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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를 보면 상자 뒷면에 우표를 붙이고 편지를 쓸 수 있게 해두었잖아요.
그걸 보고, 우표를 붙인 진짜 편지를 쓰는 걸 좋아하는 저는,
항상 저게 정말 무사히 도착할지 한번 보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곤 했었어요.
마침 빼빼로데이도 가까워졌겠다, 집에 굴러다니는 우표도 있겠다 빼빼로 세 상자를 샀어요.
하나는 제가 먹고, 하나는 종종 편지를 주고받곤 하던 고등학교 친구에게,
마지막 하나는 삼 년 전 펜팔로 시작해 간간히 소식을 주고받고 있는 분께 보냈어요.
제가 예상한 반응은 그냥 잘 받았다, 고맙다고 연락해주는 정도 혹은 답례로 빼빼로 기프티콘을 받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 사소한 저의 행동이 참 뭐라고 말하기 힘든 고마운 답례들로 돌아왔어요.
고등학교 때 친구는 너무 좋더라고, 오랜만에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맛있는 핫초코 기프티콘을 보내줬고,
펜팔 분께서는 두 권의 책과 초콜릿, 고맙다는 이야기가 적힌 짤막한 엽서를 보내주셨어요.
제가 한 거라곤 고작 정가 1500원짜리 빼빼로 한 상자에 짧은 안부의 말을 적고 우표를 붙여 보낸 거뿐인데 말이에요.
아,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마음이 따뜻해요.
언제나 불안해하고 불평만 하는 동안 나는 사랑받고 있었구나 하고 느껴요.
고맙고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