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7일째다.
병원의 밤은 너무 길다.
아침에 엄마가 병원에 오고나서 나도 출근했다.
회사엔 10시쯤에 도착했다.
너무 졸려서 점심은 안먹었다.
30분정도 자다가 전화일본어를 했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엄청 걱정해쥤다.
고마웠다.
하루종일 한눈팔지않고 엄청 열심히 일했다.
아마 일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해서였던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가니 7시.
짐싸고 씻고 빨래돌리니 8시.
솔직히 좀 멍때리고 앉아있기도 했다.
집을 나서서 병원에 도착하니 9시 반이었다.
가는길에 참여중이던 스터디들 각 톡방에 그만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에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한 친구에게도
나중으로 약속을 미루자고 말했는데,
이녀석이 너무 마음짠하게 걱정해줘서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고마워.
병원에 도착하니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편해보이는 자세로 로비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있었다.
간호사님이 아빠가 막 짜증을 내면서 링겔을 맞지않겠다고 하는데
이걸 맞지 않으면 내일 하루 검사때문에 금식하는것을 버티기 어려울거라 걱정하며 아빠를 설득해달라고 했다.
아빠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사바늘이 자꾸 손에서 빠져서 피가난다나 뭐라나.
병실로 가보니 과연 피를 닦은 흔적이 있는 수건이 침대에 널부러져있었다.
나는 우선 지하 편의점에 가서 저녁을 먹고 꾀죄죄한 몰골의 아빠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목욕을 시켰다.
호빵맨 할아버지같던 아빠의 체형은
이제 북한사는 노인마냥 빼짝 말라서
축 늘어진 배와 엉덩이만이 예전의 후덕했던 몸의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아빠는 두달간 20키로가 빠진 것이다.
늙은 몸을 닦아주다보니
어디선가 이 일을 해봤던 적이 있던거같아서
대체 어디지 어디지 고민을 하다가,
군생활할때 요양원에 목욕봉사하러 갔던 때가 그제사 떠올랐다.
그런 일도 있었지.
왜 까마득히 잊고 살았을까?
생각지도 못한 옛날 일이 떠올라 잠시 즐거웠다.
장비처럼 수염이 자란 아빠 얼굴을 면도하며
왜 링겔을 맞아야하는지 설득을 했다.
아빠가 나몰래 피워온 담배때문에
아들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는지
가뜩이나 밥도 못삼켜서 죽한그릇밖에 안먹고사는데
수액이라도 안맞으면 내일 금식하는 하루를 어떻게 버틸것인지 등등.
목욕을 마치고 몸을 닦을때쯤엔 링겔을 맞겠다는 항복선언을 받아냈다.
간호사분들에게 링겔꼽는걸 부탁하고
나는 수건빨래를 하러갔다.
아 애매한 높이의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하고있자니
허리가 너무 아팠다.
한동안 핏물이 콸콸 흐르면서 철분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죽자살자 헹구고 비비고 씨름을 했다.
잘 안지워진다. -_-
누군가 살림잘하는 아낙네를 폰에서 찾아
피 잘 지우는법을 물어보고싶었지만
만사가 귀찮아서 그냥 쭉 짜고 널어놓았다.
아빠 부채질도 해줘야하고.
샴푸(...)로 빨아서 침대 난간에 널어놓았더니
침대에서 엘라스틴냄새가 난다.
내일 아침에 엄마가 오면 또 출근을 해야지.
내일밤엔 누나가 밤에 있는다고 했으니
다시 맥으로 다시 일기를 쓸 수 있겠다.
모바일로 일기쓰기 힘들다 엉엉.
난 터치가 싫다고.
사진은 수건의 비포어와 애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