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이적 또는 대형계약을 맺었지만, 김태주(28, 182cm)에겐 모두 남의 얘기였다.2014-2015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김태주가 졸지에 선수생활을 중단할 위기에 놓였다. 김태주는 원소속팀 서울 삼성과의 우선 협상에서 재계약을 맺지 못했고, 타 팀의 영입의향서도 못 받았다. 원소속팀과의 재협상 역시 김태주에겐 칼바람일 뿐이었다.김태주는 "우리 팀에 남고 싶었지만, 여러 상황이 겹쳐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상황이 이렇게 됐다. '프로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라고 심정을 전했다.
김태주는 이어 "당시만 해도 마음의 준비를 전혀 안 상태여서 우리 팀과 헤어지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며 아쉬움을 내려놓았다"라고 덧붙였다.
김태주는 인터뷰 내내 삼성을 '우리 팀'이라 불렀다. 비록 3시즌만 뛴 데다 FA 협상에서 쓴잔을 마셨지만, 그는 그만큼 삼성에 대한 애착이 강한 선수였다.
KBL 규정상 FA 협상을 통해 선수등록을 못한 선수는 해당 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 김태주를 비롯해 김용우, 박래윤, 장민범, 이진혁, 신상언, 김보현이 이에 해당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내년 5월 본인이 원한다면 다시 FA 자격으로 각 팀들의 러브콜을 기다릴 수 있다.
김태주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고, 내년 FA 시장이나 팀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어쨌든 지금 마음가짐은 '재도전'이다. 이전까지는 그동안 못했던 공부를 하고, 운동도 하며 몸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구동호회에 가입해 일주일에 2번씩 농구를 하고 있는 김태주에게 최근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삼성 시절 팀 동료였던 황진원이 대표로 개설한 농구교실 강사로 변신, 제2의 농구인생을 살게 됐다.
김태주는 "(황)진원이 형이 전남 여수로 내려와 농구교실을 만들었다. 나도 집(여수)에 머물던 차여서 농구교실 강사 제의를 받았고,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라며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운동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황진원이 대표로 있는 농구교실은 오는 7월 첫째 주부터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한다.
김태주의 농구인생은 드라마틱했다. 그는 여수전자화학고 재학 시절 촉망받는 유망주로 꼽혔지만 고려대 진학 후 성장이 더뎠다. 삼성 입단 후에도 별다른 활약을 못해 공익근무를 마친 지난 2013년 은퇴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김태주는 극적으로 2013-2014시즌 선수등록을 마쳤고, 벤치에서 활기를 보탰다. 덕분에 2014-2015시즌에는 이전 시즌에 비해 100% 인상된 보수총액 9,000만원에 재계약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농구인생 중 예기치 않은 내리막길과 맞닥뜨린 김태주가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며 행복한 비명을 지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