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애시당초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부터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신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비전, 그에 따른 공약들, 그리고 그것을 꼭 이루어 줄 것이라는 기대와 지지를 가지고 이명박을 뽑은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정권 교체는, 다분히 그들이 잘났고 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정권에 대한 실망과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이런 불안을 부추긴 보수 언론들의 지원사격이 이루어 낸 합작품 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에는 (특히 기득권 세력 중에는 더더욱) 누가 뭐라하건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골수 지지세력이 있긴 하지만서도, 그들만으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과실이 분명히 있기도 했지만, 그동안 이루어 놓은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할 정도의 실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경제상황과 맞물려 돌아가는) 불안한 국내 경제에 불만과 걱정을 가진 국민들을 영향력 있는 일부 언론이 호도하여 떠밀었던 것이다. 바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이에 반응한 부동표 및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중 일부 조차 '경제 살리기'라는 슬로건에 혹하여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밀어주었다는 것을 그들도 모르지는 않을텐데... 어차피 2강 체제인 국내 정파 구도에서, 남아있는 것이 한나라당 뿐이라 뽑아준 것이 이명박이었을 뿐인데... 딱히 다른 대안이 없어서 표가 그쪽으로 간 것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듯 하다. 마치 자신이 잘나서, 자신이 훌륭해서 국민들이 자신을 청와대로 보내준 것으로 알고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과 괴리된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가 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그 정도의 자신감 조차 없어서는 안되겠지만, 자신이 가진 혜안과 능력과 지식이 그 어떤 국민들보다 뛰어나고 우월하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세계가 우러러 보는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에 다를바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자신의 과거의 행적들이 정당화 되고, 자신의 편협함과 똥고집이 모두에게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많은 국민들이 하나같이 내는 목소리를 지금처럼 무시할 수 있을까? 현재의 국정 지지도가 20% 미만이라는 이야기는 뒤집어 이야기하면 국민의 80%는 적어도 '현재' 이명박과 그 수하들이 무언가 '잘 못 하고 있다'라고 외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좌우 이념이나 진보/보수 같은 개인적 성향을 떠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떠나, 그리고 지역과 나이와 성별을 떠나, 국민의 80%가 이명박이 잘못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 그 이야기를 좀 들어야 하는것 아닌가? 입으로는 소통을 외치면서 귀는 막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착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당신의 능력이 뛰어나고 훌륭하며, 인격과 인품이 월등하여 국민들이 대통령을 시켜준 것이 아니다. '대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당신을 그 자리에 앉혀놓고, 당신을 거기 앉힌 국민들의 목소리에 따라 위정자의 역할을 하라는 의미다. 거기 앉혀 줬으니 이제 무엇이든 제 고집대로 해도 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닌 것이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이 가장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청와대 실무진도, 정운천도 어청수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라는 사실을 제발 인지해 주기 바란다. 당신 주변에는 온통 당신을 떠받느는 사람들만 있다보니 착각하는 모양인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현재 이명박의 행보를 달가와 하지 않는다.
그 잘난 '배후' 세력이 정말 대한민국 국민 80%의 여론을 쥐락펴락 하고, 초중고생 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을 촛불들고 거리로 뛰쳐나올 수 있게 만들 정도라면, 이 나라 이미 가망 없다는 것을 왜 모르나? 만약 당신들이 그렇게 외쳐대는 것 처럼 빨갱이 '북괴'가 이것을 조장한 것이라면 이 나라는 진작에 절단났어야 맞는 것이겠지.
나는 일단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있는 이상 그가 빨리 착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이명박, 당신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어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 당신을 뽑아준 사람들 중에서 지금 뼈저리게 후회 하는 사람도 많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것이 당신 생각많큼 옳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괴담에 선동되어 거리로 뛰쳐나올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리고 이명박과 그 정부의 '일 터질때 마다 말 바꿔가며 둘러대기'에 놀아날 만큼 바보같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