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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래러티의 손님들
게시물ID : pony_41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타초콜릿
추천 : 12
조회수 : 110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5/02 13:08:25




래러티의 손님들


 카루셀 부티크는 비록 규모가 작고 오직 포니빌 한곳만을 본점으로 두고 있었지만 그 이름은 캔틀롯 뿐 아니라 이퀘스트리아 전역에 알려져 있었다. 디자이너 래러티가 제작한 옷들은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며 또한 인기도 뛰어났다. 하지만 포니들에게 옷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기에 아직까진 '패션' 부문에선 유명하지만 그 분야에 관심이 없으면 알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포니빌의 포니들은 옷을 거의 입지 않고 패션에 무지하기 때문에 그저 카루셀 부티크를 평범한 옷가게라 여기는 것이다.


 래러티는 언제나 정시에 일어나 정확한 시간에 항상 가게를 연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카루셀 부티크는 항상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5시에 문을 닫는다. 이것은 래러티의 완벽주의를 잘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래러티는 판매할 옷들을 가지런히 보기좋게 나열하고 입구에 있는 푯말을 'open'으로 돌려놓았다.


 카루셀 부티크의 일은 일정한 규칙이란게 없었다. 어느 때엔 3일 연속으로 손님이 오지 않은 적도 있고 어느 때엔 주문이 전국에서 폭주해 3일 연속으로 밤을 새던 적도 있었다.


 사실 언제나 일정한 것은 영업시간 뿐이었고 그 외의 일은 디스코드가 휩쓸고 지나가듯 무질서함 그 자체였다. 


무질서한 것은 업무만이 아니었다. 전국 각지에서 오는 손님들 중엔 특이하고 이상한 포니들이 많았다. 이상한 옷을 주문하는가 하면 알수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고 때론 정신이 나간건가 생각했던 손님들도 있었다.


그런 무질서함을 래러티 본연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해결하고 정리를 하니 어쩌면 그것이 래러티의 진짜 재능인지도 모른다.


 그 날 첫 손님은 꽤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 거의 문을 열자마자 찾아온거니 아마 문 밖에서 가게가 열리길 기다린 모양이다.


 손님은 포니빌의 주민이었다. 옅은 하늘색 털과 갈기에 리라모양의 큐티마크를 가진 유니콘 이었다. 포니는 가게에 들어서고 옷은 살피지않고 곧장 래러티를 찾아 다가갔다. 포니는 흥분에 휩쌓이며 래러티를 보며 말했다.


 "그건 완성됐나요?"


 포니는 마음이 조급한지 말이 급했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래러티가 할 말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이죠. 여기로 오세요."


 래러티가 그렇게 대답하자 하늘색 포니는 활짝 웃었다. 래러티를 뒤따라 가는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래러티가 서랍에서 옷을 꺼내자 포니는 그것을 받아들고 황홀한 표정으로 한참동안이나 바라봤다.


 "음... 그런데 그건 대체 뭐하는 물건이죠?"


 그 옷을 제작한 래러티가 포니에게 물었다. 래러티도 자기가 주문을 받은 대로 옷을 만들기는 했지만 정작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본인도 몰랐다. 포니는 그것을 옷이라고 했지만 래러티의 눈에는 도저히 옷이라고 보이진 않았다.


 포니가 들고있는 옷은 포니들이 입는 평범한 옷이 아니었다. 보통 옷은 소매에 앞다리를 넣고 허리를 덮는 것이 일반적 이었지만 저 옷은 다리를 옷에 넣으면 다리까지만 옷이 덮었다.


 "그건 대체 어떻게 입는거죠?"


 혹시나 장식품같은게 아닐까 생각한 래러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포니는 옷에 정신이 팔리다 정신을 차리고 반박자 늦게 대답했다.


 "네? 아... 네. 이건 이렇게 입는거에요!"


 포니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더니 의자에 털썩 앉아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


 래러티는 보고있는 장면에 말문이 막히었다. 포니는 앞다리가 아닌 뒷다리에 옷을 집어넣곤 허리까지 오는 옷의 지퍼를 잠그었다.


 저런 식으로 옷을 입는 것은 래러티도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다. 아무도 포니들은 뒷다리만을 꾸미기 위해 옷을 입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포니는 옷을 다 입고는 네발이 아닌 두발로 땅에 섰다. 자랑스러운듯 허리를 돌려가며 자기가 입은 옷을 확인했다. 포니는 거울을 보며 몇번이나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워요! 내가 바라던 바로 그대로에요!"


 포니는 여전히 두발로 선채 래러티의 발굽을 잡으며 인사했다. 그리고는 값을 지불하고 가게를 나섰다. 래러티는 여전히 말문이 막힌채 두발로 걸어나가는 포니를 지켜 볼 뿐이었다.


