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한 뒤 발생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더 이상 임시보관할 곳이 없다면,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원전 중단(또는 동결)선언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주민 희생을 요구하는 임시저장시설 건설로 상황을 모면하기보다,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기소비자에 알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시 소재 월성원전 2,3,4호기는 임시저장시설 포화로 2021년부터 가동이 불투명한 상태다.
김수진 정책학 박사는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당면한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독일이 70년대말 원전사업자가 재처리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5년간 신규원전을 허가하지 않은 이른바 '원전 모라토리엄'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박사는 "핵폐기물 대안이 없으면 원전을 멈추더라도 대책을 마련하고 가야한다. 우린 지금까지 미루다가 포화가 임박하자 그 딜레마를 지역주민에 안기고 있다"며 "폐기물 대책이 없다면 핵발전소를 멈추란 얘기이고, 이건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잘못한 것, 정치권이 책임지지 않은 것 등을 다 꺼내 얼마라도 모라토리엄 기간을 가져야 국민이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의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비판과 제언’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기존 법제와 방폐물관리기본계획,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쟁점 등을 설명하면서 “정부는 당장 시급한 임시저장고 건설지로 월성원전을 꼽고 있으나, 경주는 2005년 중저준위폐기장 주민투표 당시 핵연료 관련시설은 건설하지 않기로 법으로 정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런데도 정부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맥스터(임시저장고)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맥스터 건설이 좌절되면 2021년경부터 월성 2~4호기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데, 원래 수명이 2027~2029년이다. 맥스터를 지어 더 운영하기보다 조기폐쇄해 핵폐기물을 줄이고 향후 대책을 수립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중수로 원전인 월성 2~4호기는 전체 전력생산량의 2% 이내, 전체 고준위 핵폐기물의 절반 가량을 발생시키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 가능여부까지 고려해 원전수명을 가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희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은 “고준위 핵폐기물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 재공론화위원회 출범에도 조용한 이유는 얘기를 꺼낼수록 불리한 찬핵 산업계 침묵 때문”이라며 “하지만 피해갈 순 없다.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