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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눈으로 본 인사이드 아웃 [1편] : 슬픔의 압도적 승리(스포유
게시물ID : movie_463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릭소년
추천 : 16
조회수 : 2075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5/07/15 14: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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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참 마음에 드는 영화가 또 한편 나왔습니다. 거두절미 하고, 심리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측면들 중에서도 굵직한 포인트들만 짚어가면서 리뷰를 작성해 볼까 합니다.


영화적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상상력이 얼마나 기발하고 창의적인지 등등.. 칭찬할만한 꺼리들은 넘쳐나지만, 그런 부분들은 다른 영화 리뷰어들께서 충분히 잘 다뤄주실 것으로 믿고요^^ 


심리학의 시각에서 영화 속 주요 포인트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우리의 내면을 치유하고 살찌울 수 있는 유익한 정보들을 추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를 보신 뒤 아래 이어지는 리뷰만 꼼꼼히 한 번 읽어보신다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큰 수확을 얻게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우리에게 강력한 심리적 통찰을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 한 번 하나씩 함께 살펴보실까요?


1. 우리는 '감히' 마음을 통제할 수 없다


기쁨이(Joy)는 상당한 기간 동안 라일리의 삶을 주도적으로 책임져 왔고, 덕분에 라일리는 무탈히 잘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평화롭고 즐거운 일상이 펼쳐지는 고향 미네소타를 떠나게 되면서, 기쁨이의 활약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라일리의 일상은 점점 밝은 빛을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조이_새드니스.jpg


▲ 라일리의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 마음들 : 왼쪽부터 버럭이, 까칠이, 기쁨이, 소심이, 슬픔이


그간 잠잠히 있던 슬픔이(Sadness)가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라일리에게 매우 중요한 핵심기억을 만져서 슬픔의 색깔로 파랗게 물들이려 하는가 하면, 기쁨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조종 계기판을 멋대로 조작해서 라일리가 슬퍼질 뻔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기쁨이는 당연히 펄쩍 뛰면서 슬픔이를 제지하려 하고, 슬픔이는 그때마다 사과를 하며 물러섭니다.



마음의_계기판.png


▲ 슬픔 : 쏴..쏴리...어... 나도 모르게 그만.. 내가 왜 이러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슬픔이가 자의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기쁨이의 경고를 듣고 물러서려 마음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이 멋대로 조종 계기판을 만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관객들께서 쟤가 왜 저러는 걸까? 하고 의문을 품으셨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초반 슬픔이의 돌출 행동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이 등장하지 않는데요.


그 비밀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화 속 슬픔이는 어떤 내적인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선택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면에 등장해 조정간을 잡을 수밖에 없도록 슬픔이에게 강제적으로 충동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라일리를 둘러싼 상황의 변화 그 자체 였습니다.


절친하게 지내던 소꼽친구와 헤어지고.. 긴밀한 유대관계로 연결되어 있던 하키 팀에서 떨어져 나왔으며.. 태어나서부터 편안하게 여기던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주택에서 벗어나, 낯설고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 이삿짐도 받지 못한 채 텅 빈 집에서 지내게 된 상황. 게다가 늘 곁에 있어주던 아빠는 새로운 사업 때문에 바빠서 자신에게 관심을 충분히 기울여 줄 여력이 없으신 상태..


이러한 상황의 변화를 접한 라일리의 내면에서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불러 일으켜지는 것이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내면은, 우리를 둘러싼 외부 세계와 상상 이상으로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둘은 불가분의 관계로서, 엄밀히 말하면 '본래 하나'라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상호의존성'입니다. 우리의 감정, 느낌, 생각 등의 내적인 경험들은 언제나 외부 세계에 대한 반응으로써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런데 우리를 둘러싼 외부의 상황은 늘 변화하며 흐르게 마련이고, 외부 세계와 연동되어 있는 우리의 마음 역시 그에 따라 함께 변화하며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 물론 여기서 철학적으로 더 들어가면.. 세계가 흐르기 때문에 마음이 흐르는 것이냐, 마음이 흐르기 때문에 세계가 흐르는 것이냐를 놓고 다양한 담론들이 펼쳐질 수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런 복잡한 것들은 일단 생략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ㅋ *)


세계 자체가 변화하며 흐르는 힘은 실로 항거할 수 없이 막강한 힘입니다.. 그러면 그에 연동되어 한몸처럼 함께 움직이는 우리의 마음이 흐르는 힘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항거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상황의 흐름에 따라 라일리의 내면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슬픔이가 강제적으로 전면에 등장해 라일리의 자아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슬픔이가 전면에 나서기 싫어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어떤 강력한 힘에 이끌린 듯이 돌발 행동을 하던 모습에는 이러한 이유가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2. 긍정이 망친 행복 ㅡ현대인의 자화상ㅡ


우리 사회에는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을 발전시켜나가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권장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계발 문화에서, 멘토링 문화에서, 취업 시장과 직장생활의 논리에서 마치 자명한 사실인양 전파되어 왔고..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를 내면화하여 그러한 원칙에 입각해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라일리의 내면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마음을 찾는다면 그것은 기쁨이일 것입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기쁨이는 슬픔이를 불필요한 존재로 간주합니다. 슬픔이 때문에 라일리가 우울해지고, 비능률적이 되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걸 막기 위해 기쁨이는 최선을 다 해 슬픔이를 탄압합니다.



기쁨이와_슬픔이.jpg


▲ 기쁨이 : 야, 슬픔이 뭐냐, 먹는 거냐? 웃어 짜샤~~ 하하하하하핳ㅎ하하핳!