 그 이후론 평소와 비슷하게 한참동안이나 손님이 없었다. 카루셀 부티크는 유명하긴 했지만 포니빌 시장가 같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이렇듯 대부분의 시간은 손님이 없는 때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래러티는 이 시간을 결코 낭비하는 일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 손님이 오길 멍청히 기다리기 보단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놓거나, 못다한 디자인을 완성시키거나, 떠오른 영감으로 바로 옷을 제작하거나, 항상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옷을 만들 수 있을까 추구하고 끊임없이 생각했다.


 래러티가 어제 구상해논 디자인을 마무리 짓기 위해 작업대로 가려는 순간 종소리가 들렸다. 가게 입구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온 것이다.


 "어서오세요! 카루셀 부티크입니다!"


 래러티가 활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돌려 인사하자 입구에는 그녀도 아는 손님이 서있었다.


 "스파이크!  우리 귀염둥이!  이 시간엔 왠일이야?"


 입구에는 보라색 새끼용이 수줍어하며 서있었다. 래러티의 인사를 받은 스파이크는 우물쭈물하다 말을 더듬으며 래러티에게 어색하게 인사했다.


 "어... 안녕, 래러티? 잠깐 지나가는 길이었어. 네... 네가 생각나서 들렀는데 혹시 도와줄 일 없어?"


 래러티는 스파이크의 말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자기 눈앞에서 서툴게 거짓말을 하는 용에게 뭐라 반응해줘야 할까. 래러티는 짧게 고민하다 맞장구 쳐주기로 했다.


 "정말 친절하구나, 스파이크. 지금 마침 디자인을 거의 끝내고 옷을 만들 준비를 하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니?"


 "그야 물론이지!"


 스파이크는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하며 래러티에게 달려갔다. 스파이크는 래러티가 특별한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능숙하게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래러티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더니 자기도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스파이크가 정말로 지나가는 길에 이곳을 들른게 아니라는건 래러티도 알고 있었다. 스파이크는 도서관이 휴무인 날 트와일라잇의 보조 일을 끝내고 쉬는 시간이 나면 곧잘 래러티를 도우러 카루셀 부티크에 자주 온다.


 자기딴에는 래러티를 도우러 오는 것이 쑥스러운지 올 때 마다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거나 뭘 좀 사가려던 차였다 이런 말을 했지만 래러티에겐 뻔히 보이는 거짓말 이었다.


 한번은 자기 업무도 끝내지 않고 이곳을 찾아와 래러티를 도운 적이 있었는데 트와일라잇에게 크게 혼쭐이 난 이후엔 그러지 않았다.


 "래러티! 여기 있는 재료들은 다 정리했어!  위층에서 쓸 재료들을 갖고올게."


 스파이크는 어느 새 일을 다 끝냈는지 다음 할 일을 찾고 수행하고 있었다. 래러티는 언제봐도 스파이크의 능숙한 일처리에 감탄하곤 한다. 한번 가르쳐주면 익숙해지고 금세 잘하게 되니 트와일라잇이 스파이크를 가장 신뢰하는 조수로 둔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처음에는 스파이크의 호의를 아무 의미 없이 받아들였다. 스파이크가 래러티에게 반했다는 사실은 너무 노골적이라 래러디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래러티는 스파이크에게 별다른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귀여운 남동생 정도의 취급이었다. 그의 호의는 받아 줄 순 있지만 그의 마음은 받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건 그 사건 이후여서였다. 스파이크가 욕망에 눈이 멀어 거대한 드래곤이 되곤 자신을 납치해버린 사건이 전환점이 되었다. 사랑하는 포니를 위해 자신의 욕망을 모두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론 아직 직접적으로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스파이크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던 둘과의 작업이 설레이고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편하게 했던 대화도 요즘에는 어떤 대화를 해도 설레였고 심지어는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아도 즐거웠다.


 와주면 고맙고 안오면 말던 스파이크가 요즘에는 와주길 바라며 기다리게 되었다. 래러티는 이런 복잡한 기분을 잘 설명할 수 없었다. 포니빌의 수 많은 수컷 포니에게 둘러쌓이고 고백받아 봤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가져왔어!  이 정도면 됐지?"


 "어?!  아... 응."


 멍하니 생각하다 갑작스런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스파이크는 한가득 가져온 재료들을 작업대에 쏟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금전 생각 때문인지 래러티는 스파이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다시 작업을 시작했지만 스파이크가 옆에 있어서일까 제대로 집중할 수 가 없었다.


 이후로는 서로 말을 먼저 거는 일 없이 각자 자기 일을 할 뿐이었다. 아무 대화도 없는 카루셀 부티크의 공기가 래러티는 어쩐지 불편했다. 래러티는 이런 어색한 기분이 싫어 무슨 말이라도 하려했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떨리고 입을 열수가 없었다. 스파이크를 똑바로 쳐다보려 해도 왠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저기 말이야, 래러티."


 정적을 깬 쪽은 스파이크였다. 래러티는 이름을 불린것 뿐인데도 가슴이 미칠듯이 뛰기 시작했다.


 "왜...  왜 그러니, 스파이크?"


