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4살때부터 카톨릭 신자였지만 대학생때부터 슬슬 미사에 참여하지 않게 된 냉담신자입니다
8년전 한겨울에 동유럽 여행중에 예정에도 없는 카톨릭 성지 메주고리예에 방문하게 되었었죠
메주고리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로 확인
요약하자면 1981년부터 성모미라이가 발현하셨다 하여 카톨릭 3번째 성지가 될 장소입니다
메주고리예 라는 성지가 내가 지나가는 곳에서 멀지않게 있다는건 알았지만 냉담신자였던 나는 쿨하게 지나가려고 했었죠
하지만 어떤 섬에 갔다가 나오는 도중 동양인 성지순례단을 항구에서 만나고 그들이
"종교가 뭐야?" "카톨릭" "메주고리예 가러 왔어?" "아니.."
"크리스천이 여기까지와서 성지방문을 안하는게 말이 되냐!" 라는 설교를 듣다가 헤어진 후
마음의 동요는 있지만 그래도 안가려고 했는데 다음날 아침 여러가지 불미한 일이 쌓이면서
내가 가려던 곳의 버스를 놓치고, 또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30분후에 메주고리예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아 메주고리예에서 날 자꾸 부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성지로 갔습니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이건 뭐 황량한 마을에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일단 성당이 하나 있다고 해서 성당을 찾아가서 나름 기도를 한후 나왔더니 할일이 없네
성당 옆에 앉아서 '내가 여길 왜 왔을까' 하면서 한 30분 고민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성모마리아가 발현하셨다는 발현산 한번 올라가보고 가자 라는 생각이 들어서 움직였는데
저 멀리서 어떤 수녀님이 한분 오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저 멀리서부터 내가 한국사람인걸 어떻게 알아보시더니 좀 가까워지자
"한국 사람이시죠?" "네 여기 한국수녀님이 계실줄 몰랐어요" "한국사람은 저 혼자 있어요. 성지순례를 혼자오셨나요?"
"아뇨 그냥 지나가다가.." "여기서 자고 가실껀가요?" "아뇨 발현산 올라갔다가 그냥 갈까 해요"
"그럼 안가시거든 저녁 8시에 미사가 끝나니 이곳에서 기다리세요"
이런 대화를 하고 헤어지고 전 발현산을 올랐습니다
짐을 메고 오르다보니 이건 십자가 메고 올라가는것만큼 힘들어서 성모상 뒤에가서 뻗어서 1시간은쉰거 같습니다 ㅎㅎ
그렇게 내려와서 보니 아무래도 그냥 지나가면 안될거 같기도 하고 또 버스도 끊긴거 같고.. 그냥 머물기로 하였죠
그래서 8시에 다시 수녀님을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안가실줄 알았어요"
그 후 수녀님이 방도 잡아주시고 저녁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결국 2박3일간 주변여행을 동행하고 헤어졌습니다
그 수녀님은 1년 휴가를 낸후 성지에서 홀로 생활 하시던분이셨고 그때가 7개월째 즉 5개월후에 돌아오셨죠
전 사진을 보내드렸고 수녀님은 직접 친필편지를 보내셔서 한국에서도 한번 만나뵈었었습니다
봉쇄수도원이라고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평생 기도만 하는곳에 계시는데
자신이 할수 있는건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일 밖에 없다 하셔서 그 후 지금까지 평생 기도를 받고 살아가고 있죠
어떤 종교든 수행을 하신분에게 기도를 받는다는것은 엄청난 행운이에요
안 찾아뵌지 오래되었는데 곧 다시 뵈러 가야겠습니다
여기서 미스테리한것은 수녀님은 제가 나타날것을 아셨다고 합니다
메주고리예에 7개월동안 계시면서 혼자 온 한국인은 한명도 못봤는데
계시로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홀로 와서 잠시 머문다' 라고 했다고 해요
그래서 어떤 특이한 사람이길래 여길 혼자서 방문할까 하고 기대하셨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