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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는 어쩌다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했나
게시물ID : fukushima_46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ma
추천 : 0
조회수 : 5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12/13 15: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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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필자는 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부분적으로 참여했고, 퇴직한 중수로 설계경험자의 관점에서 격납용기의 취약성을 알리기 위해 2014년 여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를 찾았다. 이 분야의 국내 설계경험자는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한수원은 필자의 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규제기관과 협의가 끝나서 각종 설비교체와 설계변경도 마무리되어, 재가동 준비를 앞둔 지금 와서 조치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 시간은 흘렀고, 당시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이하 원안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월성1호기 계속운전 심사보고서가 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을 보았다. 보고서를 본 순간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격납용기 안전요건(R-7)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부분에 대해 KINS로 질의서를 바로 송부했지만 돌아온 것은 작성자 이름도 없고 합리적인 이유도 설명되지 않은 무성의한 짧은 답변이었다. 재차 질의하였으나 답변을 듣지 못한 채 해를 넘겼고, 결국 2015년 1월 원안위 심의에 안건이 부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전허가 기간도 종료된 상태였고 당시 친원전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계속운전이 진행이 예상됐다. 원안위 심의개시 소식이 들려오자 나는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내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KINS 전문가들조차 중수로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극소수였고 그나마 핵 분야에 치중되었기 때문에 원안위 심의에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그냥 통과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당시 이은철 원안위원장은 위원회의에 필자를 참고인으로 요청했다.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결론적으로 심의를 담당하는 위원들이 중수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우리나라 원자력 전문가들이 대부분 경수로 중심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텐데 실무자인 본인에 대해서도 '자칭 전문가'라는 폄하와 곡해로 소수자에 대한 압박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당시 2013년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에서 나름 안전에 최선을 다하였고, 이에 따른 활동으로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안전을 위해 월성1호기 계속운전 문제점을 지적함에도 갖가지 험담들이 쏟아졌다.

2015년 2월부터 환경단체와 함께 숱한 토론회, 발표회 등에서 R-7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자 즉각적으로 정치권과 언론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원안위는 계속운전 승인을 강행하였다. 이에 주민들은 민간 소송단을 구성해 행정심판 소송을 제기하였고 2년 뒤인 2017년 2월 정부는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즉시 항소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데 한수원은 국내 최대 로펌까지 동원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원안위의 자세이다. 분명 계속운전에 있어 R-7 등 최신기술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계속운전을 승인한 우리나라 규제기관의 수준을 놓고 보면 국제 원자력계에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도 원안위는 문제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014년 필자가 KINS에 질의하였을 때부터 KINS는 이 문제에 대해 캐나다의 핵안전위원회(이하 CNSC)에 질의해 놓고 있었다. 즉, 스스로 답변은 회피하면서 뒤로는 캐나다 CNSC에 질의하고 있었다. R-7 경우처럼 동일한 사안을 규제기관이 정반대로 경우에 따라 해석하는 것은 상식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렇게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은 의결되었다. 이런 결정을 하고도 국가 규제기관이 결정하면 그게 국가의 안전기준이 된다는 듯한 자세이다. 부실심사의 합리화에 몰두한 규제기관에 국민안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원안위의 월성1호기 승인 당시 책임자들은 원안위원장과 원자력안전기술원장으로 각각 전리품 얻듯 승격하였다. 그리고 2017년 정권이 바뀌었다. 원안위원장이 2017년 12월 교체되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교체되어 원자력안전기술원장과 함께 두 개의 핵심보직에 원안위 관료 출신이 자리하게 되었다.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1호기가 경제성 부족이라는 이유로 폐로를 의결한다. 필자는 한수원 의결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남은 4년의 계속운전 기간에 최소 2년~3년 동안 최신기술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여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재평가한 뒤 설비개선을 추가하고, 고작 남은 1~2년 동안 가동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안위는 한수원 이사회의 폐로 의결 뒤 일 년도 훨씬 지나서 영구정지 승인을 위한 늑장 심의를 개시하였고 2019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심의하였지만 의결이 연기된다. 사유는 한수원이 폐로를 결정한 경제성 평가에 대해 야당 측 제기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므로 그 결과를 보고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원안위는 한수원이 경제성 평가를 어떻게 하든 심의 요청한 영구정지에 대한 안전성 여부만 평가하면 된다. 하지만 원안위가 승인한 월성1 계속운전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법원에 항소해 놓고 있는 마당에 영구정지든 뭐든 간에 월성 1호기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심의하는 자체가 관련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로서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 원안위와 KINS는 이를 심사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평가함으로써 2심 소송에서 역전할 수 있는 최고 호기로 삼을 수 있다. 대체 누가 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였는가? 두 차례에 걸친 원안위의 영구정지 심의 내용을 보면 안전심의 자체는 접어두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심의를 막는 정치적 주장과 성토의 장이 되고 있으며 여기에 기술적으로 취약한 원안위원장은 심의 자리에서 안전과 무관한 논의를 정리조차 못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안전 보증될 때까지 가동해선 안 된다"