 스파이크는 뭔가 각오를 했는지 비장한 표정으로 래러티를 바라본다. 래러티는 스파이크를 보며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전에 우리가 공중에서 떨어졌을 때 내가 했던 말 있잖아."


 래러티는 깜짝 놀랐다. 방금 전 까지 그 때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스파이크가 자신의 마음속을 읽은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그게 왜?"


 래러티는 당황해 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미 심장은 터질듯이 뛰고 있었다.


 "난 아직 래러티의 대답을 듣지 못했어. 래러티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사실 그 때 이후로 마음을 열긴 했지만 한번도 스파이크에게 자신의 마음을 얘기한 적이 없었다. 스파이크도 그런 래러티가 답답했고 불안하여 확인을 해보고 싶은것이었다.


 래러티는 한참이나 말을 할 수 없었다. 래러티의 눈은 작업대를 보다 스파이크를 보다 가만히 있질 못했다. 스파이크는 래러티가 할 말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야 래러티는 입을 열었다.


 "그야 물론..."


 "이런, 이런!  이 가게는 손님이 왔는데 인사도 안하나?"


 스파이크와 래러티가 말소리에 놀라 앞을 보니 그들 바로 앞에는 디스코드가 서 있었다.


 "디... 디스코드?!"


 스파이크가 주춤거리며 소리쳤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이곳으로 오는 발소리도, 심지어 기척도 나지 않았다. 아마 마법으로 들어온거지 싶다고 스파이크는 생각했다. 스파이크는 하필이면 왜 지금이냐고 속으로 땅을 쳤다.


 "그래서... 둘이 뭐하고 있었어? 응?"


디스코드가 능글맞게 물었다. 스파이크는 디스코드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스코드... 너 다 알고있지?"


 "하하하!  이런, 내가 좋은 분위기를 깨트렸나? 그럼 난 사라질테니 계속하라고."


 디스코드는 폭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튕기더니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모습은 사라졌지만 귀와 눈만이 사라지지 않았다. 허공에 둥둥  떠있는 귀는 쫑긋거렸고 눈은 둘을 주시했다.


 "됐어. 장난은 그만해! 무슨 용건으로 온거야!"


 "아니, 별 일은 아니야.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른거거든. 호... 혹시 네가 생각나서 들렀는데 도와줄 일...  푸하하하!"


 디스코드는 당황한 척 말을 더듬으며 말하다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걸 보고 있던 스파이크는 얼굴이 빨개진 채 살기어린 눈으로 디스코드를 노려봤다.


 "그만해! 장난 칠거면 당장 나가!"


 스파이크는 씩씩거리며 말했지만 디스코드는 그 모습마저도 웃긴지 폭소를 멈추지 않는다. 사실 옆에 있던 래러티도 스파이크의 모습을 보며 귀여운지 쿡쿡 웃음을 참고 있었다.


 디스코드는 그 때 이후로 플러터샤이에 의해 악한 마법은 전부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장난기는 변하지 않았다. 지금은 캔틀롯 궁전에 지내고 있지만 가끔 플러터샤이 집에 놀러올 때 여러곳을 다니며 장난을 치곤 한다. 스파이크도 평소라면 이런 장난쯤은 이해하겠지만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은 아니었다.


 "이런 장난이나 치려고 여기 온건 아니겠지?"


 "그야 당연하지! 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거든. 난 단지 트와일라잇이 노발대발하며 널 찾고있다는걸 알려주려고 온거야. 트와일라잇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야. 자기 일도 안끝내고 놀러가는 녀석을 살려두지 않을테다!  라고 소리치면서 말이지."


 스파이크가 움찔했다. 화가난 표정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디스코드!  우리 스파이크한테 장난은 그만치세요!"


 이것도 또다른 장난이라고 생각했는지 래러티가 디스코드에게 소리쳤다. 디스코드는 대꾸하지 않고 그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스파이크의 표정은 더욱 굳어가더니 불안한듯 고개를 가만히 있지 못했다.


 "스파이크... 너 설마 또...  그러지 말자고 분명 말했건만."


 "미... 미안 래러티. 이따 얘기할게. 가야겠어!"


 스파이크는 작업대에 내려오더니 황급히 뛰쳐나간다. 입구로는 들킬 위험이 있다 생각했는지 손님이 드나들지 않는 후문쪽으로 뛰어갔다.


 래러티는 스파이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하하! 저 꼴좀 보라지! 이거 정말 우습군!"


 래러티가 디스코드를 째려봤지만 디스코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래러티는 디스코드가 조만간 가게에서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스코드는 여전히 카루셀 부티크에 남아있었다. 래러티는 도대체 디스코드가 무슨 목적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신경쓰고 싶지는 않았다. 회개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녀에겐 기분 나쁜 괴물일 뿐이었다.


 래러티는 디스코드를 애써 무시한 채 작업대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디스코드도 래러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게를 둘러보며 전시된 옷을 만지작 거린다. 한참을 가게를 둘러보던 디스코드가 손을 허리에 집으며 말한다.


 "그런데 포니들은 대체 왜 옷을 입는걸까?"


