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작가의 드라마는 나를 클릭질 하지 않았다. 재미 있고, 관심 있고, 나온 배우들에게 홀리기도 하지만, 그걸로 끝날 뿐이지, 좌판위에 손가락이 날아 다니며 마음보다도 손가락이 먼저 느낌보다도 손가락이 먼저 그 감흥을 그려내지 않는다
미스터션샤인이 그러했다 좋은 대사도 주옥같고 연기도 구멍없고 그림도 아름다운 걸 아는 데 그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리 멍 때리며 보다가, 다 아는 고종이 나오고, 다 아는 관료들의 삽질이 나오고, 다 아는 얍쌉하게 잘 사는 인간들의 처신들이 나오고, 뻔하게 지는 싸움에 뻔하게 계란치기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아는 짜증을 피하려고 이리 저리 빨리 돌리기를 하다가, 그 시절이 보이더라. 어떻게 살아도 다 그지 같은 삶이 되었던 그 시절 말이다,
낭만도 불온한 낭만이 되고 천민도 디바이드앤룰 되어 불가촉 천민이 되고 미인 어머니는 다음 생엔 부잣집에 태어난 아들의 뒷뜰에 핀 이름없는 꽃이 되고자 했던 그 시절
고생은 본디 복리이자다 사채대신 삶을 바치라 하는..
후지게 내쳐진 그들의 삶이 내 눈에 자꾸 보이는 것은, 그때의 그 쳐죽일 이자가 갚아도 갚아도 쳐 갚지 못하고 남아서, 지금도 계속 우리 삶에 지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줌의 고관대작은 웃기지도 않는데, 무지하게 힘이 쎄고.. 여전히, 천민은 디바이드룰로 불가촉 천민이 되어 찢찢거리며 싸우고.. 여전히, 얍쌉한 인간들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염병들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아름답고 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아름다웠고 쓸모 없었던 나는 아름다움은 어디엔가에 흘리고 무용함만을 남긴채 다음 생 따윈 믿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