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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정말 멋져요. 정말, 정말, 정말로 멋지죠.
게시물ID : science_580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당근매니아
추천 : 12
조회수 : 762회
댓글수 : 63개
등록시간 : 2016/04/01 23:24:56
gay_taric.JPG
진화는 멋져요. 정말, 정말, 정말로 멋지죠.



진화론 얘기가 존나 뜨겁길래 흐름을 타고 서핑하러 왔어요

오늘 살펴볼 존나짱 쩔어주는 실험은 리처드 렌스키 아재의 싱~나는 대장균 진화실험이에요.
렌스키 아재는 바로 요롷게 생겼어요.




1446540639812d0ba.gif



가 아니라 요롷게 생겼어요



RichardLenski-1.jpg



이 대장균 진화 실험은 쩔어주는 집념과 편집증스러운 집요함으로 이어오고 있는 실험인데 아직도 하고 있어요.
언제 시작했냐구요? 1988년 2월 24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갓난애가 태어나서 의무교육에 대학까지 마치고 군대 다녀와서 시험 몇개 똑똑 떨어진 뒤 오유과게에서 잉여질하면서 글쓰게 될 정도의 시간 동안 계속하고 있는 실험인 거에요!


자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도록 할게요.
일단은 이게 뭘 했길래 대장균 진화실험인지부터 이야기를 해야겠죠.


캡처.JPG
보시는 바와 같이 매우 간단합니다.



사실 자세한 자료를 위해 검색해보다 보니 오유에 올라왔던 글도 하나 찾았는데
내용이 좀 어렵고 빡세게 써있어서 그런지 저급어그로나 하나 끌리고 끝났더라구요.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cience&no=23102)
전 그렇게 끝나기 않기 위해서 유머러스한 척 하려고 애도 쓰고 그림도 막 넣을 거에요.
하지만 별로 재미는 없을 거에요. 원래 그러니까요.








실험은 기본적으로 이런 걸 가지고 해요.
물론 저기에 마이크로피펫이라든지 다른 제반 도구가 더 들어가는 건 당연하겠지만요.
저 안에는 서로 다른 종류로 진화해나간 대장균 12세트가 들어있어요.
저게 2008년에 찍은 거라고 하니까 지금은 좀 더 변이가 일어났겠죠.

렌스키 아재는 88년부터 매일 아침 출근하면 저 플라스크의 1%를 따서,
다른 균이 살지 않는 깨끗한 플라스크에 영양물질과 함께 넣어주고 하루동안 가만히 둬요.
이걸 렌스키 아재가 아직도 직접할 지 대학원생을 시킬 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튼 간에 뭐 매일매일매일매일 거의 30년 간 같은 작업을 한 거에요.

대강 계산해보니 지금까지 한 1만 300번 정도 같은 작업을 했겠네요.
쩔어주지 않나요. 전 이런 집요한 거 짱 좋아해요. 120년 동안 관찰한 찌르레기 기록이라든지 하는 것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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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버그 장치들 짱 져아!


대장균은 환경이 되게 좋으면 20분에 한번씩도 번식할 수 있는데,
렌스키 아재가 기르는 상황은 그렇게까지 상황이 좋지는 않은가봐요.
저 플라스크에서 대장균들은 하루 평균 6~7회 정도 분열하게 되는데
이건 다시 말해서 하루 사이에 증조할머니에서 저까지 온 뒤, 제가 다시 증손자를 보게된다는 거에요.

대장균 같은 박테리아를 실험에 쓰는 이유가 이거죠.
존나 잘 쪼개지기 때문에 인간 가지고 하려면 30년 걸리고, 멍멍이로 해도 2년은 걸리는 것을 얘들은 4시간이면 해요.
물론 전 여친이 없으니까 평생 가도 안 될 수도 있어요.


이런 걸 근 28년 동안 반복한 결과 2014년 4월에는 대장균의 세대수가 6만 세대를 돌파했어요.
좋았던 옛날에는 인간이 스무살이면 애 낳았던 걸 생각해 본다면,
사람이 120만년 동안 걸려 지나왔을 세대 수를 26년 만에 해냈다는 거에요.
지금은 2년이 더 지났으니까 세대수는 더 늘어났겠죠.


렌스키 아재는 이렇게 만들어진 샘플을 그냥 계속 이어간 게 아니에요.
75일에 한번씩, 그러니까 대강 500세대가 지나갈 때마다 한번씩 샘플을 따서 걔들은 냉동보관을 해놨어요.
우리 어휘 고르는 센스 없는 아재는 이걸 냉동화석이라고 부르기로 했대요.
저라면 다른 이름을 붙였을 거 같지만 주인이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니까 뭐 어쩌겠어요.

여담이지만 발생학에서 되게 중요하게 다루는 유전자와 단백질 이름 중에는 '소닉 더 헷지호그'도 있어요.
그 고인에서 따온 거 맞아요. 수업에서 들을 때마다 A를 눌러 조의를 표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shh.jpg
A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


자 이렇게 길고 긴 실험 설명이 끝났어요.
조금 더 복잡한 내용들이 있는데 이건 딱히 알 필요 없으니까 재낄게요.
괜히 추천수만 떨어져 나갈 거 같아요.