 래러티가 움찔하며 작업하던 마법을 멈췄다. 자신에게 물어본걸까? 대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디스코드가 먼저 대답했다.


 "이렇게 손가락 한 번 튕기면 저절로 옷이 생기는데 말이지."


 디스코드가 손가락을 튕기자 번쩍하더니 디스코드는 어느새 말끔한 정장을 빼입고 있었다.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정장이 화려한 무늬가 있는 무도복으로 바뀌었다.


 "아, 그렇지. 포니들은 나 처럼 마법을 쓸 수 없지. 그래서 옷을 입는거야. 하하하!"


 "......"


 래러티는 디스코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디스코드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디스코드는 고개를 돌려 래러티를 보았다.


 "그럼 넌 이 옷을 왜 만드는거지?"


 "... 지금 시비 거시는 건가요?"


 "아냐, 아냐. 난 그럴생각 추호도 없어. 단지 정말 궁금한것 뿐이야."


 "그야 물론 그게 제 운명이기 때문이죠.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손님들이 웃고 제 옷에 만족하는 얼굴을 보기위해서 옷을 만들죠."


 래러티는 석연치 않았지만 최대한 당당하게 말했다. 디스코드의 기세에 밀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디스코드는 흐음하고 소리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거 같은데... 이 옷들은 다 자기만족을 손님에게 끼워맞춘거 같아."


 래러티의 말문이 멎었다. 래러티는 한참이나 말이 없더니 간신히 대꾸를 한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넌 손님들을 위해 옷을 만드는게 아니야. 그냥 네가 원하는걸 만들고 손님 요구는 신경쓰지 않고 그걸 갖다 파는거지."


 "......"


 래러티는 뒤통수를 세게 걷어차인 기분을 느꼈다. 저 괘씸한 괴물에게 저 말을 받아 쳐야 하는데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디스코드는 래러티를 보더니 히죽 웃었다.


 "그리고 네 운명? 네 운명은 옷 만드는 일과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 보석이랑 옷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야?"


 "그... 그건... 옛날에..."


 래러티는 두려운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 웃기지도 않는 네 옛날이야기? 도대체 그 이야기에서 보석이랑 네 큐티마크랑 네 재능이랑 옷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거야? 그냥 네 좋을대로 억지로 끼워맞춘것 뿐 아니야?"


 "그만! 그런 얘기는 그만하세요. 괜히 제 신경만 건드리고..."


 "흐흠... 난 그저 눈에 보이는 걸 얘기하는것 뿐이라고. 잘 생각해봐. 네가 옷을 왜 만드는지. 그럼 난 이만. 핑키파이와 약속이 있어서."


  디스코드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면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 귀찮은 방해꾼이 사라졌으니 래러티는 작업을 다시 하기위해 작업대를 봤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자기가 방금전 까지 작업을 하던 옷이었는데, 다른 포니가 자기 몰래 바꿔치기를 한 것 같았다. 


 "아냐... 디스코드의 수작에 넘어가선 안돼. 그냥 나를 혼돈시키려는 것 뿐이야."


 래러티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마음을 진정 시키려했다. 눈을 감고 크게 쉼호흡을 한 뒤 다시 작업대를 보았다.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래러티는 불안한듯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작업대를 나와 비틀비틀 가게 구석으로 걸어갔다. 


 래러티는 머리를 비우고 싶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잠시동안만 서있고 싶었다. 하지만 독이 스며들듯 디스코드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가 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래러티는 디스코드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정도, 반박도, 긍정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화가 나면 좋으련만 차라리 눈물을 흘리고 울어버리면 좋으련만 래러티는 이 복잡하고 불안한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래러티는 문득 가게를 둘러본다.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옷들이 지금만큼 이질적으로 느켜졌던 때가 없었다. 가위를 집어들었다면 전부 옷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래러티의 불안증세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땀이 비오듯 흘렀고 얼굴 근육은 부자연스럽게 꿈틀거렸다. 

 

 래러티는 냉정을 찾을 순 없었지만 사고는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불안한 와중에도 계속해서 자신에게 대답이 오지않는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왜 나는 옷을 만드는건가. 나를 위해? 고객을 위해? 물음이 계속될수록 해답은 보이지 않았고 래러티는 마음속 깊은 수렁속에 서서히 잠식되어갔다.


 래러티는 가게를 일찍 닫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 우울한 기분이 들면 스파에서 몸을 씻고 마사지를 받으면 나아지곤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가게문을 닫고 스파에 갔다온다 한들 문제가 해결되는것은 아니었다. 기분은 나아질지 모르지만 문제는 계속 남아있다. 아니, 지금 이 상태로는 스파에 가도 기분조차 나아지지 않을거라고 래러티는 생각했다.


 그 때 입구에 종소리가 울리더니 포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래러티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업무에 집중하면 답을 찾을 수도 있으니. 저 포니가 자신의 옷을 입고 기뻐하는 얼굴만 보여준다면 큰 위로가 되어줄거라 생각했다.


