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시작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모기가 기승을 부릴 여름이 거의 지나가네요. 이제 장농 안으로 모기장을 들여놓고, 모기향과 에프킬라가 없어도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겠군요...
다른분들은 어쩌신지 모르겠지만...저는 개인적으로 모기에 대한 약간의 히스테리랄까? 그런게 좀 있습니다. 윙윙거리며 귀옆에서 날아다닐때면 귀찮은 기분보다 심한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거든요. 그것은 아마도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 겪었던 일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다 잊고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기억이지만...그 일이 제 모기에 대한 분노를 가져왔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당시...저는 강원도 속초의 작은 동네에 살았더랬습니다. 나름 깨끗했던 바다와 아름다운 산을 끼고있는 아름다운 동네였지요. 또한 순수했던 아이들과 맘씨좋은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행복한 나날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아이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하며 바닷가에서 뛰어놀고 있을 여름의 어느 무렵...어디선가 굉장히 크고도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런 소리가 들리더군요...마치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랄까요? 아니 수천마리의 벌떼가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누군가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그 '우웅~'하는 소리는 바닷가를 비롯하여 마을 전체에 퍼져나갔고, 놀란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집으로 도망을 갔었습니다. 그리고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갈수록 커져가는 그 굉음에 두려워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지요.
또한 어디서 그런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무기가 필요할 것같아서 근처에 돌아다니던 물에 젖은 나무막대기와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던 소주병과 닭다리뼈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다가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마침내 그 소리가 나는 곳의 바로 한칸 앞의 바위 앞에 다다랐습니다. 저는 등을 바위에 붙이고 조금씩 조금씩 몸을 움직여 들키지 않고 바위의 맞은편을 보기위해 안간힘을 썼고, 결국 그 소리의 정체를 알수있었습니다. 그 정체는 바로 1미터 30센티 가량의 길이의 모기 한마리였습니다.
물론 동네마다 전설이 존재하지만...속초에도 전설이 있습니다. 요즈음 젊은세대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이지만...나이많으신 어르신들께 여쭤보면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구전으로 전해오는 터라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대충 정리를 하자면 예전 속초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1850년 무렵...큰 늪지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일명 '봉혈문'이라는 거대모기가 살았는데, 이놈의 얼굴은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고 날개는 하늘을 덮었다고 전해지니 얼마나 컸을지는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학자들의 추측으로 따지면 약 5미터에 육박했었다고 합니다.
여튼 이놈은 잘 움직이지는 않지만, 한번 배가 고파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축이며, 인간이며 따지지도 않고 무작적 피를 빨고 다니는데 한번 먹는 양도 엄청나서 한끼 식사에 소 30여마리의 피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이놈을 신성히 여기면서도 피해가 극심해지자 퇴치를 하자는 운동이 일어났고, 이것이 그 유명한 '문퇴운동'이라고 합니다. 여튼 그렇게 마을사람들은 에프킬라와 모기향을 들고 녀석이 살던 굴앞에서 사냥을 시작했고, 결국은 '봉혈문'을 퇴치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녀석의 새끼가 남아 여태껏 숨어서 살고있었던 모양이더군요. 저는 어른들께 들었던 그 전설을 기억해내고는 장구벌레에서 막 성충이 되기위해 허물을 벗고있는 녀석의 등덜미에 나무막대를 꼽았고 대롱모양의 입을 소주병으로 틀어막고 닭다리뼈로 계속 때렸더니 서서히 힘을 잃고 쓰러져 죽더군요.
하지만 저는 어린마음에 귀한 생물이 죽었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어른들께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녀석이 발견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위해 늪지의 흙을 퍼다가 녀석을 덮어 시멘트로 공구리를 쳐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부분도 개발이되어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섰죠. 이 일은 영원히 비밀에 부칠 생각이었습니다만...이자리를 빌어 이렇게 털어놓네요...
여튼 아마도 10000년 후, 쯤에는 녀석이 화석이 되어 발굴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사람들은 말하겠죠. 과거의 모기는 크기가 1미터가 넘고 등에는 나무막대기 모양의 돌기가 있으며 주둥이는 병모양으로 끝이 넓다고... 역사란 이런게 아니겠습니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