사회는 어차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안전을 위해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방향성을 수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이끌어야 한다. 현재의 관료화된 원안위는 목소리만 큰 일부에 의해 봉숭아학당으로 전락하여 배가 바다로 갈지, 산으로, 들로 대체 어디로 갈지 오리무중이며 이 모든 것은 기술 전문성은 제로이고, 현장과 시민사회와 다양한 소통능력과 자신감도 없고 기술 회의 운영능력조차 안 되는 사람들이 위원장, 원자력안전기술원장으로 운영함에 따른 결과이다.

월성1호기 계속운전과정에서 부실한 안전심사라는 지난 2015년 과오를 인정하지도 않고 있는 원안위 현 지도부에 월성1호기 안전을 다시 맡겨 영구정지 의결을 주문하는 건 국민안전을 저버린 무책임한 행동이다. 현 원안위 지도부는 영구정지 심사일지라도 월성1호기 안전심사를 할 자격조차 없다. R-7 부실 적용뿐 아니라 월성1호기는 중수로 원전의 몇 안 되는 최고상위 안전설계지침 중 소방 관련 지침도 없어 매우 취약한 상황이며 이런 부실 문제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월성1호기 재가동을 주장하는 야당과 일부 산업계는 월성1호기의 안전 문제를 제대로 알고 주장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르고 주장한다면 무책임한 것이며, 알고도 주장한다면 원자력 산업계를 스스로 말아먹자는 행위로 그 결과를 현 정부에 모두 떠넘기려는 한심한 작태가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취약한 월성1호기 계속운전을 부실 승인하고도 반성은커녕, 법정에서까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규제기관은 도덕성마저 의심케 한다. 자신의 승진과 조직 안위가 국민안전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관료적 생리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기에 외부인사 등으로 지도부 전면 교체라는 인적 쇄신을 하고 월성1호기 계속운전 부실심사 책임자들을 배제시키고 국민안전을 위한 규제기관의 뿌리 깊은 의식변화와 자체적인 정리작업을 진작했어야 했으나 이를 놓친 결과이다.

현재 원안위가 제기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소송 2심이 진행 중이다. 원안위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를 투입한 만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심 판결을 기대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원안위는 기술적인 중심도 못 잡고 관료화됐기에 국민안전을 위해 해체시키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원안위는 지금이라도 기술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성하든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안전규제능력 부재로 인하여 국민안전을 위해 모든 원전을 가동 중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지난달 25일 일본을 방문한 프란체스코 교황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피해자들에게 한 말을 전한다. 원전설계 전문가인 필자의 가슴을 뛰게 한 말이다.

"원자력발전은 완전한 안전이 보증될 때까지 가동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리원전 등에서 근무하고 원전 설비 평가업체를 운영해온 원전설계 전문가입니다.
출처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59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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