 "어서오세요. 카루셀 부티크에 잘 오셨습니다. 저는 이 가게의 주인겸 디자이너인 래러티에요."


 래러티 손님에게 방금전 감정을 들키지 않기위해 최대한 밝게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포니는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도 않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가게를 둘러봤다. 래러티는 손님의 인상착의를 훑어보았다. 꽤 비싸보이는 정장에 고급스런 시계를 발목에 차고 있었다. 래러티는 포니가 캔틀롯, 그것도 꽤 상류층에 속해 있는 포니란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포니는 옷을 구경하는 것이 아닌 평가하는 것 같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옷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흥하고 코웃음친다. 상당히 무례한 태도였지만 이런 류의 손님은 래러티에게 익숙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손님. 손님에게 딱 알맞는 옷이 있어요."


 래러티는 수컷포니용 정장 코너로 가 옷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꽤나 호평을 받았던 디자인부터 자신있게 내논 새로운 옷들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지만 포니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설명따윈 듣고있지 않는것 같았다. 래러티가 마지막 옷을 설명하고 나서야 포니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글쎄요. 여기있는 옷들은 제가 속한 곳과는 수준이 안맞는것 같군요."


 래러티의 미소가 꿈틀거려 일그러졌다. 다시 미소를 지어보지만 입꼬리만 올라갈 뿐 표정은 전혀 웃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에 불안이라는 촛불이 다시 켜지기 시작했다. 래러티는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 그럼 원하시는 옷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만들어드릴테니."


 "흠. 여기 있는 옷을 보니 제 요구에 맞는 옷이 만들어질거 같진 않네요."


 포니는 쌀쌀맞게 대답했다. 그 말이 비수가 되어 래러티의 심장에 꽂혔다. 불안이라는 촛불은 횃불로 옮겨지듯 커져버렸다. 불안의 횃불은 마음속을 까맣게 태울만큼 활활거렸다. 수컷포니는 혼자 옷을 구경하겠다며 몸을 돌렸다.


 래러티는 손님들의 요구에 옷을 만든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의 패션쇼 때도 그랬고 주문이 들어와도 그랬다. 항상 자기식대로 바꿔가며 옷을 만들어왔다. 래러티는 이제껏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를 위한 일이었을까. 그건 바로 자기만을 위해서 였다. 자기 마음에 들지않으면 손님의 요구를 멋대로 바꾸고 최대한 손님의 요구는 관여하게 두지 않는다. 혹시나 잘못되면 자기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기만을 위해.


 실제로도 과거에 친구들과 패션쇼를 열었을 때도 그랬다. 친구들의 요구에 맞추자 패션쇼는 엉망이었으니. 그 때는 자기가 옳다고 여겼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면 추악한 이기주의에 불과할 뿐이었다. 자기 명성을 위하여 친구들의 요구는 무시하다니, 래러티는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래러티는 답을 찾았다. 옷을 왜 만드는가. 절대 손님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자기만을 위하여.


그토록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찾았는데도 불안은 없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점에 달했다. 자기가 살아온 근본을 부정당하고 있으니.


 그 때 엉덩이에 감촉이 느껴졌다. 무언가로 살짝 찌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포니의 뿔? 뭐든간에 뒤에 있는 포니가 찌른것은 분명하다고 래러티는 확신했다.


 불쾌감과 짜증이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마음속 모든 불안감이 분노로 뒤바뀌는건 한순간이었다. 래러티의 눈에는 불이 들어와있었다.


 래러티가 곧바로 뒤를 돌아봤지만 수컷포니는 옷을 구경하고 있었다. 수컷 포니가 노려보는 래러티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눈을 마주친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죠?"


 "그게 무슨 소리......"


 "변명은 필요없어!"


 래러티는 있는 힘을 다해 포니의 뺨에 돌려차기를 날리었다. 수컷 포니는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바닥에 널부러졌다. 래러티는 여전히 씩씩대며 수컷 포니를 노려봤다. 생각같아선 마법으로 들어올린 뒤 내던지고 싶었다.


"지금 당신, 날 때린거야? 이 캔틀롯 최상류층과 어울리는 나를? 당신 실수한거야. 난 셀레스티아 공주님도 알고 있다고! 곧 처벌 받을 줄 알아!"


사실 마지막 말은 울먹임에 가까웠다. 수컷 포니는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고 터덜터덜 가게를 나섰다.


 포니가 가게를 나서서야 래러티는 자기가 한 짓을 후회했다. 저 포니가 셀레스티아를 정말 알고있다면 자기는 어떡하지, 내 가게는 어떻게 되는거지, 내 명성은 어떻게 되는거지 등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와중에 자기 명성을 걱정하는 자기 자신이 한심하고 역겨웠다.


 래러티는 도저히 더이상 가게를 볼 수 없었다. 정리도 하지않은 채 가게문을 닫았다. 오후에 중요한 손님이 오는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스파에 갈 생각도 없었다. 래러티는 그녀방인 2층으로 올라갔다.









