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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지은이가 누구야?”
지혜도? 벌써 몇번째야? 또 이 난리다,
“잘 못 들은거 아니야? 지혜야, 널 부른거겠지, “
나는 녹음기라도 틀어둔 듯 늘 익숙한 거짓말을 이름만 바꾸어서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재생 해 나갔다.
어떻게, 누굴 만나든 윤지은 이야기가 왜 항상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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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의 서울, 가을이었다 약속 장소에 멀리서 지은이가 다가와 앉았다.
“현수야, 우리 이제 그만하자.”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지은이가 말 했다.
“이건 이제 돌려줄게.” 지은이는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풀어 느닷없이 내밀었다.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순간 황당한 감정에 되물었다. 아 눈 따거, 미세먼진가?
“매일 이걸 보면서, 첫 생일에 건네주던 너를 생각했어. 이제 이걸 볼 때마다 날 잊지 않도록…”
나를 잊지 말아달라니? 계속 봐야 잊지를 않지?
윤지은은 눈물을 주륵 흘리더니, 나를 한번 슬쩍 보고는 천천히 일어나 걸어갔다.
팔찌? 어 이거 뭐야? 내가 엄마한테 대충 동아리 회식 해야한다고 받은 돈으로 어디 바에서 파티하면서 줬던건가? 그 때가 윤지은 첫 생일이었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황당해서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 했다.
어이가 없네, 마침 잘됐다 나도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이런 황당한 사람과 내가 연애를 하고 있었나 싶었던 나는, 윤지은의 바람과는 반대로 최대한 빨리 잊기로 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했던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내 곁을 결코 허전하지 않게 항상 채워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과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마치 그림자 처럼 항상 따라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