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 제도, 규정 변경, 심판 판정 등 한 시즌 욕도 많이 먹었다. 갑작스럽게 변화를 주려고 하다 보니 나온 시행착오였다. KBL도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프로농구의 흥행을 위해서라는 ‘순수성’만은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10일 논현동 KBL센터에서 김영기 총재 및 수뇌부들과 기자들이 만남을 가졌다. 2014-2015시즌을 마친 후 곧바로 다음 시즌을 구상 중인 KBL은 여러 부분에 있어 개혁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총재가 먼저 꺼낸 얘기는 리그 일정이었다. 김 총재는 “이번 시즌 선수들의 혹사가 있었다”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분위기가 좋았는데, 막상 시즌에 들어서 조성민, 김종규 등 주전으로 뛰어야 할 선수들이 부상으로 결장을 많이 했다. 예년에 비해 평균 득점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심지어 자유투성공률도 떨어졌다.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고갈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그러면서 “팀들의 평균 경기수가 주당 2.6경기다. 다른 나라의 리그를 보면 주당 2경기를 넘기지 않는다. 리그의 경기수도 경기수지만, 일정이 너무 타이트한 편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일정을 조율하는 것에 대해 고심 중이다. 라운드수를 줄이거나, 시즌 기간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 선수들이 최적의 몸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중이다”고 말했다.
KBL은 예전부터 갖춰진 선수 자원에 비해 경기수가 많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단순히 경기수가 문제가 아니라, 리그 기간에 비해 경기수가 너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중계방송, 토토지원금 등 여러 문제와 연관이 돼 있는데, 궁극적인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매년 대두되는 심판 문제에 대한 보완책도 언급했다. “이제는 FIBA(국제농구연맹)에서 인정받지 못 한 심판은 쓸 수가 없다. 매년 FIBA의 심판테스트를 통과하는 심판만 쓸 것이다. 또 다음 시즌부터 비디오판독관이 따로 본부석에 앉는다”고 말했다.
KBL에서 매년 대두되는 심판의 자질향상에 대해 또 한 번의 시험대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치만으로 심판의 자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궁극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많은 논란을 야기 시킨 외국선수 제도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냈다. KBL은 다음 시즌부터 외국선수를 4쿼터 중 2쿼터는 2명을 출전시키고, 한 명의 신장을 193cm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국내선수를 죽이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또 과거에 이미 있었던 규정을 별다른 보완책 없이 돌아간다는 말도 듣고 있다.
김 총재도 국내선수의 살길이 줄어든다는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도를 장기적인 생각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침체된 리그에 흥미를 불러오기 위한 장치로서의 역할이 크다는 뜻을 전했다.
“외국선수가 도합 6쿼터를 뛴다는 것만 정해놓았지. 그 외에 것은 정해진 것이 없다. 중국 같은 경우는 4쿼터는 1명만이 뛴다. 언제 2명을 뛰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김 총재는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자유계약제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프로농구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외국선수 둘을 쓰는 것, U1파울을 만든 것 모두 변화를 통한 재미를 키우자는 시도다. 어찌 보면 농구가 가지고 있는 본래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 때문에 현장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어떠한 방식이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길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침체돼 있던 비시즌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우선 지난 해 열리지 않았던 프로-아마 최강전이 8월 중 열릴 계획이다. 프로선수들과 대학, 상무가 참여해 국내선수들만이 경기를 펼치는 방식으로, 프로농구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동안 열리지 않았던 국제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한국, 중국, 필리핀의 프로팀이 참가하는 한·중·필 대회가 그것이다. 중국, 필리핀을 대표하는 팀이 1팀씩 참가하고 한국에선 챔프전 진출팀인 모비스, 동부가 출전할 예정이다. 대회는 10월 개최를 내다보고 있다.
국제교류가 없었던 프로농구에 한·중·필 대회는 획기적인 시도가 될 수 있다. 국가대항전이 주는 묘미가 있기 때문.
김 총재는 이달 말 각 구단 단장들과 워크숍을 통해 전체적인 리그 진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프로농구는 최근 몇 년간 경기력 하락과 흥행 부진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 해 새로 부임한 김영기 총재 체제의 KBL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 있는 감독, 구단 실무진들과의 소통에 있어 원활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시도와 노력들이 공감을 얻고 진행이 된다면, 분명 한 단계 발전된 프로농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