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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신에 대한 정교한 탐색이다. 동시에,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결코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드라마속의 화살촉 집단처럼, 열혈 신자들의 반대평점 테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방송 첫날인데, 한 달 쯤 지난 후 IMDB 데이타를 살펴보라. 1점대가 유난히 많다면, 그것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 중에서 열혈 신자의 수를 감안하자면, 이 드라마의 최종 평점은 8점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평균을 까먹는 수 없이 많은 화살촉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신의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드라마 '지옥'은 거대한 두 가지 철학적 질문, 즉 신은 존재하는가와 종교는 필요한가를 담고 있다. 이 두가지 주제가 섞여 있기에 대중은 혼동에 빠질 수 있는데, 이는 현실의 종교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신은 존재하더라도 종교는 필요없을 수 있다. 드라마속 이성을 대표하는 그룹, 소도는 신을 재해로 은유한다. 신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생겨나는 각종 비이성은 용납되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부분 종교는 그런 오류에 빠져 있고, 해석의 권력을 쥐고 있으려 한다. 대중은 신의 폭력 네메시스와 함께, 종교집단의 해석적 폭력,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이 거대한 두가지 주제를 솜씨있게 잘 풀어냈느냐는 질문이 있다면, 그건 평가가 나뉠 것이라 본다. 하지만, 충분히 유의미한 두 가지 질문을 사회에 제시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택시기사를 통한 대답, '인간은 인간사회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야 한다'는 관점은, 계몽주의 소설 볼테르의 깡디드의 마지막 대사, '우리는 우리의 뜰을 경작해야 한다'를 연상케 한다. 사실 이 드라마는 여러모로 깡디드를 떠올리게 한다. 철학적 탐구도, 계몽적 주제 의식도, 종교와 신에 대한 비판도 모두 닮았고, 그런 본격적 기획도 대단히 야심차다.
시즌2를 암시하고 있는데,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다. 전술한 두 가지 주제를 급격하게 벗어나는 기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아기가 죽고, 그것이 방송되었다면 계몽적 목적이 더 쉽게 달성되었으리라 본다. 하지만, 대속죄인의 존재로 아기가 살고, '죄인'도 부활하는 것은 럭비공처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게 한다. 초자연적인 것일수도, 어떤 질서가 부여될 수도, 혹은 재해와 같은 그저 하나의 현상으로 답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에 따른 인간의 갈등만 전개될 수도 있다. 그 경우에도 여전히 종교철학에 대한 답을 내라는 요구에 직면하는, 드라마의 숙제가 남을 것이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종교주제 드라마 '메시아' 시즌1과 같은, 대중들이 기다리다 지칠 때까지 이어지는 선택적 모호함이 있을지 모른다.
이 드라마는 평점 9는 받아야 한다. 몇 가지 얕게 대답하고 넘어간 세계관 정리에 대해, 적어도 거대담론에 걸맞는 좀 더 주제의식을 건드리는 깊은 철학적 대사가 필요해 보이나, 기획과 시도가 너무 야심차고, 그런 주제의식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확장시킨 부분은 더 높은 평가를 받아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