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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일체가 만든 작은 사이다
게시물ID : soda_57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클레사
추천 : 12/8
조회수 : 3242회
댓글수 : 55개
등록시간 : 2017/06/26 16:11:44
안녕하세용. 좀전에 외출하고서 집에 돌아가려고 버스를 탔을 때의 일입니당.

버스에 타자마자 자리에 앉았는데 제 뒷 순서로 타신 아주머니(할머니에 가까워보이시는) 가 제 앞자리 앉으시려다가 버스 가속을 못이기고 뒤로 넘어지셨습니다.

(왼쪽 두석, 가운데 통로,오른쪽 두석 구조, 의자는 약간 좌석버스식인 일반 시내버스)

이어폰을 꼽고 있었는데도 쿵소리가 들릴정도로 넘어지셨는데 왼쪽에 앉은 저, 오른쪽에 앉은 다른 아주머니가 놀라 양쪽에서 잡아 일으켜드렸습니다.

제 자리 위치상 머리가 바닥에 닿았는지를 못본상태라 "괜찮으세요?" 라고 안부만 여쭈었는데

혹시 머리가 부딛혀서 뇌진탕이면 어쩌나 싶어서 계속 걱정되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사람이 아주머니, 할머니 몇분 정도만 계셨는데 다른 승객분들이 기사에게 항의하시기도하고 말리기도 하고 기사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하고 했는데 저는 일단 보고만 있었습니다. 기사가 말하는 내용은 잘 안들렸습니다.

'기사가 사과를 한건가? 방금 항의들 처럼 배차간격 때문에 승객이 자리에 앉고 출발해야하는 원칙 어기는걸 그냥 봐야만 하나..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버스 늦게온다고 항의할테고.. 버스 늦게 온다고 항의하는 사람들로 인한 문제일까.. 배차간격 강조하는 버스회사가 문제인가.. 기사가 원래 원칙 무시하는건가.. 전에 tv에서 본 일본버스처럼 승객 다 앉고서 출발하는건 우리나라에선 불가능인가.. 아주머닌 괜찮으신건가..'

라고 온갖 생각을 하는 사이, 잠시 후 다시 조용해진 버스가 한 십여분을 달리고 있는데

넘어지셨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출구쪽으로 가서 기사프로필을 적으시는겁니다.

'아 다행이다. 저거 적어두셔야 혹시 나중에 다치시거나했을때 기사나 버스회사에 연락하실 수 있으실테니까..'

다 못적으셨는지 앉으셨다가 출구로 다시 가서 적고 앉으시는 아주머니

그 모습을 본 후 제 생각의 흐름

'그런데 만약 뇌진탕으로 이후에 갑자기 돌아가시거나하면 그 원인을 어찌 알지?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까.. 나도 프로필을 적어놓을까? 사진을 찍어놓는게 좋겠지? 찍으면 아주머니한테 어떻게 전해드리지?
그냥 괜찮겠지.. 아니야.. 어쩌지.. 아주머니 연락처를 물어 내 폰에 저장하고 내가 사진을 찍고 카톡으로 보내드릴까.. 스마트폰이 아니시면 어쩌지?
일 생기시면 문자라도 주시라고 할까.. 문자로 안부확인이라도 해야하나.. 그냥 괜찮겠지.. 아니야..'

행동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갑자기 번뜩 든 생각..

'이럴때 문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런분들은 당연히 옳은일하는데 망설임이 없으시겠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와주시겠지..'

'그래.. 문을 존경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이런 작은거라도 나도 그분처럼 행동하자..'

'그래.. 내가.. 내가 문이 된다. 문이 내가 된다. 문아일체..'

여기까지 생각끝에 행동 시작.(소설 아님당. 정말 그렇게 생각했음)

-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조심스럽게 연락처를 여쭈어보며 제가 기사 프로필 사진을 찍어놓겠다고 말씀드림
- 일어나 기사 프로필 사진을 찍음 ( 기사하고 말은 안섞는게 나을거라고 판단, 만약 말싸움나서 안전운행 어쩌고 방해해봐야 특별법(?)으로 내가 손해인가 싶기도하고 다른승객 불안느껴 좋을건 없으니까.. 싸움도 못하고 ^ㅅ^; )
- 다시 자리에 앉음
- 사진 확대 프로필 확인 이상무
- 아주머니께 사진 보여드림
- 잘 안보이신다고 함
- 아주머니 수첩에 사진에 있는 프로필들 다 적어드림(차번호, 회사정보, 기사정보)
- 내 번호도 물으셔서 내 번호 이름 적어드림(혹시나 싶어 승객이라고도 적음. 기억 및 오해 방지)

그러자 곧바로 벌어진 일

- 기사가 신호대기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에게 옴
- 아주머니에게 사과하며 아까는 다른 아주머니 얘기들 듣고 오해했었다는둥 뭐라함(진심도 아닐테고, 난 별로 듣고 싶지도 않았음. 나한테는 말안함)
- 자기 연락처 알려드린다고 하면서 무슨일있으면 얘기하라고 함.
- 아주머니 예의상 받아주심
- 기사 자리에 돌아감

이후 아주머니 말씀

"사진 찍으니까 사과하는거 봐요"

"네? 기사가 사과 안했었어요?"

"네 안했었어요. 고마워요"

얼마후 먼저 내리시면서 다시 고맙다고하시는 아주머니를 보며 용기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니까 사과라.. 생각해보니 원래 사과의 타이밍은 아주머니가 넘어져 다친 직후가 맞지.. 그걸 기사가 못봤다? 쿵소리가 나고 사람들 놀라는 소리가 들렸었고 나포함해서.. 아무리 빨리 일으켰다고 해도 못봤을리 없는데? 사진찍길 잘했네..'

그랬습니당. 이상입니당.


부록 : 이후에 벌어진 일

- 내릴 곳 바로 전 정거장에서 반대쪽 차선에 황당한 교통사고가 나있었음
(사거리 직전 몇미터인데 택시가 2차선중 우회전차선에서 인도 보호펜스를 뚫고 우측으로 인도를 덮쳐있었음)
- 내릴 정류장에 다 와서 앉은 자리에서 내가 벨 누름
- 버스가 정류장에 안섬 (바로 30~50m 앞에 삼거리와 건널목이 있고 오르막길이고 앞차가 대기중이였던 상황, 차가 천천히 가고 있던 상황이였음)
- 출구에 서있던 내리려던 승객 서너명이 항의
- 그제서야 건널목 신호등 정지선에서 내려줌(뭐 그런가 보다 했음)
- 나도 내림
- 바로 건널목 신호등인데 신호가 파란불로 들어온지 1/3 정도 지난상황
- 뭔가 느낌이 쎄함..
- 안건넘
- 버스지나감
- 그 다음에 건넘

생각해보니 억측일 수도 있지만 내가 눌러서 안내려줬나 생각해봄
그리고 더 끔찍한 생각이지만 만약에 기사가 욱함이 극단적으로 심해서 내가 건널때 날 받아버릴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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