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핵폐기물, 그 가운데서도 고준위 핵폐기물(high-level radioactive waste) 저장문제입니다.
'사용후핵연료'가 대표적인 고준위 핵폐기물인데요,
한국의 기준을 살펴보면 반감기가 20년 이상인 '알파선 방출 핵종 농도'가 4,000Bq/g(베크렐) 이상이고 열 발생량이 2kW/㎥ 이상입니다.
쉽게 말해서 다 타버린 '연탄재'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방사능을 다량 방출하면서 온도가 무려 섭씨 4천~5천 도까지 올라가면서 계속 뜨거운 것이 바로 '사용후핵연료'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이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서 물에 넣어서 식히고 있습니다. 냉각 과정에만 최소 5년 이상이 걸립니다. 경주 월성처럼 중수로 원전의 경우 건식 저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전 발전이 계속되면서, 임시 저장시설을 포화상태를 넘어, 임시 저장마저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이 지난달 30일 보도한 영상의 일부입니다. 독일 원전인데, 80m 높이의 콘크리트 냉각탑을 분해 해체하는 장면입니다.
독일 2022년까지 탈원전 선언…핵폐기물은 어디에?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폐기하기로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시간표는 이렇습니다.
3년 뒤인 2022년까지 가동하고 있는 7개 원전을 먼저 폐쇄합니다.
그리고 영구적인 핵 폐기 장소를 정하는 데드라인을 2031년으로 정했습니다.
당연히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가 나옵니다.
CNN은 현재 독일이 생각하는 고준위 핵폐기장의 규모는 2만 8천㎥라고 설명하면서 영국 빅벤 시계탑 6개 또는 컨테이너 2천 개에 해당하는 부피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경제에너지부(Ministry for Economic Affairs and Energy)는 "100만 년 동안 가능한 최고의 안전성을 제공할 장소를 찾고 있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blank map" 즉 '빈 지도'라는 단어를 쓰며 원점에서 잠재 후보 지역군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집 앞에 방폐장 안돼" … 안전지대 찾기도 어려워
당연히 해당 지역에서는 '내 집 앞엔 안돼"라며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1977년 고어레벤이라는 마을에 영구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 시설을 만들려다 40년간 계속된 주민들의 반발로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안전한 지역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중·저위 핵폐기물 저장소로 사용되었던 앗세(ASSE)와 몰스레벤(Morslebe) 지역의 소금 광산들은 오늘날의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운영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독일은 지하 1km 지점까지 파묻기로 하고 지하수도 없고, 지진에도 안전하며, 지반이 단단한 곳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이며 4개의 원전을 운용하고 있는 핀란드의 경우,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저장소 부지로 2002년 올킬루오토를 선정했습니다.
화강암 기반의 지하 450m 장소에 터널 망으로 구성해 공사에 들어가 2023년부터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 최초가 됩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화강암 지대 자체도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국 핵폐기물 어디로?… 고준위는 언감생심, 중·저준위도 표류
이제 우리나라로 이 문제의 시선을 돌려봅니다.
우리나라는 영구적 핵폐기물 저장 장소 찾기는 언감생심이고, 임시 보관장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문제까지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 추가 건설에 대해 심의를 했지만, 결론을 못 냈습니다.
월성 원전의 경우 2021년이면 포화할 전망입니다.
'고준위 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정부가 전국적인 공론화 과정 없이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 저장시설 건설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앞서 탈핵시민행동도 지난달 22일 "경주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심사를 중단하고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의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5월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위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주관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시켰지만, 시민단체들은 지역 주민들이 배제됐고, 별다른 논의도 없었다며 위원회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답 없는 일본…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반출
교도통신은 2일 일본 정부가 2011년 대지진으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 '아직도' 있는 사용후핵연료 등을 2031년까지 반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방사선 등의 영향으로 작업 중단이 잇따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디에다 영구 저장할 지도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폐로 작업 완료 시기도 최대 2051년으로 잡혔습니다.
핵폐기물 저장…미래 세대로의 책임 전가
핵폐기물 저장은 근본적으로 미래 세대로의 책임 전가 문제를 품고 있습니다.
10만 년 아니 100만 년을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요? 결국, 현세대가 최대한 답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람과 자연이 사는 장소, 즉 지구 안에 폭탄이 될 수 있는 것을 묻어놓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4백 기가 넘는 핵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 저장소는 2019년 12월 현재까지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