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롤은 참 재미있었다
나름 연구할 거리도 많고 멋지고 예쁜 챔피언도 많고
시작한지 3주일인가가 넘어서 RP 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멀게임을 뛰면서, 수많은 챔피언과 세팅을 계산하고
레벨 하나 룬칸 하나가 열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30 이 되자마자 랭크에 도전했다.
게임을 하면 좀 죽거나 손해보더라도 일단 질러보는 습성이 있는지라
뭐 어때 게임인데 라는 마음으로 달렸다.
배치고사 결과는 1027 점... 아마 5승 5패 던가 그 근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점수가 나의 영원한 탑레이팅이 되었다.
픽밴에서는 항상 비는 자리를 골라서 갔고
욕설이 나오면 그냥 차단하고 반응하지 않았고
(한 게임에 3,4 명씩 차단하니 나중엔 팀 전체가 이미 차단되어 있기도 했지만)
집에 갈 때마다 가능한한, 때로는 템을 안 사면서까지 와드를 샀으며
(물론 그 와드들은 박는 걸 까먹어서 5,6 개씩 쌓이고 결국 팔아서 템맞추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라인을 서면 조금이라도 더 견제하고 더 미니언을 먹고자 했고
(그래봤자 20분에 운 좋아야 100개였지만)
팁글, 공략글의 기억을 되살려 이겨보고자 했지만
항상 승수는 패수의 절반이었다.
그렇게 심해로 빠져들면서, 난 어느 정도 자포자기했던 것 같다.
9명 전부를 차단하고 대충대충 하는 판이 생기기 시작했고
서폿이 아니면 와드보다는 템을 중시하기 시작했고
픽밴에서 싸움이 나거나 에러픽이 보이면
그냥 같이 에러픽을 하고 놀았다.
올미드 / 3탑 1미드 1정글 / 5원딜 등등...
그렇다고 템세팅이나 공략글 등을 아예 손에서 놓은 건 아니었지만
그냥 이기든 지든 대충대충... 그렇게 계속 심해로 빠져들다가
197
거기서 나의 시즌 2가 끝났다.
랭크점수가 리셋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쨌든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그래, 점수가 리셋되기를 기다려서 노멀을 더 연습하고 제대로 랭크를 해 보자
그렇게 한동안 롤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노멀을 했는데
왜일까...재미가 없었다.
두 판 이상을 연속으로 해 본 적이 없다.
랭크도 돌렸지만 단 3판 하고 더 이상 롤을 잡지 않게 되었다.
아마 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찌들어버린 건 아닐까...
올라프 형씨도, 펄스건 이즈리얼도, 처음이자 마지막 번들구매였던 한복 아리도,
처음으로 세일을 기다리지 않고 질렀던 복슬 티모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냥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롤을 지웠다.
그래도, 언젠간 돌아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