줄 알았던 오마니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리고,
의사선생님의 "빨리 뒤지고 싶으면...어이쿠!!! 이런...말실수를...빨리 죽고 싶으면...계속 피시던가요." 라는 말을 듣고,

담배 다시 끊은지 2년이 되있더라ㅎ

이제는 담배연기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지끈거릴정도로 끊어버렸음.




여러분. 떠나간 여자가 다시 돌아오지않듯이, 건강도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뭐 담배끊어도 생겨먹은게 이래놔서 연애못하는건 매한가지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가래 그릉그릉하는거 없어져서 좋음.
안에 받쳐입은 흰티가 누래지지않아져서 좋음.
꼬꼬마사촌동생들이 큰오빠~하고 안겼을때 예전에는 콜록콜록재채기부터했는데 이제는 안그래서 좋음.
무엇보다 닭정권의 세수증대에 기여를 하지않아서 좋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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