  카루셀 부티크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문을 열지 않았다. 1주일이 지나도록 래러티는 가게를 열기는 커녕 집밖에도 나오지 않았다. 가게 문에는 아무런 공지조차 쓰여있지 않았다. 포니빌의 시민들은 의아해했다. 친구들도 래러티를 걱정했지만 진짜 문제는 고객들이었다. 갑작스런 폐업에 전국에 있는 고객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이미 약속시간이 지난 주문들이 쌓여만 갔다.


 친구들이 몇번이나 래러티를 찾아갔지만, 래러티는 나오지 않았다. 문 밖에선 그저 힘없는 목소리로 괜찮다고만 반복했다. 친구들은 매일같이 찾아가 무슨 일이냐고,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래러티는 그저 괜찮다고만 하니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억지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오지 않는 이상 나오지 않을 기세였다.


 일주일이나 가게도, 집 밖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상당히 큰일이었다. 친구들은 결국 대책을 세우기 위해 모였다.


 "래러티 본인이 아무 얘기도 안하니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레인보우 대쉬가 신경질이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런 답답한 상황은 그녀가 딱 질색하는 것이었다.


 "그냥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자니까! 일단은 우리랑 만나야 뭐를 할 거 아니야!"


 "음...그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거 같아..."


 플러터샤이가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끼어들었다. 그 말을 들은 트와일라잇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래. 아무리 래러티를 우리 눈앞에 세워놓는다고 해도 본인이 직접 입을 열지 않으면 소용없어. 일단은 저렇게 된 원인을 찾아야 될 거 같아."


 다섯 포니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두 일주일 전에 뭘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봐."


 레인보우 대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때 대링두를 읽고 있었어. 새로 나온 신간."


 "...동물들과 티파티."


 이어서 플러터샤이가 대답했다.


 "빅맥이랑 사과따기."


 "난 과제를 하는 중이었어. 그러다 없어진 스파이크를 찾고."


 애플잭이 귀를 쫑긋 세우더니 트와일라잇을 가리켰다.


 "스파이크!  스파이크는 래러티네 가게에 자주 가잖아! 분명 그 날도 갔을거야!"


 "그래! 스파이크 녀석은 왜 그런지 알거야! 근데 그 녀석 어디있어?"


 레인보우 대쉬가 공중에 떠 도서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스파이크는 부엌에도, 2층 침실에도 보이지 않았다.


 "스파이크는... 며칠 전에 여행을 떠났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을 찾으면 래러티가 나아질거라고 그걸 구하러 갔어."


 "그럼 무슨 일 있었는지 들을 수 없잖아...으으..."


 애플잭이 실망했는지 쫑긋 세워진 귀가 풀이 죽은듯 가라앉았다.


 "남은건 핑키네. 핑키파이, 그 날 뭐하고 있었어?"


 핑키는 아직까지도 고민을 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포니들의 얘기도 제대로 듣지 않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 기억이 안나니? 잘 기억해봐."


 모두가 핑키를 집중하고 있는 차, 핑키는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기억났어!  그때 일!"


 네 포니들은 어서 이야기 해보라고 재촉한다. 핑키는 쉼호흡을 크게 들이마쉰뒤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날은 7시 11분에 기상했어. 평소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일어났지. 나는 서둘러 아침을 먹었어. 7시 19분에 아침을 모두 먹고  16분간 씻은 뒤 가게가 열리기 1시간 25분 전 동안 가게를 열 준비를 했는데 34분 만에 준비를 끝내고 남은 시간동안 아기 케이크들을 돌보았지. 그리고 8시 59분에 가게를 열었어. 9시 2분에 첫손님이 오고 그 손님은 머핀을 12개 사갔고. 나는 9시 5분에 머핀을 새로 굽기 시작했고 9시 12분경 두번째 손님이..."


 "잠깐, 잠깐!"


 쏟아지는 말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쉬가 중간에 말을 잘라냈다. 나머지 포니는 대쉬가 핑키의 말을 끊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누가 그 날 있었던 일 전부 말하래? 래러티나 래러티의 가게에 대해 뭔가 짐작가는 것만 얘기해야지."


 "음... 그럼 없어!  그 날은 래러티도 안 만났고 가게에도 안갔으니까. 아!  그 날 디스코드랑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디스코드는 가게를 들렸대."


 모든 포니가 동시에 핑키를 봤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동시에 외쳤다.


 "바로 그거야!"





 






 포니들은 곧장 디스코드에게 달려가 그 때 상황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다. 디스코드는 의외로 쉽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매우 솔직하게 얘기했다. 자신이 그 때 한말을 빠짐없이 얘기했다. 그는 그 일로 일말의 죄책감도, 조금의 미안함도 느끼지 않은것 같았다. 오히려 겨우 그 정도의 일로 마음이 꺾인거냐고 비웃기까지 했다.


 포니들은 황당하고 화가 났다. 아무 이유도 없이 포니의 마음을 가지고 논것도 모자라 그 일로 인한 책임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트와일라잇은 진심으로 화가 나 당장이라도 디스코드를 돌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역정을 냈다. 트와일라잇의 날개가 펴지더니 강렬한 빛이 그녀의 뿔에서 터져나왔다.