조그만 원을 그려놓고서는 못 나오게 해놓거나,계기판을 잡거나 핵심기억에 접근할라치면 손을 찰싹 때리고 갈궈서 슬픔이를 쫓아내지요. 결국은 무리하게 슬픔이를 제지하려다 사고가 나고 마는데요.


기쁨이 슬픔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둘이 함께 파이프 안으로 빨려들어가 본부 밖으로 날아가버리고 맙니다. 라일리의 자아를 구성하던 중요 축이 깨지게 되는 것인데요.


도도한 외부 세계의 흐름에 힘입어 주인공으로 등장하려는 슬픔에게 맞선 것은 세계가 운행하는 거대한 힘에 저항한 것과 마찬가지이고, 그 결과 라일리의 자아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 것입니다.


이후 극이 전개되면서 그간 공들여 구축해 온 성격 섬들이 하나 하나 무너져가고.. 심지어 조종 계기판마저 회색빛으로 굳어져가서 다른 나머지 감정들조차 라일리의 자아를 견인하지 못하는 파국으로 번져가게 되지요.


이와 같은 일이 우리 안에서는 일어나고 있지 않는 걸까요? 긍정과 열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문화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라일리와 같은 내적인 파국 상태에 처해 있는 이웃들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게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지요..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합니다. 먹어도 먹는 것 같지가 않고, 잠을 자도 푹 잔 것 같지가 않다고.. 재밌는 것을 봐도 그때뿐이고, 여행을 다녀와도 잠깐 뿐이라고.. 슬프고 우울해서 실컷 울고 싶은데, 눈물조차 잘 나오질 않아 시원하게 울지도 못한다고..


긍정적이고 행복하고 싶어서 싫은 감정들을 억압한 결과, 우리들 내면의 본부에 놓인 계기판은 라일리의 것처럼 회색빛으로 삭막하게 굳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자기계발_멘토링.png


▲ 야.. 시..시발 이거 왜 이래? 왜 안 움직여?! ....대체 누구 책임이야??


우리의 가슴에는 감정이 출입할 수 있는 문이 하나가 있어서, 싫은 감정의 출입을 막고자 이 문을 닫아버리면좋은 감정까지도.. 그리고 그밖의 다채롭고 독특한 여러 감정들까지도 함께 차단되어 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우리 내면의 고착상태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 황금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동안 외면당해 온 부정적인 마음들입니다.


기쁨이나 즐거움, 열정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은 그 자체로 온전하고 찬란한 경험이지만, 자신의 자리, 자신의 때가 아니라면 어떠한 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라일리의 환경 변화에 따라 일어난 정당한 슬픔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려 했던 기쁨이의 철저한 실패를 떠올려보세요.


그뿐인가요. 기쁨이는 로켓을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져 목놓아 우는 빙봉을 일으켜 세우려 시도하면서, 의욕을 되찾기 위해 기쁜 일을 생각하며 웃어보라고 말합니다..



빙봉_사탕.jpg


▲ 로켓을 잃어버렸으니 이제 라일리와 함께 달나라에는 어떻게 가지?ㅠㅜ (내가.. 내가 고자라니..ㅠㅜ


하지만 빙봉은 더욱 서럽게 울 뿐이었고, 그런 빙봉을 진정으로 위로해줌으로써 일으켜 세운 것은 슬픔이였습니다.


라일리의 핵심기억 중 가장 소중한 기쁨의 기억 하나는, 하키 경기에서 실수한 뒤 실의에 빠져있을 때 슬픔이가 등장해 라일리를 오롯이 슬픈 채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에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가출을 철회하고 집으로 돌아온 라일리와 엄마 아빠가 다시금 따뜻한 가족의 끈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 역시도, 슬픔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라일리_행복_결말.gif


▲ 슬픔의 이름은 따뜻함..(관련 칼럼 링크)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기쁨이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숙고해보게 됩니다. 과연 늘 기쁜 것만이 행복하고 건강한 것인가?



슬픔과_기쁨.jpg


▲ 기쁨이 : ....앞으론 요게 블루오션이구만? ..ㅅㅂ...


사람들은 흔히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무슨 힘이 있겠어?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기운내기 힘든 판에.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외면해 왔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진 힘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던 우리 외부의 현실이

순식간에 변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라일리의 현실이 180도 달라졌던 것처럼 말이지요.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외면돼 왔던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감정과 연동되어 있는 세계 자체의 막강한 힘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정확히 같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즉.. 나 개인의 힘이 아닌, 세계의 힘에 의해 나의 상황이 변화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변화의 추동력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3.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어서.. 라일리의 '가출해서 미네소타로 돌아간다'라는 아이디어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서,도대체 우리 삶에서 탁월한 생각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반대로 뻘생각과 끔찍한 아이디어들은 또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단, 리뷰 1편은 여기서 마무리를 짓고, 나머지는 2편에서 이어서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요...헥헥ㅎㅎ


원래 팟캐스트에서 다뤘던 주요 내용들을 모두 리뷰로 옮겨볼까 했었는데, 리뷰 2편까지 작성을 마친다고 해도 미처 글에는 다 담지 못하는 주옥같은 내용들이 많이 있을 것 같네요.


시간이 되신다면 인사이드 아웃에 대해 다룬 연구소 팟캐스트 '살려는 드릴게'의 최신편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살려는 드릴게 S2E09 / 인사이드 아웃

: 애니로 배우는 심리수업 + (19금) 빙봉의 은밀한 비밀


<심리학의 눈으로 본  인사이드 아웃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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