렌스키 아재가 20년 동안 이 노가다 한 것에 대해서 희열을 느끼게 되는 사건이 2008년에 일어나요.
애지중지 기른 대장균들이 처음에는 먹지 못하던 먹이를 소화할 수 있게 된 걸 알게 된 거죠.
예컨대 사람이 무다구치 렌야 장군의 오랜 지론에 따라 초식동물이 되어 풀만 뜯어먹고 살 수 있게 된 걸 발견한 거에요.
이게 3만 3127번째 세대 근방에서 나타난 변화였어요.

그래서 렌스키 아재는 이 흥분의 여세를 몰아 그 앞의 '냉동화석'들을 깨워내고 다시 걔들을 따로 키워보기 시작했어요.
그림으로 그려보자면 대강 이렇게 된 거죠.


무다0.jpg
나는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다네


무다1.jpg

노 무다! 예스 무다!



그 결과 렌스키 아재와 친구들은 3만 1000번째 세대와 3만 1500번째 세대 사이에서 뭔가 변화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유우뢰카!
위에서 500세대마다 샘플을 저장했다는 거 기억하시죠?
그 사이에서 돌연변이가 한번 일어났었다는 거에요.

자 그래서 그 돌연변이가 일어난 시점을 중심으로 한 뒷쪽 녀석들은, 당장은 초식동물이 되지 못했지만 좀만 키워봐도 금방 무다구치 장군의 총애를 받게 된 반면,
앞의 녀석들은 아무리 키워봐도 은총을 받지 못하더라 이거죠.

이건 무슨 뜻인가 하면!
대장균들이 그 먹이(시트르트산)를 먹을 수 있게 되려면 최소한 2개의 돌연변이가 일어났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앞의 돌연변이만 일어나서는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해주는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다른 돌연변이가 하나 더해지니 초식동물이 될 수 있게 된 거에요!


제가 이 실험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부분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진화의 '방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딱 그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만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죠.
이런 식으로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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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


아니에요!

우리 몸 속에서 DNA를 복제하는 움파룸파들은 겁나게 손재주가 좋긴 하지만 완벽한 애들은 아니에요.
DNA를 미친듯이 복사하다 보면 에러가 발생하고, 그 에러가 고쳐지지 못한 채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죠.
또는, 자외선이나 방사선, X레이, 화학 약품에 노출되어서 그런 에러가 발생할 수도 있구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안 생겨요.
우리 DNA 중 대부분은 작동하지 않고 묻어가는 녀석들이거든요.
근데  이런 에러가 중요한 유전자 위에 발생하면 그때 문제가 생기거든요.
양성종양이 생기기도 하고 암이 생기기도 하죠.

참고로 우리 DNA 중의 수십 퍼센트는 HIV 같은 바이러스가 주입한 거에요. 정확한 수치는 까먹었어요. 데헷☆

이런 에러들이 쌓이고, 특히나 정자 난자의 생성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겨나면 일은 더 커져요.
색다른 특징을 가진 개체가 태어나고 얘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태어나고 봐야 아는 일이 되는 거죠.

그게 수십만년 수천만년이 쌓이게 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게 되죠.
물론 여러분이 연애질을 할 수 있을 리 없지만요!


토마츠 하루카__tomatsu_variation.png
진화는 이런 식으로 작화 불안정 같은 무작위성을 갖는다





전 사실 생물학을 그만 뒀어요.
대학 가서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죄다 연구비가 안 나온다는 것도 알았고,
설령 나온다고 해도 연구실 생활을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진화는 짱짱 멋져요.

1년 동안 동네 중딩 학원에서 과학 강사하면서
이런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려고 했었는데 아이들에게 잘 전해졌을지는 모르겠어요.
어제 마지막 수업하고 끝냈는데,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해서 써봤어요.


어찌되었건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저 뻐킹어썸한 아이디어를 잘 알고 있다면,
세상을 보는 하나의 렌즈가 여러분에게 추가될 수 있어요.
물론 그래도 연애질은 못할 거에요. 사람이 재미가 없어지거든요.


24741181.2.jpg


더 관심 있으신 분은 이 책을 읽어봐요!





ps. 대장균이라는 종 안에서만 결국 변화가 일어난 거 아니냐 빼애애애액! 할 것에 대비해 미리 언급하자면,
위에 말한 5만 세대도 사실 종의 분화가 일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세대수에요.
애초에 진화생물학자들은 5만 세대 즈음에서 중대한 돌연변이가 한번 쯤 일어날 수 있고, 여러개의 점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어요.
위에 언급한 '자연적인 복사 에러' 때문에 생기는 일이죠.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에 비해 진화가 다루는 시간은 정말 천문학적으로 긴 시간이고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럴 땐 휴지 한칸을 5mm 짜리 선으로 가득 채워보세요.
인류가 살아온 시간은 그 5mm 짜리 선 한 획이고, 이 지구는 40m 두루마리 휴지만큼 오래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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