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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부랑 살면 신비한 체험을 자주 할수 있다 - 23
게시물ID : humorstory_4472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큐쨩
추천 : 31
조회수 : 3895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6/11/10 23: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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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부(相撲部)


이 이야기는 스모부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한 한국인 남성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90%+과장5%+(재미를위한)5%...]

 

코노 방구미와 고란노 스폰-- 

테이쿄-데 오쿠리시마스....

 

이게 아닌가...







우리 스모부 친구들이랑 가끔 같이 밥을먹으면

먹는양에 놀라는것도 놀라는거지만

음식에 대한 철학이 느껴져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때가 많다

진정 맛있는 음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들의 진지한 자세

과연 밥도 먹어본놈이 잘 먹는다고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모르게 

역시 느그들이 최고야라고

엄지를 치켜들게 될 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42.

우리 미나미노 친구들에겐

식사의 패턴이 존재한다

일단 요리가 눈 앞에 나타나면

공책에 글씨를 지우개로 지우듯이

상 위에 놓여진 음식을 지워나간다

일단 배가 어느정도 찰때까지는 

한마디 말도 없이 음식만 입안으로 

꾸역꾸역 집어넣다가 

어느정도 배에 음식이 들어가면

그제서야 이성을 되찾고 

한명 두명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렇게 어느정도 배가 찬 스모부 친구들이

가끔 하는 이야기가

살면서 먹어봤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정보공유이다

오늘 첫번째 에피소드는

바로 이 타이밍에 나왔던 이야기이다


하루는 어느정도 배가 불러진

우리 곳쨩이 카가와(본가)에서 먹은

닭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곳쨩>
혹시 장닭 드셔보신적 있으십니까?
보통 마트에서 파는 닭들은 태어난지 얼마 안된
어린닭들 아닙니까?

제가 살고있는 카가와에는 마당에서
뛰어노는 장닭을 잡아다가 요리를 해주는
그런 가게가 있습니다

보통 장닭을 요리로 잘 쓰지 않는 이유가
어린닭들보다 살이 질기기 때문에인데
이 집은 그 질긴 닭고기를 기가막히게
살려서 음식을 파는 집입니다

닭고기를 냄비에 온갖야채를 넣고
마늘도 송송 썰어넣어 잡내를 잡고
간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이집의 비밀 양념을
첨가하고 뽀글뽀글 끓인 토리나베(닭냄비)

일단 요리가 되고 있는 그 냄새부터가
참을수가 없습니다

어느정도 시간을 두고 익힌 냄비를 열고
닭고기를 한입 베어물면...

고무를 씹는듯한 식감이 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당연히 안되죠
그 고무같은 닭고기를 한입 두입
씹기시작하면 닭고기가 점점 부드러워지면서
속에 품고 있던 육즙과 향이 그대로
입에 전해집니다
크흐~ 이게 정말 기가 막힙니다

내가 조금 수고로워질수록
고기의 맛이 점점 좋아지는 마법같은
닭요리를 파는 이 가게는 
저희 부모님 아는분이 하시는 가겐데
고기를 다 먹으면 특별히 친분이 있는 
우리가족에겐 서비스로 
메뉴판엔 없는 메뉴를 만들어 줍니다

카가와가 일본에서 우동으로 유명한지역 아닙니까?
그 남은 국물에 우동면을 넣어주고
보글보글 끓이면
이 집이 아니면 먹을수 없는
기가 막힌 스프맛의 우동이 나옵니다

여기서 먹는 우동이 일본에서 제일이라고
자부할수 있습니다


모두가 감탄에 감탄을 내뱉었다

나도 이 요리때문에 곳쨩에게

카가와에 가고싶다고 애원중인데

집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수험생이라는

이유때문에 아직 한번도 카가와에 가본적이 없다

아마 소중한 여동생을

악마같은 내가 가로챌까봐 걱정하는게

분명하다 이 시스콤같으니라고 !

뭐 물론 전혀 그런 나쁜맘이 없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얘기를 하고 있을때

1층 끝방 선배도 살면서 먹었던 맛있던

요리토크를 이어나갔다


선배>
너희들 고베규가 유명한건 다들알고있지?
근데 도쿄에서 먹는 고베규랑 고베에서먹는
고베규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어

내가 중학생때 한번 큰 스모대회에서
1등을 한적이 있었어
그때 부모님은 참 기뻐하셨고
부모님이 얼마나 기쁘셨는지
고베에서 고베규를 사주신다는거야
(참고로 선배는 오사카출신입니다)

그렇게 부모님차를 타고 
고베까지 달리던 날 하늘은
참 푸르고 이뻣던걸로 아직도 기억나

고베규를 산지에서 먹을수 있는건
도쿄사람들은 할수 없는 관서사람들의
특권이랄까

아무튼 그렇게 한 철판야키식당에 들어갔고
새빨간고기에 하얗게 예쁘게 지방이 새겨진
고베규를 눈 앞에서 조리해주는 풍경
이건 진짜 좀처럼 보기힘든 장면이지

달궈진 철판위에 얇게썰은 마늘을깔고
살짝 기름을 뿌린후에 하얗게 눈내린
고베규를 올리면 정말 기분좋은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멈추고 
고기 익어가는 소리에 집중을 할수밖에없지

그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하얀연기를
보고 있으면 금새 스테이크가 완성되고
그걸 요리사가 조심스럼게 한점한점
썰어나갈때 스테이크의 빨간 속살이
얼마나 예쁜지 그걸 보고있는게 꿈만 같았지

그 고기를 접시에 받고나서
먹을때의 기억은 거의 없어
너무 부드럽게 살살녹는 고기에
정신이 나갔었던게 분명해
하나 확실한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고기를 먹었다는 만족감이
몸 구석구석 남아있었다는거지...


