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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센 캐'가 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76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52
조회수 : 5440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6/12/16 18: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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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난 일요일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가자는 삼삼이의 성화에 아파트 놀이터로 나갔다. 추운 겨울의 이른 오전 10시임에도 불구하고
놀이터에는 추위를 잊은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놀고 있었다. 30분만 놀아주다가 집에 들어가서 일요일인데 짜빠게티는 못 먹더라도
서프라이즈라도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삼삼이가 노는 모습을 다른 아버지. 어머니처럼 벤치에 앉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혼자 미끄럼틀을
기어 올라가고 놀이기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삼삼이를 보면서 "너는 도시와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놀이터에서 놀지.. 난 네 나이 때 겨울에
갈갈이도 아닌데 밭에서 무 갉아먹으면서 놀았다,," 라는 혼잣말을 했다.
 
놀이터 한쪽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호기심이 많은 삼삼이는 내 손을 잡고 그쪽으로 갔다.
아이들은 플라스틱을 딱지처럼 치고 있었다.
 
"너희들 뭐하는 거니?"
 
마치 똘똘이 스머프처럼 얼굴에 비해 큰 안경을 낀 영특해 보이는 아이가 내 질문에 답했다.
 
"플라스틱 딱지 치고 있어요!"
 
"와.. 요즘은 딱지를 종이로 안 만들고 플라스틱으로 해? 신기하네.."
 
순간 전두환 정권의 독재 국정교과서에 맞서 교과서를 찢어 딱지를 만들었다 어머니께 뒤지게 맞았던 운동권 초등학교 시절이 잠시 떠올랐다.
당시 나도 학교에서 딱지 좀 친다는 놈이었는데...
 
그때 삼삼이는 "아빠 삼삼이도 딱지 딱지 하고 싶어!!" 라며 내 몸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10시 25분... 서프라이즈가 시작하려면
10분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아 나는 삼삼이에게 "딱지는 초등학교 형아들이 하는 거야... 삼삼이는 집에 가서 블록 놀이하자~" 라고
했지만 옆에 있던 눈치 없는 똘똘이 스머프 같은 아이가 "저기 쟤는 6살인데요! 초등학교 안 갔어요! 그래도 딱지 쳐도 돼요!" 라고 대답했다.
 
"삼삼이도 딱지 할 거야!! 딱지!!"
 
이 플라스틱 딱지를 어디서 사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중에 사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삼삼이는 딱지에 제대로 꽂혀 있는 상태였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있는 돈은 1,400원... 나는 딱지치기에 열중인 아이들에게 흥정 하기 시작했다.
 
"너희들 중 400원에 아저씨한테 딱지 하나 팔 사람?"
 
한 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럼 천 원에 딱지 하나 팔 사람?"
 
그때 두 녀석이 "저요! 저요!" 라며 달려들었다. 결국 가장 먼저 "저요!" 라고 한 아이에게 플라스틱 딱지 하나를 천 원에 사서
삼삼이에게 주며 '이제 집에 들어가자' 라고 했지만 삼삼이는 이미 형들 사이에 껴서 자신의 손에 쥐어진 딱지를 던지며 그들의
혈투를 방해하고 있었다.
 
"삼삼아.. 이건 형들이 하는 거야.. 우린 집에 가서 하자.."
 
"할 거야!!! 할 거야!!!"
 
결국 나도 삼삼이와 아이들 무리에 껴서 딱지치기를 구경하고 있을 때 어떤 한 아이가 삼삼이에게 "형이랑 딱지치기할래?"
하며 같이 딱지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 살 아이가 딱지를 쳐 봤자 얼마나 잘 치겠나.. 삼삼이는 형들이 하는 것처럼
손에 힘을 주고 상대 딱지를 향해 내리쳤지만 딱지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이제 아들에게 딱지치기를 전수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 나는 삼삼이에게 "삼삼아.. 아빠가 딱지치는 거 잘 봐.. 이렇게.. 힘을 주고 잘 조준해서 이렇게.." 순간 상대방 아이의 딱지가
뒤집어졌다. (사실 운이 좋았다.) 재질이 바뀌었지만 나의 딱지치기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아들 앞에서 보여줘서 뿌듯했다.
이 나이에 이런 것으로 뿌듯해하면 안 되는데...
아이들은 "와!! 저 아저씨 존나 센 캐다!" 라며 감탄하고 있었다. 6~9세 사이로 추정되는 아이들에게 존나 센 캐라는 소리를 듣다니..
 
그때 우리 아파트 단지 딱지치기의 고수로 보이는 딱지가 가득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들고 있는 한 아이가 감히 내게 도전을 했다.
 
"아저씨 저랑도 한 번 해봐요!"
 
분명히 이 녀석은 '존나 센 캐'인 나를 누르고 '더 존나 센 캐"로 등극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보통의 어른 같았다면 거절하거나
봐주면서 했겠지만, 나는 존나 센 캐 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내 아들은 나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이의 도전장을 받아주기로 했다.
 
"콜! 대신 따먹기 규칙으로 내가 이기면 가져갈 거야..그리고 아저씨는 어리다고 봐주지 않아..."
 
그 아이는 잠시 망설이는 듯 했지만 주변 아이들 앞에서 기죽기 싫었는지 당당하게 "콜!" 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몇 판이 오갔다. 종이 딱지처럼 쉽게 뒤집히지는 않았지만 반대쪽으로 뒤집어질 경우 힘을 그리 주지 않아도 쉽게 뒤집어졌다.
종이봉투에 있던 그 아이의 딱지 몇 개가 처음에는 삼삼이의 양손에 그리고 나중에는 바닥에 몇 개가 쌓이기 시작했고, 그 아이의 표정은
점점 울상을 지어가며 세상 사는 것과 어른과의 진검승부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참교육을 본인의 딱지를 희생시키며 배워가고 있었다.
 
그때 와이프가 밥 먹으러 오라며 놀이터에 왔고 아쉽지만 그 아이가 비장의 무기라며 숨겨둔 왕딱지와의 승부를 겨루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딱지치고 더 놀겠다는 삼삼이를 안고 집으로 갈 때 그 아이가 내게 외쳤다.
 
"존나 센 캐 아저씨! 몇 동 살아요???"
 
"102동.."
 
"아저씨 다음에 또 해요! 리벤지할 거야!!"
 
"리벤지가 뭔지는 아냐?
 
"복수!!!!!"
 
"콜..."
 
그렇게 나는 영어를 잘할 거 같은 한 명의 초등학생의 원한을 접수했다.
 
 
출처 천원 주고 산 딱지 말고는 다 돌려줬습니다.
저는 대인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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