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서울 중구 패스트파이브 5층 컨퍼런스룸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 비확산의 세계적 동향과 한국의 과제'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개발은 백해무익하다"고 주장했다.
강 전 위원장은 그동안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나 이날은 안정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핵폐기물 중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연료로 다시 쓰고 나머지를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 개발에 7170억 원가량을 써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강 전 위원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게다가 고준위 방사성이 유출될 위험도 있고 재처리에서 얻은 플루토늄은 핵 확산에 이용될 수도 있다"라며"그동안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연구개발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는데 한미원자력협정과 지난 20년간 연구개발 과정을 지켜볼 때 중지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프랑스의 연구결과도 마찬가지다. 강 전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1996년 미국 국립아카데미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피폭 감소는 보증하기 어려운데 시스템 변화에 필요한 비용은 많이 드는 것으로 결론냈다. 2013년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2016년 6개 미국 국립연구소들의 연구 결과도 초우라늄 물질들을 분리해 고속로에서 핵분열시켜 지하에 깊이 매장해도 사용후핵연료로 인한 위험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전 위원장은 "파이로프로세싱은 핵확산과 핵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시설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국내 사용후핵연료 지하처분장 개념을 조금만 수정하면 국내 경수로와 중수로에서 방출되는 모든 사용후 핵연료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중층 지하 처분장'을 제안했다. 이중층 지하처분장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지하에 건설할 때 단층이 아니라 이층 구조로 건설하는 것을 말한다.
원자력에너지 공공정책 분야의 권위자인 프랭크 본 히펠(Frank N. von Hippel) 프린스턴대학교 명예교수도 토론회 발제에서 불안정성과 비경제성을 들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에 반대했다.
히펠 교수는 "결론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라며 "이제는 사람들에게 좀 더 유용한 일을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천연우라늄은 충분하며, 플라토늄 분리가 가져오는 환경적 이익도 없다"라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비용이 많이 들며 프랑스, 일본, 한국, 러시아, 인도, 중국, 미국에서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국가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라고 쓴소리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 연구개발을 둘러싸고 안정성과 경제성이 꾸준히 제기되자 지난 2017년 12월 사업재검토위원회를 꾸려 검토한 결과 오는 우선 2020년까지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