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역과 강남역 사이 걸어가다 보면 도를 아십니까 일당들이 자주 보입니다.
요즘은 얼굴이 선하세요, 조상님 복 받으셨네요, 이런거보다는 일단 대화를 시작하자로 컨셉을 맞추었는지
"양재 꽃시장이 어디죠?" "그럼 가까운 꽃 집은 없나요?" "강남역은 어떻게 가나요?" "이 근처에 서점은 없나요?"
이런 식으로 코스프레를 하고 다가오곤 합니다.
이렇게 낚시하는 양반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냥 "아 예~" 이러고 갈 길 가는데
진짜로 길 묻는 사람이면 어쩔꺼냐!!! 하고 반문하시는 분들 계실텐데
그럼 분들은 일단 딱 보면 포스가 좀 남다르고요, 두번째로 그들은 한 번 길을 묻고 알려주면 "네, 정말 감사하옵니다." 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양재역 어디냐고 묻고나서 그럼 강남역은 어떻게 가느냐, 그리고 그럼 양재 꽃시장은 어떻게 가느냐. 이렇게 계속 묻습니다.
그럼 아 그 녀석들이로군! 하고 갈 길을 갑니다.
작년 어느 날, 하늘이 맑고 더운 날, 오늘도 저에게 양재 꽃시장을 묻는 두 남녀가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따끔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죄송한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이러고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으려는 찰나
갑자기 교보문고를 묻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 날 따라 매미는 시끄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마디 했습니다.
"저기가 강남역 방향인데, 쭉 걸어가시다가 신논현역 나오면 길 건너시면 되요"
이러고 다시 이어폰을 꽂으려는데 급하게 따라 붙더니
"그,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꽃가게는!?"
이젠 퀴즈를 내더군요.
그래서 그럼 회사 건물 바로 뒤에 있으니 그냥 따라오시라고 데려다 드리고 가겠다고 했더니
"하,하하... 아니에요 저희가 찾아볼게요..." 이러고 꽃 집을 찾으러 떠났습니다.
과연 그들은 꽃 집을 찾았을까요? 잘 도착은 했을까요?
그들의 행방이 미스터리해서 미게에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