이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멍하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때

옆에 앉아있던 베이맥스도 음식릴레이에

동참했다


베이맥스>
홋카이도 하면 보통 사람들은 홋카이도라면이나
해산물덮밥 이런거 많이 떠올리시죠?
하지만 홋카이도 사람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음식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게

홋카이도에서 잡히는 털게는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논할수 있습니다
털게는 실패가 없으니 가면 꼭 드셔보십쇼

제가 한번은 홋카이도 갔을때 이야깁니다

홋카이도 하코다테 야경을 보고 내려왔을때
배가 고파져서 밥을 먹을만한 식당을 찾다가
우연히 한 정식집을 발견했습니다

뭐 털게가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털게는 질리게 먹었고 
간단히 저녁이나 때울겸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던 그 가게에서
저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미소된장국을
먹었었습니다

제가 시킨메뉴는 그냥 일반적인
쇼가야키(생강소스 고기볶음)정식이였고
그때 쇼가야키정식이랑 같이 나온게

말린 대게를 넣어서 끓인 미소된장국이였습니다
근데 그 대게는 보통 대게가 아니고

대게의 하얀 속살을 진한 갈색이 돌때까지
홋카이도의 바닷바람과 햇빛으로
말리고 말린 대게였습니다

말린 대게를 넣은 미소된장국이 있다는걸
바로 이 가게에 들어가고 알게되었는데

이 말린대게를 입에 넣고
한번씹으면 응축되어있던 게살향이 
입안에서 폭발하고
국물을 한번 들이키면 진한 대게의 육수를
느낄수 있습니다

그렇게 쇼가야키에는 입도 안대고
대게 미소된장국에 매료된 저는
미소된장국에 흰 쌀밥만으로도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수 있었습니다



이 데부들이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의 표정을 여러분이 봤어야 하는데

진짜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남자친구의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녀석들

정말 어떤 의미로 최고로다가 멋지다


이런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을때 

곳쨩은 나에게 물어봤다


이(李)상은 맛있게 먹은 음식 없냐고


근데 나는 딱히 음식을먹었을때

뭐든 다 맛있게 먹고

배만 부르면 된다는 주의여서 

딱히 기억나는게 없자 

이 이야기를 모두에게 해줬다



큐쨩>
나는 맛있다고생각한 요리보다는
내가 싫어하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께

나는 한국요리중에 칼국수랑 수제비를 싫어해
칼국수는 일본 우동이랑 비슷한 요리이고
수제비는 밀가루를 반죽한걸 덩어리 덩어리
냄비에 끓여서 만드는 요리인데

이걸 싫어하는 이유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난하게 지냈던 어린날이 떠올라서야

우리집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까지
엄청 가난했었거든 부모님도 일때문에
너무 바쁘셨고 그래서 그랬는지

마트에서 산 재료로 하루는 칼국수
하루는 수제비 이렇게 격일로
1년365일중에 300일은 먹었던거 같아 

그러니까 가난한 이 때 먹은 칼국수랑 수제비는
내 안에서 가난의 상징이 되어버린거지
초등학생때 너무 이게 싫어서
엄마한테 엉엉 울면서 
칼국수랑 수제비는 이제 먹고싶지않다고
말한 이유로 한번도 집에서 먹어본적도 없고
일부러 돈 주고 사 먹지도 않는 음식이였는데

올해 여름 내가 한국으로 갔을때의 일이야
올해는 나에게 뜻깊은 일도 많이 일어났는데
내가 취직을 한건 물론이고 
평생 고생하셨던 우리 부모님이
은행에서 돈도 많이 빌리긴 했지만
아파트도 산 해였거든

그렇게 아파트를 사고 내가 이사를 돕고
집 정리도 어느정도 끝났을때
집들이 날 엄마가 그때 이후로 만들지 않았던
칼국수를 만들더라고

내가 칼국수를 안 먹는걸 알고 있는 엄만데
저걸 만드는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한그릇 받아들고 먹었을때
그 이유를 알았어

참 싫어했던 칼국수인데...
한입 입에 넣고 삼키니
그게 참 맛있더라

고생했던 시간이 나쁜시간이 아니였다는듯한
느낌의 맛이였어 
엄마도 그런 의미로 아마 일부러 만드셨겠지

.
.
.
이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곳쨩이 나에게 말했다


이(李)상 이제 좀 먹고 살만 한가봐?

그럼 저번에 빌려간 2만엔좀 갚지?
.
.
.
.
곳쨩... 미안 살려주세요 일주일만 말미를...주...

쓰미마셍~!!!!!!!!!!!!!!!




43.

42번 이야기가 너무 길었으니

빵터지는 짧은 얘기로

오늘의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하루는 곳쨩이랑 나랑 둘이 역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의 이야기이다

곳쨩이랑 나랑은 둘이 자주 붙어서 다니는데

곳쨩이랑 노는게 재미있는것도 있고

오래 같이 지내서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편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곳쨩의 개그센스를

발견한게 

우리가 게임센터(오락실)에서 

인형뽑기로 천엔을 날리고 나왔을때

구데타마 인형을 뽑지못해

분함에 씩씩거리던 곳쨩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나에게 말했다

 
엇!? 들린다!?


나는 깜짝 놀라서 곳쨩을 쳐다보며

엥? 뭐가 들려 라고 물으니

곳쨩은 진지한 얼굴로

나와 눈을 3초간 마주보고 

이렇게 말했다


맥도날드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


100키로 넘은 사람에게는

음식과 대화가 가능한 스킬이

생기는 모양이다



역시 인간의 잠재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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