 플러터샤이는 그런 트와일라잇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디스코드는 자기가 잘 타일를테니 어서 래러티에게 가보라고 말했다.


 트와일라잇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곧장 카루셀 부티크로 달려갔다. 카루셀 부티크에 도착하기 전, 포니들은 상처투성이가 되있는 스파이크를 만났다. 포니들이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보석을 구하려다 다친거라고 대답했다. 그는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스파이크에게 디스코드와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스파이크도 어렴풋 디스코드가 원인이라는걸 알고 있었는지 디스코드를 외치며 이를 갈았다.


 스파이크는 포니들에게 부탁을 했다. 부디 래러티는 자기 혼자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포니들은 고민하다 부탁을 들어줬다. 스파이크의 표정이 너무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래러티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스파이크 뿐이었다.


 스파이크는 포니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상처투성이 몸을 이끌고 비틀비틀 카루셀 부티크로 향했다.


 카루셀 부티크의 입구는 닫혀있었지만 뒷문은 열려있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써있는 문을 열자, 엉망이 된 가게가 보였다. 도둑이라도 든 것 처럼 옷들이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그 중엔 찢어지거나 완전히 짓밟힌 옷들도 보였다.


 계단을 올라 래러티의 문앞에 선 스파이크는 문을 두드렸다. 문은 잠겨있었고, 문 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파이크는 이번엔 래러티를 불렀다.


 "래러티...?"


 "......스파이크?"


 방안에서는 한참있다가 대답이 들렸다. 래러티의 목소리는 약간 놀란듯하다. 며칠 동안이나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스파이크가 며칠만에 찾아왔으니 그 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할것이다. 


 "얘기 다 들었어. 디스코드한테... 그런 얘기를 들었다며."


 래러티는 대답이 없었다.


 "래러티는 정말 옷을 만드는 이유가 자기만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는거야?"


 "... 그래. 난 정말 이기적이니까. 나 같은게 관용의 요소라니 정말 웃기지."


 "디스코드말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마... 래러티 너는 누구보다 훌륭한 디자이너잖아."


 "아냐...  난 그저 내 만족을 채우기 위해 옷을 만든것 뿐이야."


 스파이크는 조급한 마음에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스파이크는 한숨을 쉬며 문에 등을 기댔다.


 "그럼 남은 손님들은? 너를 기다리고 있는 전국에 포니들은 네가 그걸 깨닫고 가게문을 닫고 옷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뻐할까?"


 " ......"


 "래러티는 뭔가 잘못 알고 있어. 래러티가 자신을 위해 옷을 만드는 것이든 아니든 이미 그 자체가 포니들을 위한 일이라고. 네 큐티마크가 네 재능이랑 상관 없다고? 억지로 끼워맞춘거라고? 그래도 상관없어. 억지라고 해도 네가 훌륭한 디자이너고, 많은 포니들을 기뻐하게 한다는건 변함없어. 모두가 그런 래러티를 좋아해. 나도 그렇고."


 스파이크는 다친 상처가 욱신거린지 표정을 찡그리며 팔을 부여잡았다.


 "래러티라는 포니는 하나도 바뀐게 없었어. 포니들을 위해 옷을 만들어주는 포니. 겨우 그런 말 한마디에 네 재능과 네 삶을 부정하지마. "


 스파이크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산소가 부족한지 자꾸만 숨을 헐떡인다. 다리의 힘이 서서히 풀려간다. 눈은 스르르 감긴다.

 

 스파이크는 이런 진부하고 흔한 말보다 더 멋진 말을 하고 싶었지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그러니까...  부탁이야... 원래의 래러티로 돌아와줘."


 스파이크는 힘이 빠져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래러티는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스파이크의 헐떡이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래러티는 급히 잠긴 문을 열었다.


 "스파이크! 세상에, 상처가... 대체 무슨 일을 당한거야!"


 스파이크는 래러티를 보며 힘없이 웃었다.


 "래러티... 드디어 문을 열어줬구나."


 "지금 그런거 보다 네 상처가...!"


 래러티가 안절부절 못하며 발을 굴렀다. 스파이크는 걱정하지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마. 난 드래곤이야. 이 정도 상처는 걱정없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땅이 꺼지듯 작아지는 목소리에 끊임없이 헐떡 거리는 호흡. 스파이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기세였다.


 "너에게 줄 게 있어."


 스파이크가 손에 쥔 것을 래러티의 눈앞에 보여줬다. 보석이었다. 스파이크의 손에서도 작게 느껴질 정도의 빨간 보석이었다.


 "이건..."


 래러티는 그 보석을 잘 알고있었다. 보석의 이름. 보석의 가치. 보석의 희귀성. 래러티는 그제서야 스파이크가 상처투성이가 된 이유를 알아챘다. 래러티는 보석을 바라봤다. 새빨간 광채가 그녀의 눈을 잡아놓는다. 래러티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래러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물이 뚝뚝 바닥에 떨어진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래러티는 보석에 눈을 떼지 못했다.


