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 내부에 ‘사용후 핵연료’ 지상 저장시설을 짓기로 했다. 그동안 발전소 내부 수조에 핵연료를 임시 저장했지만 포화상태인 데다 영구적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없어 원전 부지에 임시 저장시설을 추가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쌓아두는 지상 저장시설은 지역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는 사안이어서 정부와의 갈등이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2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수원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고리원전 시설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설치안’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안은 고리원전(고리 2·3·4호기, 신고리 1·2호기) 가동 과정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 고준위 방폐장 설립 전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 건식 저장시설(캐니스터)을 완공하는 게 핵심이다. 건식 저장시설은 핵연료 2880다발을 담는 원통 형태가 유력하다. 한수원은 이를 위해 총 5700여억원의 자체 예산을 책정했다.
정부와 한수원이 고리원전 내부에 건식 저장시설을 짓기로 한 것은 사용후 핵연료를 더 이상 보관할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든 원전은 발전소 내부에 있는 수조 형태의 습식 저장시설에 핵연료를 쌓아뒀지만, 순차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고리원전은 2031년이면 핵연료 저장 공간이 꽉 찰 것으로 예상되는데,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면 이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다. 만약 이때까지 건식 저장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고리원전보다 습식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인 월성원전은 1991년부터 건식 저장시설을 증설해 왔다.
문제는 주민 반대다. 월성원전은 보상 문제 등을 놓고 주민과의 갈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은 330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 궁극적인 해법은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 보관하는 고준위 방폐장 건립이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부지 선정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