 래러티가 눈물을 흘린것은 보석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스파이크가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은것도 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황당했지만 그녀가 눈물을 흘린것은 머릿속에 무수히 지나가는 영감들 때문이었다. 그녀 눈앞에는 지금 여러 초안의 디자인들이 지나가고 사라지고 있었다. 하나를 고르기엔 너무 많은 많은 양이었다. 어떻게 하면 보석을 중심으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만들 수 있을까 래러티는 머리속으로 상상하고 또 상상하고 있었다.


 래러티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머릿속 이미지를 전부 현실로 옮기고 싶은 충동이 가득하다. 래러티는 진심으로 기뻤다. 그녀가 옷을 만들어야 되는 이유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스파이크... 정말 고마워."


 래러티는 스파이크를 껴안고는 입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스파이크는 뛸듯이 기뻤지만 그럴만한 체력이 없었다. 스파이크는 피곤하다고 작게 중얼거린뒤 눈을 감았다.










 

 "스파이크!  너 며칠동안 없어서 일 밀린거 잘 알고있지? 이거 다 끝날 때 까지 절대 못나갈 줄 알아!"


 트와일라잇은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서류더미에 스파이크를 앉혀놓고 윽박을 질렀다. 스파이크는 자신의 키보다 높은 두루마리 뭉치에 벌써 한숨부터 나왔다.


 스파이크는 금세 상처가 다 낫고 도서관에서 다시 조수일을 시작했다. 사실 드래곤의 피부에 상처를 입히는거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 외상은 거의 입지 않았다. 단지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였던 것인데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니 금세 기운을 차리게 된것이다. 스파이크는 혀를 차며 차라리 아픈척해서 더 쉴걸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다고 미뤘던 일을 누가 대신해준대니?"


 트와일라잇은 그 얘기를 들었는지 대꾸한다. 스파이크는 다시 땅이 꺼질듯이 한숨을 쉰다.


 "그리고, 스파이크. 도서관에서는 제발 그 모자좀 벗어! 아무도 안가져가니까!"


 트와일라잇은 스파이크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스파이크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며 모자를 깊게 눌러쓴다.


 "싫어! 이건 내 보물이라고! 절대 안벗을거야!"


 "어련하시겠어."


 스파이크는 모자를 애완동물 다루듯 쓰다듬는다.


 모자의 중심부에 박힌 작은 빨간보석이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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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습니다!  단편치곤 어마어마한 분량이네요! 저도 이렇게 길게 끌 줄 몰랐어요. 썼던 단편중 가장 길었던 분량


이번 팬픽은 약은 한방울도 타지 않고 아주아주 담백하게 썼습니다. 사실 끝에서 디스코드 얼차려 주는 플러터샤이를 넣으려 했지만 빼버림.


주요인물을 소재로 한 단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한동안은 단편도 안쓰고 팬픽도 잘 안쓸거 같네요. 쓴다면 장편을 써야지.


단편이 다 끝난 의미로 이제까지 썼던 팬픽 홍보좀 할게요.



7급 구름 관리원 사수생 플러터샤이-매우 매우 짧아서 설명이 필요없음.


애플잭의 포간 처단 센트리-이것도 매우 짧아 설명 필요없음.소재를 받아 만든건데 지금 보면 꽤 위험한 드립이 있음. 요즘에 올렸으면 고투 에버프리인 위험한 팬픽


트와일라잇 선생님의 마법교실-트와일라잇이 도서관에서 어린 유니콘들을 위해 조그만 교실을 엽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해 합니다. 이것도 나름 평범합니다.


루나의 핑키 꿈속 탐방기-루나가 핑키의 꿈을 찾아갑니다. 인셉션을 패러디했습니다. 슬슬 약을 탔습니다. 여담으로 추천수가 제일 많았습니다.


투명드래곤이 된 스파이크-스파이크가 트와일라잇과 다툰뒤에 제코라를 찾아가 약을 먹고 투명드래곤이 됩니다. 기병병결임. 처음과 끝만 정상.


 CMC의 리더는 누구인가-CMC의 리더가 누구인지 서로 경쟁을 합니다. 약이 살짝 있습니다. 마무리가 매우 급조입니다.


레인보우 대쉬의 취중진담-애플잭이 친구들을 술자리에 초대하고 핑키를 제외한 모두가 고주망태가 됩니다.


 핑키와 함께 모두의 마블을-핑키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같이 보드게임을 합니다. 매우 많은 양의 패러디가 담겨져 있습니다.


나는 전설이다-알리콘이 된 후 모든 포니가 멸망되고 트와일라잇 혼자만 살아남습니다. 나름 심각한 분위기라고 썼는데 망함


 셀레스티아의 음흉한 휴일-트와일라잇에게 왕실일을 맡기고 셀레스티아가 휴가동안 벌인 일을 묘사한 팬픽입니다. 약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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